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아비코 다케마루
작품명 : 살육에 이르는 병
출판사 : 시공사
충격적인 결말을 확인한 순간,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정말로 네가 죽인건가?"
"예? 아아. 그래요. 그렇습니다."
소설의 첫 부분 범인은 현장에서 범행 일체를 자백한다.
신체를 훼손하는 참혹한 연쇄 살인.
범행을 저지르는 자. 그 범행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추적하는 여인. 그리고 사건의 피해자가 사랑했던 한 퇴직 형사.
세 명의 시선은 교차하고 사건의 절정에 다다를 무렵, 시간은 분 단위로 바뀌며 독자를 밀어 붙인다.
그리고 이어지는 충격적인 결말.
마지막 한 페이지로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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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선배에게 빌려 읽은 책.
일본 소설에 관심을 가진거야 하도 옛날이니 말할 것도 없고, 도서관에서 홈즈 걸작선을 뽑아 읽어 본 후, 추리에도 꽤나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요. 어쨌거나 추리 라이트노벨과 단편들을 제외하면 교고쿠 나츠히코의 '우부메의 여름', '망량의 상자',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에 이어 네번째로 읽는 일본 추리 소설입니다. 니시오 이신의 헛소리꾼 시리즈도 있지만 그건 일단 라이트노벨로 분류하도록 하지요.
읽어 나가는 도중의 감상은
"이거 추리 소설이야, 고어 야설이야?"
'시체애호증'이라는 다분히 비정상적인 도착을 가지고 있는 범인의 시점을 보여주며, 범행 현장과 수법을 상세히 묘사합니다. 실제로 보면 구역질 날만한 행동을 아무런 스스럼 없이 진행해 가는 모습을, 그것도 끊임없이 성적인 의미를 부여하며 행하는 소설의 묘사는, 비위가 약한 분이라면 정말 거부감이 드실 것 같더군요. 과연 19세 미만 구독 불가 딱지는 폼이 아니었어요.
... 전 상관 없었습니다만.
하여간 이 소설은 다양한 시점을 넘나드는 서술 트릭을 사용합니다. 범인, 범인의 가족, 범인을 쫒는 사람. 이 세명의 시점을 끊임없이 오가며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작가의 글솜씨는 그야말로 흠잡을 곳이 없습니다. 소설의 장면 하나하나가 독자를 끌어당기고, 쉴 틈 없는 전개로 독자를 매료시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모든것이 무너져 내리는 마지막 페이지.
온갖 리뷰와 서평에도, 그리고 책 뒤표지에도 '마지막에 반전 있음'을 공표하고 있기에, 저 또한 부족한 머리나마 총동원해서 세심하게 읽어 나갔지만, 결국 흔히 쓰이는 표현대로 '쇠망치로 뒤통수를 후려 맞은 듯한' 느낌을 제대로 느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만, 니시오 이신의 헛소리꾼 시리즈 결말에서 느꼈던, '독자 기만의 불쾌함'은 전혀 느낄 수 없었습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끊임없이 덮쳐오는 소설 본문 구석구석의 힌트들이, 정말이지 '졌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더군요.
'우부메의 여름'의 결말 부분에서 느꼈던 이런 카타르시스. 솔직히 평가가 매우 좋은 '망량의 상자'나 '용의자 X의 헌신' 같은 경우는 조금 실망이었던 터라, 간만에 이런 느낌을 만나게 되니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하여간 추리를 좋아하시고, 잔인한 것을 어느정도 견디실 수 있으신 분이라면 강력 추천해 드립니다.... 라고 해도, 유명작이니 추리 소설 좀 읽었다 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읽으셨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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