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미야베 미유키
작품명 : 이유
출판사 :
보통 소문난 잔치엔 먹을게 많습니다. 진흙 속에서 보석 발굴하는 것도 나름대로 즐거운 작업입니다만, 시간이 부족하면 그러기가 힘들죠. 그래서 요즘은 거의 이름 좀 날리는 작품만 사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극찬을 받으며 재밌다고 떠들썩했던 글 중에 이렇게....... 재미가 없었던 글은 이게 처음입니다. 문장 자체가 읽기 거북한건 아닌데, 흡입력도 별로고, 보고 나서 여운도 없습니다. 분명 작가가 대놓고 여러 메세지를 던지고 있는데도 와닿지 않고, 그냥 텍스트 모음집으로 보일 뿐입니다.
전 반영론을 싫어합니다. 글이 갖추어야할 미덕 중에 제일가는 것은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재미없는 글에 교훈을 꾸역꾸역 넣어서 의미있게 만들었다고요? 그냥 도덕책을 보는게 낫지 그걸 왜 봅니까. 물론 글이 재미있는데다 어색하지 않게 주제를 잘 녹여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습니다. 재미만 있는 글보단 저걸 사겠죠. 하지만 재미가 없고 교훈이 있는 글과 재미만 있는 글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전 후자를 고릅니다.
그래서 이 소설이 그렇게 재미없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본 버블경제 이후를 그린 소설이라 우리나라 실정에 좀 맞지 않는 부분이 있기는 합니다만, 그걸 변명으로 삼기 힘들만큼 재미없습니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그리 멀지 않은 나라이고, 유사점이 많은 탓에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글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 소설을 읽다보면 내가 다큐를 보고있는건지, 추리소설을 읽고 있는건지 헷갈립니다. 어떤식으로 범행이 벌어지고 꼬였는지는 궁금하지도 않을 뿐더러 그 뒤를 쫓는 과정엔 전혀 박진감이 없습니다.
대놓고 범인 까발리고 시작하는 스타일 자체는 제가 좋아하는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도 자주 쓰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풀어나가는 방식이 전혀 다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범인을 밝혀버리는 폭거를 저지르면서 전혀 다른 부분에서 재미를 냅니다.
이유요? 인물들을 따라가면서 사회현상을 폭넓게 짚어냅니다. 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하고, 그 인물들 하나하나에 사회문제가 얽혀있는지라 생각해볼거리는 많이 제공됩니다. 얽히고 설킨 사건도 단순해보이면서 단순하지 않습니다. 잘만 풀어나간다면 재미와 주제를 한번에 잡을 수 있었을 거 같습니다.
하지만 이유에선 사건을 인물 위주로 진행시킵니다. 시간 배열을 따라가지 않는 사건 진행 탓에 긴장감은 무척 떨어지고, 인물과 그 배경만을 보게 됩니다. 다시 말하지만 그래서 이 소설에선 사건의 개요나 범인같은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재미가 없고요.
저하곤 다른 관점을 가지셨거나, 높은 식견을 가지신 분이 보기에 이 작품은 어떤 면에서 '재미'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건 추리소설로써 점수를 매긴다면 50점도 주기 힘들다는겁니다. 저한테는 지뢰 이상도, 이하도 아니였죠. 피하고 싶은 작가 목록에 한명을 더 추가해야할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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