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들어가면서
이 책은 한 마디로 장경님이 지은 작품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실패한 대작이라고 감히 생각합니다.
Ⅱ. 느꼈던 점
1.저는 이 책을 보는 내내 장경님의 전작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뇌리 한 구석에 항상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처절한 사랑을 그린 암왕과 빙하탄, 진정한 사나이의 멋을 그린 장풍파랑과 천산검로, 코믹한 내용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벽호 등 작품 하나하나 마다 나름대로의 독창성과 개성이 물씬 깃들여 있는 그런 작품을 접하면서 그 처절한 사랑에 가슴 뭉클하고 진정한 사나이의 매력에 흠뻑 취해 보기도 하였던 기억을 말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에는 독자를 빨아들여 몰입케 하는 그런 강렬한 요소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 요소가 없으니 자연 흥미가 반감되고 나아가 재미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맹물과 같은 소설이라고 저는 느꼈습니다.
2.무협소설에서는 등장인물 특히 주인공의 캐릭터가 그 소설의 재미란 요소에 대해 미치는 영향은 거의 절대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풍운고월조천하의 구양천상과 같이 고강한 무공의 소유자이면서 사려깊은 캐럭터, 혈기린외전의 왕일이나 몽검마도의 사도치와 같이 집요함을 넘어 독기까지 풀풀 풍기는 집념의 개럭터, 천산검로의 늑유온처럼 사내다움이 물씬 풍기는 개럭터,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엄청 강한 간사한 성격의 독비객의 늙은 영감의 캐럭터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알려진 무협소설의 대부분의 주인공들은 그 나름대로의 독창성과 강한 캐럭터로서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주어 왔던 것인데,
이 소설의 주인공인 소호의 캐릭터는 한 마디로 정이 가지 않는 한 마디로 너무나 단순하고 밋밋하여 흥미를 유발시키는 어떠한 요소도 갖추지를 못하였습니다.
물론 작가는 소호가 어릴 때부터 자연에서 자라난 것으로 인해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강조한 듯이 보이기도 하나 읽는 독자로서는 그 순수 또는 천진함의 도를 넘어 약간 바보스러움 - 무골 재질인 점을 제외하고 -으로 비추어 보이는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시키기는 어려웠던 과제였고 결국 흥미를 반감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여겨졌습니다.
그 나머지 등장인물 중에는 철용의 성격이 조금 독특하게 여겨졌을 뿐 그 나머지는 큰 개성없는 인물들이라고 생각되어졌습니다.
3.그러나, 이 대작을 진정한 의미에서의 대작이라고 할 수 없게 한 부분은 검명과 초초 및 교교의 등장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작가님은 이 소설을 그동안의 장중하고 비장미 넘치는 것에서 탈피하여 장중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밝은 분위기로 이끌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기는 하지만 그들의 등장으로 이 소설은 장중하지도 그렇다고 코믹하지도 않은 이상한 소설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철없는 행동은 옛날 무협속에 등장하는 콧대만 높아 안하무인격으로 날뛰는 철딱서니없는 여자들의 행동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던 것으로 저가 보았을 때는 코믹스럽다기 보다는 오히려 내내 눈쌀만 찌푸리게 하였을 뿐이었으며 나아가 여러 가지 갈등 요소로 인해 점차 몰입하여 가고 있는 데 그 부분을 썽뚱 끊어 버리고는 그들을 등장시켜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를 늘어 놓곤 하는 것에 나중에는 화까지 치밀어 올랐습니다.
피천득의 수필중에 파격이란 말에 대해 어떤 작품에 있어서 하나의 흠도 잡을 수 없이 완성도를 이끌어 나가다가 약간의 흩뜨러짐, 그 흩뜨러짐이 있음으로 해서 오히려 예술적 완성도가 나타나게 하는 것이 파격이란 말을 하였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장중한 소설에 언뜻 스치는 코믹한 장면도 분명 파격의 한 요소로서 자칫 점차 떨어질 긴장에의 몰입도를 순간적으로 해소하여 주기 위해 한번씩 들어가는 코믹한 요소가 바로 파격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런 부분이야말로 그 작품의 완성도를 최고로 끌어 올리는 데 큰 기여를 한다는 생각입니다.
