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상 존칭은 생략해였습니다.
7~8년전. 서점에서 한상운의 독비객을 우연찮게 구입하면서 희희낙락하다가, 연이어 비정강호까지 발견하곤 몇일이나 즐겁게 책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한상운이란 작가의 책을 몹시 좋아하게 된건 그 무렵부터인것 같다. 어떤 책의 어떤권을 펼쳐봐도 이 작가의 책은 빠져들면 헤어나오기 힘든, 그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다. 그 이후로 읽게된 특공무림은 사실 내 마음에 들지않는 전개와 주인공이었지만, 단지 그가 썼던 책이기 때문에 탐독할 정도였다.
그 후로 몇년간 생업에 종사하느라 무협을 멀리하다, 요 근래 병으로 몸져누우면서 무료한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E북을 몰아서 구입해보게 되었다. (용대운의 군림천하와 좌백의 소림쌍괴가 독점연재 되는 곳이라고 하면 알만한 분은 다 아실것이다.) 그 중엔 당연히 한상운 무림사계가 포함되어 있었다. 출판연도는 2007~8년이라 신작이라고 하긴 좀 무안하지만, 그 이후로 딱히 장편무협이나 환타지를 출판한 내역도 없는 모양이었다.
더 이상의 책이 없다는 아쉬움과 함께, 이 책의 내용에 대한 기대감으로 페이지를 넘기는데.... 역시 한상운이었다.
등장인물의 행동과 대화, 묘사 하나하나에 살아있는 그만의 톡톡튀는 재지는 보는 내내 나를 즐거움에 있게 만들었다. 이 한가지 만으로도 그의 책은 항상 챙겨서 볼만한 가치가 있었다.
책 내용으로 들어가보면 그의 무림사계는 시작부터 끝까지 중구난방으로 정신없이 튀어다닌다. 주인공네들이 치는 사고는 항상 마무리 되지않고 꼬리를 물며 연이어 펑펑펑 터지는데, 그 스케일은 동네, 도시, 주, 성, 무림전체를 순서대로 아우르며 커져간다.
친한 사람이 죽고, 원수가 죽고, 관계없는 사람이 많이 죽고, 자신의 원수가 친구가 되었다 죽고... 사람들이 장난감처럼 죽어나가는 중심에 항상 그네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몹시 유쾌하고 밝다. 죽어나가는 모든 이들이 그들을 하이텐션으로 올라서게 만드는 연료라도 되듯.
그러다 이야기는 어느덧 종장으로 치닫는다.
주인공은 틈날때마다 죄책감과 그에 대한 책임감을 작가로부터 주입받는데, 이야기 내내 제한몸 사리기 위해 사람죽는 사고만 터트리던 친구가 주입식교육으로 바른생활청년으로 각성하고야 마는 것이다. 그가 비뚤어지고 막갈때는 몹시 유쾌하던 분위기는, 그가 마지막에 이르러 정신을 차려갈수록 죄책감에 대한 책임감으로 비장해진다.
그리고 주인공이 남자가, 사람이 해야할 일을 하며 이야기는 마무리 된다.
이렇게 보면 인륜은 언제 강조해도 중요함이 지나치지 않는다. 비정강호에서도 그렇게 비뚤어지게 살다가 마지막에 이를수록 주인공은 사람이 되어 갔잖는가. 아마 이 당시 한상운이란 작가의 사람에 대한 관념인가도 모르겠다.
독자로서의 욕심을 부려보자면, 뒷이야기는 뻔하겠지만 후일담이 남았으면 어땠을까 싶다. 한두페이지면 충분했을거 같은데 말이다. 뭔가 마침표가 아니라 다음에 계속~ 이란 여운이 자꾸만 남는다.
마치며, 이 책은 언제라도 한번쯤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이런식으로 숨막히는 사고뭉치 전개의 중심을 잘 잡고 유쾌하게 이끌어내 결론까지 갈수 있는 작가, 한상운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봅니다. 보다보면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그런 부분을 차치할만한 매력이 있는 책, 한상운의 무림사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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