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직장생활 와중에 틈틈이 시간을 쪼개 무협소설을 읽는 저로서는 다른분들의 추천소설이야말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게 해 주는 등대와도 같습니다.
여러분들이 추천해주시는 소설이야 말로 시간이 넉넉치 못한 저에게 좋은 소설을 쉽고도 빠르게 만나볼 수 있는 지름길이 돼 주기 때문이죠.
그러나 취향이 다른 건지... 소설을 평가하는 기준이 다른건지는 모르겠지만 간혹 추천해 주신 소설을 읽다보면 도무지 끝까지 읽어볼 엄두조차 나지 않는 소설들도 자주 접하게 되니... 무척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조진행님의 '천사지인'이 저에게 바로 그런 소설중 하나였습니다.
'천사지인'... 많은 분들의 적극적인 추천을 받을 만큼 유명한 무협소설입니다. 소설 제목에서부터 그럴듯한 분위기가 풍기는데다 워낙 '작품'이라고 소개해 주시는 분들까지 많으니 무협 초보독자인 제가 읽지 않을 도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 장가촌의 목수 아들로 태어난 장염... 타고난 허약한 채질로 인해 가난한 부모들로부터 안타까움 자아내던 그에게 어느날 노기인이 나타나 사제의 연을 맺게 된다. 그의 사부는 무당파 장문인의 사숙뻘이자 천하에 당할 자가 없는 천하제일인...
그러나 장염의 오성이 둔해 가르침을 깨우치지 속도가 더디자 스승은 마침내 결단을 내린다. 살만큼 산 자기를 희생해 제자의 앞날을 밝혀주기로 한 것!
스승은 장염에게 자신의 모든 전신진기를 고스란히 물려주고 아직 어린 장염이 성장해 나가며 꿈을 통해 자기의 절학을 모두 익힐수 있도록(일종의 수면신공) 안배한 뒤 우화등선한다.
그 뒤 15년간 지독한 악몽에 시달리며 심신이 모두 지쳐 폐인이 되다시피 한 장염은 무술대회 참가를 위해 고향을 떠나는 친구들을 따라서 장가촌 무술도장 사람들과 함께 세상구경에 나선다. "
여기까지가 도입부입니다. 그 뒤 스토리는 장가촌 사람들이 비정한 무협세계에서 겪게되는 시련과 장염의 연인이 될 영화소저와의 짧은 만남. 어찌어찌 마교 교주가 된 장염의 절친한 친구 장소의 배신. 호행혈마인을 통해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무림맹주의 야망. 주인공 장염을 만나 엄청난 무술실력을 쌓게 되는 사람들 이야기. 세외 혈마사와 마교의 준동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무림. 그리고 무림맹을 둘러싼 각 명문대파들의 추악한 세력다툼 등의 내용으로 전개됩니다.
처음 도입부를 읽으면서는 작품의 분위기나 인물설정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참 좋은 소설을 추천받았구나 생각했습니다.
1. 그러나 스토리가 전개되며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는 플롯의 누수현상이 자주 나타납니다. (대표적으로 주인공 주변인물들이 주인공의 알쏭달쏭한 몇마디 가르침 만으로 짧은 기간동안 절세의 고수로 변해간다든지 마교교주가 된 장소가 느닷없이 천하제일고수로 돌변한다든지, 오행혈마인에 대한 인물묘사가 악인인지 아닌지 오락가락하는 점이라든지, 모든 혈세를 조장할만큼 뛰어난 악의 주구 무림맹주 경재학이 어느순간 형편없는 허접으로 추락한다든지 등등)...
2. 그리고 무척 많은 등장인물들의 스토리를 각각 조명해내려다보니 너무 잦은 장면전환으로 인해 작품의 몰입도가 떨어지게 되는 점도 눈에 거슬렸습니다(작품 중반부 이후로는 주인공 장염의 이야기보다는 주변인물 또는 무림정세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옵니다. 쳇쳇),
3. 지루해질 정도로 작품의 내용이 너무 늘어진다는 느낌을 줍니다.
4. 머리속에 든 건 많은데 할 줄 아는게 아무것도 없는 나약한 주인공이 너무 짜증납니다. (작품 전반부에 장염은 스승의 가르침을 모두 익히지 못해 엄청난 전신진기를 물려받고도 백회혈에 봉인한 채 힘도 못쓰고, 어찌어찌 그 봉인을 풀게되는 바로 그!날! 무림맹주와 마교교주의 합공을 받아 또다시 심각한 내상을 입고는 작품 후반부로 갈때까지 비실비실합니다.)
5. 주인공의 대사에서 무척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도가의 가르침이 무척 어색합니다. (나이도 어린 주인공이 입만 열면 선문답이니 그 내용이 머릿속에 잘 들어 오지도 않을 뿐더러 그만큼 작품에 대한 몰입도도 떨어집니다. 도가출신인 스승의 가르침을 깨우쳐나가는 과정것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도덕경의 내용이 남발돼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어색합니다)
'천사지인'에 대한 제 감평은 "작품의 설정하는 능력과 그 설정을 풀어나가는 능력이 조화를 이루지 못한것 아닌가"하는 아쉬움입니다.
이 글은 어디까지나 제 느낌을 적은 것일 뿐 작품취향에는 개인차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봤다는 거지 남들에게도 다 재미없는 소설은 아닐 수 있다는 말이죠.
단지 이 소설에 대한 이런 비판도 있구나 하는 수준으로 이해해 주세요.
Comment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