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룡강표 무협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무엇일까요?
저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성애묘사라고 생각하고 다른 분들도 다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내용은 판에 박은 듯 똑같고 등장인물의 이름만 틀린 식의 전개는 에로영화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죠. 게다가 자극적인 부분을 골라보는 것과 그 부분만이 유별나게 많이 닳아있다는 점도 비슷하다고 하겠죠. 간간히 절단의 흔적이 보이는것도 있었고...
그러나 '필요악(?)'이라고해서 머리속으론 꺼리면서도 본능적으로 손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더군요.
간만에 책방에서 와룡강표 무협을 빌렸습니다. 예전의 대현출판사에서 나오던 무협이 한동안 안 나오더니만 요즘엔 대명종 출판사에서 나오더군요. 꾸준히 그것도 한달에 한번씩 꼭(어떻게 그렇게 잘알지? 음흉하구먼)말이죠. 변명같습니다만 yes24사이트에서 와룡강 이름으로 검색해보면 주기적으로(1달에 한번)책이 출간되었음을 알 수 있으실 겁니다.
아무튼 각설하고 한동안 주기적으로 출간되었던 와룡강 무협을 안 들여놓았다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책방에서 '수라문'을 들여놓았더군요. 사신 10권을 빌릴 계획이었는데 그것이 없어서 '꿩 대신 쥐(?)- 워낙 다른 전개와 내용의 무협이라..헤헤'의 심정으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막연하 기대(무슨 기대?)을 안고 빌렸습니다. 우선 1권만.
결과론적이지만 1권만 빌리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긴 2,3권을 누가 빌려갔긴 했었지만(은근히 원하는 사람이 많다라는 생각도 아울러)
내용은 기대(?)했었던 과는 천양지차였습니다. 기대(?)했었던 부분도 없었을뿐더러 있더라도 기대(?)했었던 만큼 길지도 않았습니다. 동굴이나 심심유곡에 갇혀 절세의 무공을 얻는 등의 기연도 없었을 뿐더러 여자앞에서 상당한 인내를 보이며 이성적으로 대처할려고 노력하는 주인공이 안쓰럽웠습니다(?) 다만 등장인물 중 여인들이 하나같이 다들 미인이고 주인공도 절세기남아 인것은 똑같더군요.
다 읽고나서 떠오른 생각은 이것이었습니다.
'대필(代筆)이구나!'
근거를 대라면 확실히 댈 수 없지만 막연한 느낌과 그동안 접해봤던 와룡강식 무협을 통한 경험으로 떠올린 생각이었습니다.
사실 어느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습니다. 한동안 뜸하다가 출판사가 바뀌고나서 나온 그의 무협들의 전개사항과 내용들을 다는 읽어보지 못했지만 바뀌어가고 있음을 어느정도 감지는 했었습니다. 와롱강님의 개인신상에 무슨 일이 있거나 아니면 생각의 전환(앞으로 이런 소설은 안 쓰겠다! 혹은 무협계를 떠나겠다! 식의 생각)으로 앞으로 '와룡강'이라는 이름만 빌린 소설이 나오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적중한 거 같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무협매니아분둘 중 와룡강식 무협에 거부감을 가지신 분들이 꽤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소설도 있고 저런 소설도 있고라는 다양성 측면에서 생각해본다면 그다지 문제시 될 것은 없다고 봅니다.
무협의 대중화에 걸림돌이다? 이 부분도 좀 다르게 생각해볼 문제라고 봅니다. 대중화실패의 요인이 와룡강식의 표현에 맛들인 대중들이 작품성에 기반을 둔 작품들에 눈길을 보내지 않을 거라는 근거를 내세운다면 이런 반론도 가능하겠지요?
세상 사람들이 다 성욕에 굶주려있단말인가? 그것도 매일? 어느 때는 눈물을 흘리고 싶은 작품을, 어느 때는 남성미 짙게 풍기는 비장미를 보고싶을 때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말입니다.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성욕에 휩쓸리는 본능을 억제하기란 어렵다고 본다면 와룡강식 무협으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도 괜찮치 않을까 라는 생각을 갑자기 해봤습니다. 기호에 맞는 작품의 다양성도 한번 생각해 봄직하다고 봅니다.
감상란이 어째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간 것 같은데 그래도 이말 한마디는 올리고 끝내고 싶군요.
시대의 풍운아요 이단아, 그리고 아웃사이더이자 혁명을 꿈꾼 교산 허균의 말,
"하늘은 본능을 낳았고 성인군자는 인간이 낳았다. 너희들은 성인의 말씀을 따르라, 나는 하늘의 뜻을 따르겠다."
오늘 하루쯤 성욕에 굶주린 늑대가 되어 보시지 않으시렵니까?
Comment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