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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존록이라는 작품은 극단적인 평가를 받는 문제작이다.
단지 문맥만으로 읽을때 이 책은 정말 기가막힐 정도의 기연들과 수백수천종의 무공들의 나열, 엄청나게 지루한 스토리 진행으로 무협이란 장르가 가지는 최악의 조건을 다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무수한 무협독자들이 이 작품에 열광하고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러한 독자들의 추천에 읽기를 시도하던 새로운 독자층들은 위와같은 악조건에 보통 반권만에 책을 던져버리며 외친다.
"대체 왜 이 소설이 재밌다는 거야?"
단언하건데 이 작품은 굉장하다.
무엇이 굉장하다고 설명하는 분들이 잘 없기에 9권까지 나온 이소설을 거기다 극단적인 평가를 받는 이 소설을 읽으려 시도하기 힘들 것이다. 추천글이라도 볼라고 치면 알수없는 무공들이나 사람의 이름이나 정체를 들이대고 그가 그인가 혹은 그가 아니다 라는 말만 하고 있기에 그런 맘은 더 든다. 왠지 모를 소외감도 들지 모르겠다. 그러기에 이 지존록을 위한 추천과 장점과 단점 그리고 읽는 법에 대한 먼저 읽은 독자로써의 tip을 전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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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록은 경혼기라는 3부작 연작물의 1부격이다.
이 지존록을 재밌게 읽기 위해선 풍종호님의 데뷔작이자 이 연작물의 2부격인 경혼기 분뢰수편을 읽어야 한다. 1996년경에 나온 이 작품은 간단히 요약해 보면 이렇다.
무림에 절대의 고수가 갑자기 출현한다. 미이라처럼 눈만을 제외하고는 하얀천으로 온몸을 휘감고 절대의 수법 분뢰수를 휘두르는 이 기인은 자신의 정체를 기억하지 못하며 말한다. 이 수법을 쓰는 이를 아느냐고, 나를 본적 있냐고. 이 분뢰수라는 이 기인은 절대의 지존이라는 '그'인 것으로 밝혀지려는 찰나 싸움중 단지 물러선 한걸음에 모두들'그'가 아니라 말한다. 그는 한순간도 뒤로 물러서는 법이 없었기에.
이 분뢰수를 읽은 독자들은 그 특유의 그로데스크한 분위기에 일단 빠지게 된다. 몽환적이며 특이한 이야기구조. 끝끝내 알려지지 않는 분뢰수의 정체. 그리고 절대의 '그'는 누구인가?
그리고 5년정도의 시간을 두고 일부의 해답을 가지고 있는 1부 지존록이 나온다.
자, 재밌게 읽기위해 우선 제목을 독해해보자.
지존록. 지존의 기록.
1.지존'풍현'의 일대기.
2부를 읽은 독자의 경우 우선 분뢰수의 정체에 앞서 죽을지언정 한걸음도 뒤를 물러서지 않는 절대의 존재 '그'의 정체가 궁금할 것이다. 이 지존록은 '그'의 여정과 탄생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쩌면 분뢰수를 읽는 내내 가장 궁금해했을 절대자 '그'. 그의 위대한 서사시를 읽으려 한 독자들은 책을 반권쯤 접했을 무렵 이런 말을 외치기 쉽다.
"뭐하자는 거야 이거?"
와룡강 사마달로 대표되는 대본소무협시기에도 감히 시도되지 않았던 황당한 설정들.( 역시 이런 이유로 2년간 이책을 멀리했었다.ㅡ.ㅡ;)
그 설정을 또 요약하자면,
역사상 절대자라 불릴수 있는 거의 모든 이들의 무공을 익히거나 연이 닿아있고 그걸 넘어서서 그중 극에 이른 몇몇의 영혼은 아예 '풍현'의 몸에 거주한다. 여기서 지존록이란 제목에 대한 두번째 독해가 나온다.
2. 무림사상 지존들의 기록.
'풍현'자체가 무림역사의 기록이 된다.
'풍현'을 통해 독자들은 풍종호 무림역사관에 빠져들고 그 무림절대자들의 위상차와 등위차, 계보들을 입체적으로 그려보는 재미를 느끼고 만다. 마교의 직계 천마들과 그에 대응하는 절대자들의 계보,무공은 마치 먼나라 이웃나라같은 교양사서를 읽는 듯한 기분을 준다. 그런 풍현속의 절대자들의 유형들을 분류하고 그들이 풍현을 통해 하는 말들과 대화를 엿듣던 독자들은 그들속에서 이질적인 절대자들을 찾아내고야 만다.
'풍현'자신과 '지존마', 그리고 '분뢰수'가 그들이다.
풍현은 마치 모든 무림역사상 절대자의 총집합같은 존재이고 지존마,분뢰수의 무공역시 그에게 녹아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풍현과 분뢰수는 연결되지가 않는다. 지존마역시 어두운곳에 숨어서 풍현과의 사승관계 인연은 어느정도 노출되지만 목적이나 의도를 파악하기 힘든 실존하고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절대자이다.
독자들은 1부와 2부간의 연결점을 찾을 수가 없기에, 지존마와의 결착을 알수가 없기에 추측하고 파악하려한다. 분뢰수를 읽을 때와 같은 말을 중얼거리며 "풍현이 분뢰수일까?아닐까?" "'그'는 풍현이 아니라 '지존마'를 말하는 건 아닐까?"
여기서 독자는 지존록이라는 제목의 세번째 독해가 가능해진다.
3. 지존을 찾고자 하는 이야기.
지존록은 1.일대기적인 구조에 2. 역사서같은 내용을 담고 3.추리소설같은 느낌을 주는 특이한 소설이다.
단지 소설일 뿐만 아니라 풍종호무협세계관의 백과사전이 될 듯하고 수많은 외전의 몸통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일례로 일대마도를 제외한 전 작품에서의 무공이나 인물의 연결점이 조금씩 모두 나오는 작품은 이 지존록이 유일하다.
문제는 이러한 특수한 형태이기에 독자들이 감정이입을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단지 이야기에 빠지기엔 너무도 방대하고 다채로우며 괴상하다. 복수행이라는 단순한 이야기구도는 이미 독자의 머리에서 빠져나간지 오래이고 무공혹은 인물 사전마저 요구되어진다.
장점이자 단점. 양날의 칼. 그러한 칼싸움에 능한 풍작가는 여전히 불친절하게 아무 변명없이 간혹 잊을만하면 한권씩 툭 던져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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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에 분명 편한 작품은 아니다. 인내를 요구하기도 하고 머리가 아프기도 하다. 간혹 짜증이 날 수도 있다. 허나 마치 담배처럼 습관적으로 꺼내보게되는 글하나가 생길 수 있다. 하나의 소설이기보다 취미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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