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타카기 아츠시
작품명 : '나나코'의 시나리오 2권 - 작은 악마와 반상의 12인
출판사 : 대원씨아이 NT노벨
고등학교에 입학한 미야모토 고타는 우연한 사건을 통해 ‘나나코 선배’와 만난다. 그녀는 미소녀를 좋아하는 그의 취향에 꼭 들어맞는 존재. 첫눈에 마음을 빼앗겨 그녀가 소속되어 있는 영화연구회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교내에 도촬사진이 돌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영화연구회가 범인으로 의심을 받는다. 미야모토는 혐의를 벗기 위해 조사에 나서는데―. 작은 악마 ‘나나코’의 말에 이끌려 움직이기 시작한 미야모토는 어떤 진상에 도달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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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코'라는 히로인의 독특한 매력과, 그 숨통을 조여오는 듯한 흥미진진한 전개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나나코의 시나리오' 그 2권입니다. 사실 1권이 이야기 구성적으로나, 인물간의 관계적으로나 거의 완벽하게 종결되어 있기 때문에 2권이 있다는 것 자체가 살짝 놀라운 작품.
그런 만큼 2권은 1권과 상당히 다른 전개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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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은 식물인간 상태에 옴짝달싹 못하고 오로지 의식만 있는 주인공을 화자로 내세워 과거 회상과 현실의 '추리'를 숨가쁘게 오가는 독특한 구조를 보여주었지요. 주인공의 육체적 재한으로 인한 심리적 압박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 되었습니다.
반면, 2권은 평범하다면 평범한 남고생을 주인공으로 합니다. 1인칭 시점인 것은 마찬가지. 주인공을 '나나코'로 볼 경우, 1권이든 2권이든 1인칭 관찰자 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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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가입이 강제인 고등학교. 신입생 미야모토 고타는 그저 미소녀를 유달리 좋아한다는 것을 제외하면 별다를 게 없는, '약간 비뚤어진' 남자. 기간 내에 동아리를 정하지 못하면 빡센 응원단으로의 강제 입부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설렁 설렁 힘 안쓰고 할 수 있는 부활동"을 찾아 일명 '격리동'이라 불리는 문화부동으로 향합니다.
문예부에 견학하러 갔다가 졸지에 사고를 치고 강제입부 위기에 처한 미야모토. 그러던 중 우연히 마주치게 된, 시선을 잡아끄는 미소녀 '나나코 선배'에게 얼떨결에 자신이 처한 위기상황을 말하게 되는 미야모토.
나나코 선배는 그에 대하여 잠시 대화를 나누고, 그 속에서 무언가를 깨닫게 된 미야모토는 문예부로 돌입. 자신이 빠진 '함정'을 까발리고 위기에서 벗어나게 되지요. 그리고 그 순간 나나코 선배가 "합격"이라는 말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 이후, 이러저러하여 나나코 선배가 있는 "영화연구부"에 들어오게 된 미야모토. 그리고 그런 그와 나나코 선배 주위에 무언가의 사건이 일어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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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서는 '3년전의 사건'의 비밀을 쥐고 있는 '나나코'라는 소녀와 주인공의 일방적 교류 속에서 '생명'이 걸린 급박한 스토리가 전개되는 무거운 작품이었습니다만, 이번 2권은 학원 청춘물의 느낌이 강합니다. 아쉽게도 1권의 주인공은 '편지'로 밖에 등장하지 않습니다만, 나나코의 계획은 착실히 진행 중인 것 같고.
이 책을 이끌어 가는 힘은 '나나코'라는 히로인의 치명적인 매력입니다. 1권도 그랬습니다만, 2권은 이 점이 더 부각되지요. 1권에서 '나나코'는 사랑스러운 소녀이기도 했습니다만 그와 더불어 심중을 알 수 없는 '견제'의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언제 어디에서 주인공의 뒤를 찌를 지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존재했지요.
