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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작성자
Lv.45 지하미로
작성
02.10.14 14:18
조회
2,666

얼마 전 촌검무인이 완결됐다. 촌검무인을 처음 접한 것은 '무협웹진 무적'에서였

다. 물론 지금 현재 접할 수 있는 곳은 그곳밖에 없긴 하지만.

작가 임준욱님은 평소에도 무척이나 관심을 갖고 좋아하는 사람이다. 고등학교 시

절 우연히 학교 앞 책방에서 접하게 된 진가소전이 내게 작가 임준욱이라는 사람에

대해 흥미를 갖게 했다. 진가소전의 발상 자체는 무협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새로운 이야기를 보는 듯한 느낌은 내 흥미를 자아냈다. 가

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작품 속에 푹 빠져들게 하는 매력. 그때에는 그 매력이 어

디서 나오는 지는 잘 알 수 없었다.

그 후에 접한 것이 농풍답정록이었다. 구할 수 없어 소장하지 못한 진가소전에 비해

농풍답정록은 다행히도 구입할 수 있었고, 그것은 꽤 만족스러운 일이었다. 작가 임

준욱은 농풍답정록을 통해 새로운 변신을 보여주었다. 이야기의 잔잔함과 그 속에

서 펼쳐지는 사람들 간의 '정'. 아! 그랬다. 작가 임준욱의 매력은 다름이 아닌 소설

속에 녹아있는 따스한 정이었다. 누구도 정의를 울부짖거나 하지 않는다. 그 누구도

악인은 아니다. 그 모두가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였고, 사람들간에 스쳐가는 체온

이었다. 그래서 나는 농풍답정록에 무척이나 만족했고, 여기서부터 작가 임준욱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건곤불이기가 나왔다. 한꺼번에 나온 것이 아닌 띄엄띄엄 나온 것이라서 나는 일단

모든 권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마침내 5권 완결로 책이 전부 나왔다는 소식을 듣

고 나는 재빨리 달려가 책을 구입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부터 잡기 시작한 건곤불이

기는 집에 돌아와 모두 읽을 때까지 놓지 않았다.

그러나 아쉽게도 건곤불이기는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물론 건곤불이기에도 작가 특

유의 정이 작품 속에 잘 녹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너무 과했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늘어놓았지만, 그것이 너무 자세한 것이 문제였다. 몇 권이 넘어

가도록 어떠한 진행도 없이 그저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며 잔잔한 이야기를

지속하니 한편으로는 지루함까지 느껴졌다. 하나의 장점을 극대화시킨 반면 다른 것

들이 죽었다고나 할까? 너무나도 자연스러웠기 때문에 소설의 한 맛인 인위적인 것

이 사라진 탓에 별로 썩 작품에 빠져들 수가 없었다. 한 순간 한 순간 몰입시켜줄만

한 장면이 없이 그저 계속 잔잔하게 흘러가는 것이 문제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

서 나는 건곤불이기는 그리 성공하지 못하리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내 생각을 비웃

듯이 건곤불이기는 많은 사람들의 입을 타고 오르고 내렸고, 많은 추천들이 쇄도했

다. 그래도 여전히 나는 건곤불이기를 그렇게 높게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건곤불이기가 5권이 아닌(분량으로 따지면 더 많겠으나) 3-4권으로 압축되었다

면 얘기는 달라지게 되겠지만.

신작 촌검무인을 보게 되었다. 완결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얼마 전 완결 소식을 듣고

후다닥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처음 촌검무인을 들었을 때는, 한자를 보지 못한 탓에

촌검을 짧은 검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 탓에 조금 읽다 처음부터 다시 읽는 오류

를 범했지만, 그럭저럭 촌검무인이라는 작품에 빠져들 수 있었다.

이번에도 여전히 따스한 정이 있었고, 그것은 꽤나 만족스운 일이었다. 더구나 흥미

를 자아내는 여러 부분을 통해 집중하기도 편했다. 원숙한 진행이라든지 하는 모습

등도 꽤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촌검무인을 읽고 난 후 느껴지는 진한 아쉬움은 왜일

까?

초작 진가소전의 미진함은 찾아볼 수 없고, 건곤불이기에서 간혹 찾을 수 없는 지루

함도 없었다. 그러나 촌검무인은 왜인지 그리 만족스럽지가 않다. 내용의 대부분이

전투에 치중했다는 점일까? 작가 임준욱의 계속된 성장이 왠지 미연해졌다고 느껴지

는 탓일까? 나는 아직도 섣불리 판단을 내리지 못하겠다. 어쩌면 이런 느낌은 책으

로 읽은 것이 아닌 파일로 보았기 때문일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임준욱님의 작품 중 내가 최고로 높게 치는 것은 농풍답정록이다. 진가소전은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점으로 좋아하고, 건곤불이기는 정이 진하게 느껴진다는 점에

서 좋아하지만, 농풍답정록은 그 둘 모두가 잘 조율되어 있어 좋다. 작가 임준욱의

계속 된 성장이 좋고, 그의 이야기도 좋다. 이번 신작 촌검무인도 많은 사람들의 관

심 속에서 성공하기를 바라며 졸문을 이만 줄인다.

(존대는 생략했습니다. 이해 부탁드립니다.)


Comment ' 2

  • 작성자
    Lv.20 흑저사랑
    작성일
    02.10.14 14:38
    No. 1

    건곤불이기는 처음의 전투를 빼면 3권 분량이 무협이 아니라고 해도 맞는 말입니다.. 그것도 4권 중반이 지나야 본격적인 무협소설이 되지요..

    아무나 할 수 있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아라이님이 말씀하신대로 집중이 잘 안돼는 부분이 있습니다..
    솔직히 이책의 약점이 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처음 임준욱님의 무협을 접하는 분들이 건곤불이기를 먼저 읽는 다면 ...이작가 지루하다고 치부할 테니까요..그래서 처음 보실 분이라면 역시 건곤불이기는 권하고 싶지않습니다...나중에 보시길...
    실험작이라 생각하고 싶군요... 아직도 쓰고 싶은 방향의 소설이 남았을 테니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ekd당
    작성일
    02.10.15 19:13
    No. 2

    쩝. 완결된지 얼마안된 작품인 촌검무인은 저 역시 왠지 모를 진한 아쉬움을 느끼게 하는 글이었습니다.
    격류에 휩쓸리다 그 할퀴고간 자리에서 홀로 남아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라고 표현했드랬습니다만, 안도랄까. 허전함이랄까 혹은 아쉬움이랄까?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 그런 여운. 다시 생각하는 지금. 왠지 기분이 쓸쓸해지는데, 그 영문 저도 모르겠습니다. 정말 재밌게 보았는데, 뭐지...음.
    아무튼 계속해서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작가분입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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