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감상

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한상운의 무림사계를 읽고

작성자
Lv.4 지느러미
작성
13.02.19 20:57
조회
11,028

*편의상 존칭은 생략해였습니다.

 

7~8년전.  서점에서 한상운의 독비객을 우연찮게 구입하면서 희희낙락하다가, 연이어 비정강호까지 발견하곤 몇일이나 즐겁게 책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한상운이란 작가의 책을 몹시 좋아하게 된건 그 무렵부터인것 같다. 어떤 책의 어떤권을 펼쳐봐도 이 작가의 책은 빠져들면 헤어나오기 힘든, 그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다. 그 이후로 읽게된 특공무림은 사실 내 마음에 들지않는 전개와 주인공이었지만, 단지 그가 썼던 책이기 때문에 탐독할 정도였다.

 

그 후로 몇년간 생업에 종사하느라 무협을 멀리하다, 요 근래 병으로 몸져누우면서 무료한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E북을 몰아서 구입해보게 되었다. (용대운의 군림천하와 좌백의 소림쌍괴가 독점연재 되는 곳이라고 하면 알만한 분은 다 아실것이다.) 그 중엔 당연히 한상운 무림사계가 포함되어 있었다. 출판연도는 2007~8년이라 신작이라고 하긴 좀 무안하지만, 그 이후로 딱히 장편무협이나 환타지를 출판한 내역도 없는 모양이었다.
더 이상의 책이 없다는 아쉬움과 함께, 이 책의 내용에 대한 기대감으로 페이지를 넘기는데.... 역시 한상운이었다.

등장인물의 행동과 대화, 묘사 하나하나에 살아있는 그만의 톡톡튀는 재지는 보는 내내 나를 즐거움에 있게 만들었다. 이 한가지 만으로도 그의 책은 항상 챙겨서 볼만한 가치가 있었다.

책 내용으로 들어가보면 그의 무림사계는 시작부터 끝까지 중구난방으로 정신없이 튀어다닌다.  주인공네들이 치는 사고는 항상 마무리 되지않고 꼬리를 물며 연이어 펑펑펑 터지는데, 그 스케일은 동네, 도시, 주, 성, 무림전체를 순서대로 아우르며 커져간다.

친한 사람이 죽고, 원수가 죽고, 관계없는 사람이 많이 죽고, 자신의 원수가 친구가 되었다 죽고...  사람들이 장난감처럼 죽어나가는 중심에 항상 그네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몹시 유쾌하고 밝다.  죽어나가는 모든 이들이 그들을 하이텐션으로 올라서게 만드는 연료라도 되듯.

그러다 이야기는 어느덧 종장으로 치닫는다.

 주인공은 틈날때마다 죄책감과 그에 대한 책임감을 작가로부터 주입받는데, 이야기 내내 제한몸 사리기 위해 사람죽는 사고만 터트리던 친구가 주입식교육으로 바른생활청년으로 각성하고야 마는 것이다. 그가 비뚤어지고 막갈때는 몹시 유쾌하던 분위기는, 그가 마지막에 이르러 정신을 차려갈수록 죄책감에 대한 책임감으로 비장해진다.

그리고 주인공이 남자가, 사람이 해야할 일을 하며 이야기는 마무리 된다.

 

이렇게 보면 인륜은 언제 강조해도 중요함이 지나치지 않는다. 비정강호에서도 그렇게 비뚤어지게 살다가 마지막에 이를수록 주인공은 사람이 되어 갔잖는가.  아마 이 당시 한상운이란 작가의 사람에 대한 관념인가도 모르겠다.  

독자로서의 욕심을 부려보자면, 뒷이야기는 뻔하겠지만 후일담이 남았으면 어땠을까 싶다.  한두페이지면 충분했을거 같은데 말이다. 뭔가 마침표가 아니라  다음에 계속~ 이란 여운이 자꾸만 남는다.

 

마치며, 이 책은 언제라도 한번쯤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이런식으로 숨막히는 사고뭉치 전개의 중심을 잘 잡고 유쾌하게 이끌어내 결론까지 갈수 있는 작가, 한상운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봅니다. 보다보면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그런 부분을 차치할만한 매력이 있는 책, 한상운의 무림사계 입니다.

