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님은 예전부터 글을 써 오셨습니다. 용대운님과 비슷한 시기에 출도하셨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상님의 무협은 신무협보다 더 신무협적입니다. 당시의 천편일률적인 영웅설화의 구조에서 벗어난 유일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위 백상류를 창시하신 대종사라고 감히 말하겠습니다. (백상류가 하나의 독립된 유파라는 것은 당시의 소설과 백상님의 소설을 읽어보고 비교하면 확연히 드러납니다.)
백상님의 소설은 깨달음을 중시합니다. 다른 무협에도 깨달음 얘기가 나온다고 반박하실지 모르지만, 백상님의 소설에 나오는 깨달음과는 중대한 차이가 있습니다. 다른 무협에서의 깨달음은 무공구결을 펼쳐 놓고 암기하다가 깨닫는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백상님이 이야기 하는 깨달음은 무공의 깨달음이 아니라 생활의 깨달음입니다. 삶의 본질에 대한 깨달음이 무공의 증진으로 연결되죠. 마치 부처님이 보리수 아래에서 깨친 뒤, 신통력을 얻는 것과 유사합니다. 그래서 정신무예란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래서 백상님의 소설에서는 대결보다는 생활이 중시됩니다. 무림인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기 시작한 게 백상님부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것은 구파일방 시리즈나, 오대세가 시리즈를 보신 분이라면 수긍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백상님의 글 대부분이 뒷처리가 미약하다고 하시는 분이 있어서, 이 자리를 빌어 반박합니다. 백상님의 테마는 무공에 있는 게 아니라 삶의 깨달음에 있기 때문에, 자기자신을 이긴 자(깨달은 자)에게 있어서 외부의 적과의 싸움이란 이미 부차적인 것으로 떨어진 것입니다. 그렇게 때문에, 그들을 붙잡고 박투를 벌이는 것은 사족에 지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백상님의 예전의 작품을 더 좋아합니다. 그래서 예전 작품 중에서 제가 제일 맘에 드는 작품 둘을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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