하나의 예를 들면,
강호의 비밀을 파헤치는 작품 중 하나인 풍운고월조천하란 작품을 보면 그 소설 역시 장중함이 전편을 흐르고 있어 그 소설을 보면서 웃는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그런 작품이었는 데, 저는 그 소설을 보다가 사려깊은 주인공 구양천상에게 사기꾼인 늙은 영감이 다가와 사기를 치기 위해 수작을 부리는 장면을 보고 너무 우습고 한편으론 작가의 그런 발상이 너무나 기발하여 웃으면서 그 부분을 보았고 지금도 아주 인상적 장면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모름지기 코믹류로 분류되지 않을 것 같았으면 그런 부분은 과감히 배제를 하든지 아니면 그 비중을 적게 하여 한 두 번 나오는 것이 족할 것임에도 계속적으로 등장시킨 것은 과유불급일 뿐이었다고 생각하며 그 부분에서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는 작가의 의도와는 달리 실상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4.그외, 피가 튀며 목이 잘리고 배가 갈라지는 소름끼치는 싸움 현장에서 검명은 팔에 조그마한 상처를 입었다고 앙앙거리며 울고불고하는 장면이 나오는 데 그 부분은 너무도 현실감없이 처리한 것 같아 못마땅하였습니다.
또한 청의자와 청룡 나아가 여홍 등의 행동을 보면 그들은 각자의 성격대로 행동하고 있다 하더라도 20대 중반에서 초반 사이의 그들 나이대로 느껴지는 것으로 그려내고 있는 데 반해
그들과 비슷한 나이인 소호에 대해서는 어떻게 된 일인지 볼 때마다 16-17세의 어린 소년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게 하였는데 그런 식의 느낌을 독자에게 주게 한 것도 잘못된 묘사 때문이라는 생각입니다.
또한 유계(저승)에서 무공을 가져오는 식의 환타지풍 역시 눈쌀을 찌푸리게 하였으며, 비록 몽골인이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한자식이 아닌 소리 나는 대로의 몽골이름 그대로 기재한 것 역시 못마땅하였습니다. 굳이 그런 식으로 하면 한인 이름 역시 소리나는 중국식 발음대로 적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Ⅲ. 정리하여 보면,
작가는 이 작품을 쓰기 위해 많은 역사공부와 자료를 수집하여 그것을 작품 속에 녹여낸 흔적이 군데군데 보여 작가가 이 작품을 얼렁뚱땅 쓴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많은 정열을 갖고 작품에 임하였던 것을 느끼게 하였습니다.
또한 주인공 한 사람의 꽁무니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별들의 잔치란 제목대로 뭇 영웅들의 이야기를 담아 내려고 하였던 것도 주목할 만한 것이었습니다.
나아가 기존 무협소설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 우리나라 사람(고려인)을 뭇 영웅 중 한 명으로 등장시켜 활약하게 하여 나도 모르게 그에게 애정을 갖게 하였던 것 역시 좋았습니다.
다만, 장경님의 새로운 실험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소설에서 환타지풍을 도입함으로 인해 정통 무협을 벗어난 점과 지나친 코믹 부분을 - 실지로는 별로 코믹하지도 않음에도 - 필요 이상으로 등장시켜 오히려 작품의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케 한 것은 앞으로도 경계해야 할 부분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대한 고래는 바다의 제왕답게 그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바다 속에서 여유롭게 노닐 때 그 품격을 드러내는 것이고 미꾸라지는 냇가에서 자라는 것이 그 격에 어울린다는 생각입니다.
장경님의 열렬한 팬으로써 다음 작품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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