 

 

 

 

 

 

 

 

 


Comment ' 9

  • 작성자
    Lv.60 코끼리손
    작성일
    13.02.19 23:17
    No. 1

    비슷한 글로 좌백의 비적유성탄이 꼽히지만...
    전 무림사계를 더 쳐줍니다.
    왜냐면 무림사계쪽이 더 의욕이 샘솟기 때문입니다.
    비적유성탄은 생의 환멸을 느끼게 하지만,
    무림사계는 생의 의욕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결국 살기 위해 몸부림치다보니 그 자리에 있는 겁니다.
    하지만 선택에 의해 과정과 결과가 다를 뿐...
    결코 착한 것과는 거리가 먼 주인공이지만
    인간적인 따뜻함이 반가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1 홍차호
    작성일
    13.02.20 00:13
    No. 2

    예전에 재밌게 보긴 했는데.. 처음부분이 좀 꺼림칙해서 중도하차했습니다. 뒤처리 당할게 분명한 암살자라니.. 암살자가 배신할꺼라는 생각은 왜 못했을까요? 그리고 그 암살자는 왜 도망가지 않고 거기서 너네 다 죽어라 검을 휘두르는 건지.. 좀 설명이 부족합니다. 주인공이 트러블을 만드는 걸 즐기는 건지.. 서로 배신하는게 무서워서 차선의 길이 열리기 마련입니다. 암살을 맡는자는 확실하게 대가를 얻는 것을 요구할테고 암살을 의뢰하는자는 암살자가 딴 맘 못 먹게 하도록.. 여러가지 쓸데없는 노력과 장치를 하게 되지요. 그 부분에 대해서 설명이 조금 부족했습니다. 그리고 그토록 쉽게 쓰고 버리면.. 누구든지 그렇게 되어버릴 수 있다는 문제때문에 쉽게 그렇게 되지는 않으려고 하고 그러다보면 서로 불신하기 때문에 큰 조직이 성립이 안되거나 붕괴해버립니다. 괜히 깡패조직들이 의리만 찾는게 아니죠. 차라리 주인공이 그쪽 암흑가에 손 담그기가 싫어서 안맡으려고 했는데 어떻게 시비가 붙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다보니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더라식의 전개가 더 좋았으리라봅니다.

    그거빼고는 나무랄게 없는 듯 싶습니다. 먼치킨무협과는 다른 심장이 쫄깃해지는 맛을 느낄 수 있죠.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no*****
    작성일
    13.02.20 00:22
    No. 3

    장점이자 단점이라면 녹정기나 비적유성탄에서 나오던 요소인 무림의 황혼기를 더 제대로 표현한 것일겁니다.

    근현대로 가까워 질수록 무협이란게 비현실적 이라는 걸 느끼게 한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상황이다 보니 오히려 중간의 소림사 인물들의 의기는 더 두드러지긴 하더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0 현철(鉉哲)
    작성일
    13.02.20 11:28
    No. 4

    방송작가쪽으로 준비하고 계시는것 같습니다. 손연주 주연의 단막극 "텍사스 안타", 일반소설로 무심한듯 시크하게 1,2 등을 무림사계이후에 작업하셨는데 무심한듯 시크하게도 한번 읽어 보세요 형사소설로 한상운 작가님 특유의 유쾌하면서 경쾌한 분위기가 잘 살아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2 FAD
    작성일
    13.02.20 20:29
    No. 5

    명작이죠. 무림사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미양사랑
    작성일
    13.02.21 16:31
    No. 6

    한상운님 무슨 작품인가(독비객이었나?) 머릿글에서 좌백님의 작품을 닮은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가
    지인에게 이게 뭔 좌백풍이야 라고 놀림받았다고 하신 걸 본 적이 있습니다.

