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 끝무렵 한국의 문학계에 하나의 신드롬이 불어닥칩니다.
순수문학이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던 도도한 사람들을 할 말 없게 만들었고 비주류였던 판타지 매니아들을 주류로 나오게 만들었죠.
판타지 매니아라면 누구나 한번은 읽었을 소설 '드래곤 라자(이영도)'가 그것입니다.
'드래곤 라자'는 비주류였던 판타지를 단박에 문학의 주류로 끌어올립니다.
더군다나 속속히 등장한 세월의 돌(전민희), 드래곤 레이디(김철곤), 하얀 로냐프 강(이상균) 등 의 작품들은 정통 S&M 소설이면서도 기존의 순수문학과 전혀 떨어짐이 없는 퀄리티로 판타지 팬층을 급속히 확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다나카 요시키의 알스란 전기, 미즈노 료의 로도스도 전기 부터 시작하여 J.R.R 톨킨의 반지전쟁, 실마릴리온 및 각종 RPG 게임으로 인하여 판타지 팬층이 얇지만 넓었다는 점도 작용하죠)
이렇게 판타지가 급속히 세력을 확대하자 각종 출판사들이 거대해진 판타지 시장으로 그 눈을 돌리게 됩니다.
그리고 '드래곤 라자' 등의 판타지가 인터넷에서 인기를 얻었다는 점을 감안하여 넷 상에서 유명 작품들을 속속 출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출발하게 되었죠.
출판사들은 적극적인 시장 개입 및 우위를 위해 '재미만 있으면 된다'라는 컨셉으로 흥미위주의 작품들을 경쟁적으로 출간하게 됩니다.
결국 전혀 검증이 안된 작품들을 단순히 인기있고 재미있다 라는 이유만으로 출간하게 되고 이러한 현상들의 반복으로 인해 결국 판타지는 작가로서의 실력이 모자란 작가들의 작품이 대다수가 되어버렸던 것이죠.(어차피 대여점에서 사줄테니 재미만 있으면 될테죠.)
더군다나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영도 씨가 일종의 메너리즘에 빠져버렸고(퓨처워커, 폴라리스 랩소디 - 그래도 다른 작가들의 작품보다는 나은...) 전민희씨는 4leaf의 참여로 인하여 아룬드 일대기를 중도에 그만두게 됩니다. (아룬드 연대기 2부 태양의 탑 완결 못시켰죠.. 1부는 세월의 돌, 3부가 유리카와 대마법사의 이야기..)
결국 당당하게 작품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던 판타지 문학은 결국 다시 상업 문학, 장르 문학으로 추락해버리게 됩니다.
그러는 판타지 문학계에 퓨전이라는 소재가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요즘 많이 나오는 게임 판타지도 이때 처음 나왔으나 주목을 못받았음 -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 ; 상당히 뛰어난 퀄리티를 가진 소설...) 판타지는 먼치킨이 난무해대던 장르 문학에서 다시 스토리 & 퀄리티 위주의 소설이 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가을왕' , '자유인' , '아해의 장', '체인지' 등. (이르나크의 장은 끼울까 말까 고민;;)
그러나 퓨전 판타지는 무협과의 퓨전에 의해 완전히 추락해버리고 맙니다.
내공과 마나의 동일시라는 황당한 설정이 등장하면서 완벽한 먼치킨의 등장을 불러오게 되었죠. (설명보면 황당합니다... -_-;;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 정도는 읽거나 접하신 분들도 계신 듯 한데... 질료와 형상, 이 와 기의 개념에 대해 두서없이 섞어 놓고는 작가의 설정이다라고 우기면 끝이라니... 어쩌면 이황 선생님이나 이이 선생님에 버금가는 학자의 등장일수도 있겠죠... 이기동일론...)
내공과 마나의 동일이라는 설정으로 인하여 무협지를 써보고 싶었으나 한자 쓰기 귀찮고 중국 지명 일일이 확인하기 귀찮아... 라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판타지를 쓰기 시작했죠. (내용은 무협지 -_-;;)
결국 이는 기존의 판타지 팬들의 이탈을 불러오게 되고 판타지가 완벽한 상업 문학으로 자리 잡게 되는 틀로 귀착이 됩니다.
이영도씨가 눈마새, 전민희씨가 룬의 아이들 시리즈, 김철곤씨의 SKT 로 다시 등장하였으나 이미 기울어진 상황을 바로 잡기엔 너무 늦어버렸죠.
더군다나 초기에 등장하였으면 이영도, 전민희, 김철곤, 이상균 등과 같은 작가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을 작품 '하얀 늑대들(윤현승)'도 진흙에 묻혀버리는 결과를 낳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홍정훈의 '더 로그'가 참 아까운... 작가의 작품 외적인 욕심 때문에 마무리가 많이 부실했죠...)
결국 출판사 작곡, 검증안된 작가 작사, 대여점 편곡의 교향곡 속에 판타지는 완전히 상업문학으로 전락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최근에 다시 정통 S&M 소설들이 부활을 알리고는 있습니다만...(하얀늑대들, 신군주론 등) '드래곤 라자'와 같은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기엔 너무 늦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J.R.R 톨킨 이나 다나카 요시키와 같은 판타지 작가들의 등장을 할 수 있을거라는 희망과 함께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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