작가명 : 한상운
작품명 : 신체강탈자
출판사 : 시공사
*2001년 천리안 무림동에 썼던 글입니다.
요즘은 어째 예전에 썼던 글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현재 고무판 포맷에 맞춰 약간 수정했습니다.
한상운님의 신체강탈자를 읽었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야리꾸리함은 접어두도록
하자. 내용과 전혀 매치가 되지 않으니까. 뭐 작가분도 제목은 그저 자신이 감
명깊게 보았던 영화 제목을 딴 것뿐이라니.
신체강탈자는, 코믹에 액션이 가미되어 빠르게 읽혀나가는 스피디한 소설이다.
남자에 미치고, 여자에 미치고, 둘 다에 미친 삼광(三狂) 반고는 어느날 갑자기
그를 잡으러 온 건달들에게 쫓기기 시작한다. 그들이 왜 그를 잡으려는지는 아
직 모른다. 이들의 마수를 피해 상처를 입고 겨우 찾아간 왕노인의 집에는 또다
른 건달들이 지키고 있다가 반고를 옭아넣는다. 또 이들이 한바탕 난리를 친 이
곳의 토박이 건달들이 이들을 쫓는다. 신체강탈자는, 이 세 파의 건달들이 반고
(와 왕노인)를 놓고 얽히고 섥히는 내용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반고(와 왕노인)을 쫓게 되는 이유는, 그야말로 뒤통수를 때린다. 왜 반
고를 쫓는가. ××를 ○○하기 위해서이다. 왜 왕노인을 원했는가. ××를 ○○
해주지 않아서였다. 왜 토박이 건달들이 저 죽을 줄 모르고 달려드는가. …그건
녀석들이 주제를 몰라서이다. 그러나 신체강탈자는 이러한 발상의 재미도 재미
이지만 건달들의 싸움을 그려냈다는 것에 더 점수를 주고 싶다. 위에서 '무림
인'이 아닌 '건달'이라는 용어를 쓴 것에 주목하라.
신체강탈자에 나오는 무림인은 무림인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야말로 시정
잡배들, 무공이라고 해봐야 도토리 키재기인 인물들이다. 싸우는 방법도 고아한
풍취가 느껴지기는커녕 3류 무협영화에서 나오는, 윗통 훌렁 벗고 한손에는 칼
을 든 무리들이 우르르 몰려 다니는 식이다. 비웃자는 게 아니다. 정말로 참신
하다. 이러한 무협도 있구나! 감탄이 절로 나온다.
뭐니뭐니해도 신체강탈자의 묘미는 결말에 있다. 아마 신체강탈자를 본 사람들
은 결말 부분에서 두 갈래로 갈렸을 것이다. '뭐야? 시시하잖아?'라고 생각한 사
람들은 책 전체에 후한 점수를 주지 않을 것이다. '것 참, '그녀'란 것이 '△△'였
잖아?'라고 생각한 사람은 조금 후 그로 인해 반고가 겪어야 했던 악재(惡災)를
생각해내곤 슬그머니 웃음지을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신체강탈자는 (내 기준에서는) 그렇게 재미있는 작품은 아니었다. 하지
만 그 새로운 시도와 가능성은 높이 쳐줘야 한다고 본다. 이후 신체강탈자와 비
슷한 부류에서 명작이 나올 가능성은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신체
강탈자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을 세인들은 두고두고 입에 올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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