    좌백. 가장 좋아하는 작가지만 한상운님의 글도 다 좋아했는데 자기 색깔이랑 맛도 있고...
    한상운님 무협 절필하고 다른 쪽 가신다는 말 보고 꽤 섭섭했지요. ㅜㅜ

    무림사계. 중간 중간 치밀한 듯 어설픈 듯한 맛이 있지만 정말 재밌게 봤던 작품입니다.
    저도 추천 한번 더 해드리고 싶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3 태산일명
    작성일
    13.02.21 21:15
    No. 7

    첫 출판작 양각양에서 이놈은 다르구나 하는걸 느끼게 해주었죠.
    무협계의 비뚤어진 천재라고 생각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1 벽글씨
    작성일
    13.02.25 12:57
    No. 8

    필력만으로 보자면 좌백님껜 안되지만 특유의 매력은 절대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작품.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8 보릿차2
    작성일
    13.03.01 01:14
    No. 9

    최고! 라는 말밖에는 ... 제가 읽어본 것중에 제일입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감상란 게시판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14451 무협 우각님의 소설에대한 감상 +8 Lv.1 무다무다 13.02.20 9,409 1
14450 무협 리메이크의 천하제일인 되게 재미있습니다 ^^ +16 Lv.2 무림식객 13.02.20 7,817 0
» 무협 한상운의 무림사계를 읽고 +9 Lv.4 지느러미 13.02.19 11,029 7
14448 무협 코믹 잔혹극의 진수, 마인정전 +9 Lv.45 Judi 13.02.18 5,978 1
14447 무협 최근 찾아 읽은 장르소설들 +15 Lv.38 로지텍맨 13.02.14 11,372 11
14446 무협 판소리 같은 무협^^* Lv.18 che 13.02.11 4,059 1
14445 무협 잠룡전설을 다시읽고 +9 Lv.1 [탈퇴계정] 13.02.08 6,135 3
14444 무협 전능천왕 2권까지 읽고(미리니름) +7 Lv.16 유니셀프 13.02.07 12,425 3
14443 무협 천애협로 7권-진정한 협을 보여주다 +15 Lv.3 지존보 13.02.06 10,450 5
14442 무협 포졸 이강진 1~3권을 읽고 +10 Lv.6 인형법사 13.02.05 8,119 6
14441 무협 대여점에서 한 번 빌려 본 소명전기 괜찮네요. +2 Lv.99 곽일산 13.02.04 8,004 0
14440 무협 이우혁-쾌자풍 +7 Lv.66 서래귀검 13.02.04 6,935 2
14439 무협 베를린과 암왕 +8 Lv.18 che 13.02.03 4,457 2
14438 무협 비적 유성탄 같은 소설 또 없나? +16 Lv.4 kaio 13.02.01 10,595 7
14437 무협 백야 님의 낭인천하를 추천하며 +11 Lv.57 엔시쿨 13.01.31 9,068 5
14436 무협 절대마신 9권 끝이 보인다[스포포함] +22 Personacon 위드잇 13.01.29 8,814 2
14435 무협 뒤집힌 세계 작삼 +4 Lv.1 [탈퇴계정] 13.01.26 5,126 0
14434 무협 잔혹협객사를 읽다..! +14 Lv.99 별일없다 13.01.24 9,292 4
14433 무협 요즘읽은 장르소설7 +9 Lv.2 DrBrown 13.01.24 8,866 3
14432 무협 진한 다향을 풍기는 담백한 무협(강추)^^* +4 Lv.18 che 13.01.23 6,490 4
14431 무협 스포있어요. 종천지애 5권 . 벽력암전과 종... +5 Lv.36 데분 13.01.23 11,138 1
14430 무협 무정철협 1,2권 감상 +12 Lv.35 벽운碧雲 13.01.20 13,264 6
14429 무협 작가가 사랑에 빠졌나^^* +6 Lv.18 che 13.01.15 5,926 3
14428 무협 신파무협^^* +4 Lv.18 che 13.01.15 3,977 2
14427 무협 월인 - 무정철협(내용없음) +13 Lv.38 대마21 13.01.13 10,789 6
14426 무협 사조영웅전을 다시 읽었습니다. +8 Lv.1 [탈퇴계정] 13.01.12 4,619 3
14425 무협 무적행 7권 간단 미리니름 감상...역시 넘 ... +4 Lv.40 tjgogo 13.01.11 9,421 3
14424 무협 북천십이로 7권(스포있음) +16 Lv.47 주연하 13.01.11 7,775 4
14423 무협 허부대공 +12 Lv.35 메가마우스 13.01.03 8,185 5
14422 무협 [추천] 석공무림 +2 Lv.58 김안아 12.12.26 10,517 3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