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 수국 3권까지 읽고.
존칭은 생략합니다.
예전에 이현 작가의 전작 상검 1권을 읽다 바로 덮어버린 경험이 있다.
글의 재미나 완성도의 높고 낮음을 떠나서 현대를 살아가는 조폭 주인공이 죽으면서 시간을 거슬러 명나라 때에 환생한다는 설정 때문이었다.
이런 류의 설정을 가진 글은 무협의 정통성을 훼손시키는 것 같아 나는 거의 혐오하는 수준에 다다라 있다.
그래서 수국을 이야기하기 앞서 몇 가지 최근 무협소설의 행태에 관한 나의 관점을 짤막하게 밝히고자 한다.
첫째, 무협이 지나치게 판타지 경향으로 흐르는 것 같아 아쉽다.
상검 같은 글 말이다. 새로운 시도로 좋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류의 글들은 나오지 않았으면 싶다.
둘째, 대부분의 무협소설이 가벼움의(Of the Lightness), 가벼움에 의한(By the Lightness), 가벼움을 위한(For the Lightness) 것 같아 역시 아쉽기만 하다.
"창천무한" 이라는 거창한 제목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생각해 보라.
셋째,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글들이 10대 취향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런 경향은 최근에 데뷔하는 작가들에게서 그 정도가 심한데 지나친 상술이 아닌가 생각된다. 가령 십대의 무분별한 애국심을 자극하는 얄팍한 상술의 글들이 요 근래 많이 등장하고 있다. 굳이 언급은 하지 않겠지만 나중에 언젠가는 한번 거론해 볼 생각이다.
현재의 시장구조 속에서 상술 어쩌고저쩌고 하는 내 말 역시 잘못이 있음을 덧붙인다.
넷째, 캐릭터 무협의 심각함이다. 숲을 보여주기보다는 이곳 저곳의 나무만을 보여주고 권수 늘이기에 급급한 글들. 결과적으로 대여점 용일 수밖에 없다.
다섯째, 이른 바 먼치킨. 괴선을 살펴보자.
괴선의 주인공, 운청산 역시 먼치킨의 주인공과 맞먹는 무공을 지니고 있지만 우리는 괴선을 먼치킨이라 부르지 않는다. 이유가 무엇일까?
여섯째, 첫 작품이 형편없는 작가 치고 다음 작품을 기대할 만한 작가는 없다. 물론 이 생각은 2000년 이후 등장한 작가에 한한다.
이 잘못 된 생각을 깨뜨릴만한 작가가 나오길 진심으로 기대하지만 아직까지 요원하기만 하다.
수국으로 돌아가 보자.
상검으로 인해 수국을 읽을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남양군님의 혹평을 보았고 청개구리 기질이 다분한 나는 수국을 빼들었다.
글 늘이는 실력이 없는 관계로 짤막하게 읽은 소감을 밝히자면, 군데군데 석연치 않은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그런 데로 읽을 만한 글이다 라는 것이다.
세 살에 유모를 죽이고, 10세에 검강에 이르고, 17세에 신선이 되는 글들에 비하면 말이다.
또 1600살을 산 스승을 모시는 주인공이 나오는 글에 비한다면 말이다.
(위 네 가지 유형의 작품이 궁금한 분은 내게 쪽지를 보내기 바란다. 성심 성의껏 알려주도록 하겠다.)
주인공이 애욕에 물들기 시작하는 부분의 개연성이나, 과부, 어느 대가의 첩, 여도적과의 성애 장면에 대해서도 깊은 생각은 필요 없을 듯 하다.
두 어 시간의 무료함을 달래 주는데 에는 무방함으로.
그나마 주인공의 성장 묘사나 성격의 변화 묘사는 나름대로 개연성이 있다 할 수 있다. 물론 위 네 가지 유형에 비춰서 말이다.
결론을 짖자면, 남양군님의 평대로 "수국은 무도 없고, 협도 없고 색만 적당히 주물러 놓았다." 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실연의 상처로 인한 한 남자의 색마 되기인지, 상도를 얘기함인지, 장보도를 찾아 일확천금을 꿈꾸는 자의 이야기인지. 무엇을 얘기하고자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
[노기혁] 황금개방 2권까지 읽고.
이 글을 읽는 내내 고민했다.
과연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자 함인가?
과연 이 글에 담겨 있는 것이 해학인가? 아니면 말장난인가?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내 생각은 모두가 알리라.
고무림에서 가장 열정적인 작가를 꼽으라면 아마도 노기혁을 꼽는 이가 적지 않으리라.
그의 열정이 엉뚱한 곳으로 낭비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무협소설이 재미가 있어야 하겠지만 그에 못지 않은 무협적인 향수가 있어야 한다.
황금개방의 재미에 관해서는 각자의 관점이 다르므로 무어라 말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가 무협을 떠올릴 때 느끼는 향수는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끝으로 [수국], [황금개방]에 대한 감상평을 핑계로 통신 무협작가들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고 싶었다는 것이 나의 본심이다.
또한 새로이 등장하는 작가들은 무수한데 반해 과거 뫼 출판사로 등장한 작가들에 필적할 만한 작가가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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