1권을 읽고 2권을 읽는 사람은 이런 '나나코'의 정체- 더 없이 사랑스럽지만, 더 없이 영악하고 음흉한 그 내면까지 전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만큼, 2권에서 표현되는 나나코의 '일상에서의 모습'이 더 큰 매력으로 다가오지요. 2권 화자의 말을 빌리자면 "위험한 사람이니까 멀리 해야겠다- 라고 생각하기에 나는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라고 할까요. 어쨌거나 '나나코'가 '병원'을 벗어나 좀 더 활개치기 시작하는데, 그 것만으로도 충분할 정도로 작품이 즐거워 집니다.
주인공은 나나코의 내면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오로지 그 외모에 혹해서 끌리기 시작합니다. 허나 짧은 교류 후에 그 단편을 엿보고, "사람을 자신의 뜻대로 조종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그 위험성에 빠져들기 시작하지요. 어느 순간부터 그와 그녀 사이에는 다시금 서로의 심리를 추측하는 '두뇌싸움'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다만, 1권과는 달리 이번 권에서 미야모토는 '선배'인 나나코에게 있어 어디까지나 '아랫사람'. 그렇기에 나나코가 미야모토에게 '힌트'를 던지고, 미야모토는 그 힌트를 바탕으로 추측해 나나코가 의도한대로 움직인다는 패턴을 주로 사용하는데...
이 때 보이는 '선배로서의 나나코'가 정말 위험할 정도로 매력적.
'순수해 보이지만 실은 속이 시커먼 음모계열 여선배'라는 클리셰적인 틀 안에 더 없이 파워풀한 '나나코'를 매치시키면서 그 부가효과가 백배. 누구 말마따나 "스토리의 흥미도는 줄었지만, 나나코의 사랑스러움운 늘어났다"는 평가가 딱.
학교 내에서의 연애 감정, 사소한 복수, 인간관계의 어긋남 속에서 교묘한 유도로 결국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성취해내는 나나코의 음모가, 그리고 그녀의 행동원리가 되는'한 사람을 위한 마음'에 모든것을 거는 소녀다운(... 소녀다운 거 맞겠지?) 연정, 그리고 종장에 '상식'의 범위에 있지 않은 그 폭주까지.
정말이지 미야모토의 마음에 동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자신이 무얼하던 나나코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날 뿐이고, 절대로 이길 수 없을 것 같으며, 그녀에게 '남자'로 다가갈 희망이라곤 전혀 없지만-
그것만으로 단념하기에는 치명적이고도 사랑스러운 그녀- 나나코.
단순히 '한 명의 캐릭터'로서 구현된 존재로는, 이정도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휘하는 캐릭터가 참 드물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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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별개로 학교 내에서 전개되는 각 캐릭터 간의 묘사나 인물 관계도 흥미롭습니다. 사건의 개요가 미야모토가 진학한 년도가 아니라 '1년 전' 나나코로부터 비롯된 사건이 시발점이 된 점이라던가, 주요 반전 요소 중 하나가 '제공되지 않은 단서'를 기점으로 한다던가 하는 점을 보면 미스터리 적으로는 감점 요소일 수도 있겠지만요. 덧붙이자면 중간에 '장소 찾기'의 경우, 암호를 풀지 않더라도 마냥 '찾아 해맨다'는 단순한 해결책이 있었다는 것도(...).
"영화연구부"의 면면들도 단순히 단편적으로 써먹기에는 각자의 매력을 가지고 있고,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개그도 상당히 볼만합니다. 진지한 장면에서 툭- 툭- 쳐 주는게 상당히 분위기를 완화시키는데 쓸만하죠.
'초등학교'를 주 무대로 삼은 1권에 비해 그 '무신경한 폭력성'은 옅어졌습니다만, 어느정도 '철이 든'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좀 더 여러가지 감정으로 인한 '절제되고 치밀한, 그러면서도 유치한' 음모가 오가는 광경도 볼 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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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거 다 필요 없고, 그냥 나나코는 그럭저럭 쓸만한 충실한 부하 A를 얻었습니다. 일단 '다음 권에 계속'이라는 문장이 이토록 즐거운 작품도 오랜만입니다. 그래요, 좀 더 계속 가자고요! 나나코 만세!
덧붙이자면 다음 권 부터는 미야모토도 이 '두뇌배틀 연애전선'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싶은데, 다음 권도 미야모토 시점이려나요, 아니면 또 화자가 바뀌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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