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타사우프
작품명 : 혈맥-The Iron Vein
출판사 : ?
-------이 글은 유조아 DunHill님의 감상글을 허락하에 퍼 왔습니다.-------
우선 감상에 앞서서 오랜만에 정말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써 주신 작가님에게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정말 미친 듯이 독파했습니다. -_-v
그럼 이제 감상을 시작합니다. (감상 내용은 반어체입니다. 이해 해 주시길..)
판타지 소설. 언제부터인지 좀 모호한 시기에 시작되어서 지금까지 꾸준히 나오고 있는 이 영역은 문학이라고 칭하기에는 아직은 모자른 감이 많은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꾸준한 인기는 20대 초반과 10대의 열렬한 환호 속에 수많은 작품이 나오고 사라져 가고 있다. 그렇지만 그것이 무조건 좋은 영향만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수많은 작품들 중에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릴만한 낮은 수준의 글들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 ‘혈맥’이라는 글은 정말 괜찮은 글이라고 할 수 있는 하나의 보석과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방대한 양의 이 글을 모두 읽고 나는 그에 따른 느낀 점을 나름대로 서술하고자 한다.
하지만 감상에 앞서 ‘과연 좋은 판타지 소설이란 어떤 것일까?’ 라는 질문을 먼저 던져본다. 필자의 개인의 견해로는 그 첫 번째 조건은 큰 틀로써의 묘사. 그보다 더 작은 틀로는 상황 설명 이라고 생각한다.
판타지 소설은 여타의 현대 소설과는 그 근본적인 부분부터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사전적인 의미의 소설은 [작가가 그의 사상에 따라 현실에 있음직한 일을 상상하여 꾸며 낸 이야기로 독자를 감동시키는 창조적인 산문 문학] 이라고 되어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현실에 있음직한 일] 이라는 단어이다. 이 단어에 따르면 판타지 소설은 소설로써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을 상실해 버린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판타지가 과연 소설이라고 할 수 있냐. 라는 원론적인 내용이 아니라 판타지와 현대 소설의 차이점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즉 현대 소설은 위에 열거한 소설의 사전적 의미에 의거해 쓰여진 소설이다. 특히 현대라는 수식어로 [지금 현재 현실에서 있음직한 일] 이라는 더 자세한 표현이 가능하다. 즉 현대 소설은 기본적인 배경 설정을 현실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세심한 표현이 필요가 없다.
간단한 예로.
대학가에서 밤 11시에 전철을 타려면 주의해야 한다. 어디서 오물 폭격이 날아올지 모르니까.
사람들은 온통 술에 취해 있고, 전철은 상당한 시간 간격을 두고 등장한다. 자칫 방심하면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머리에 라면을 뒤집어쓰게 될 수도 있다. 물론 아주 재수가 없는 경우지만. 하지만 사방에서 구토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것은 별로 기분좋은 일이 아니다. 사실 그건 경범죄에 해당하는 행동 아닌가? 왜 처벌하지 않는가, 그 답은 밤 11시 대학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유치장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누군가가 쓴 어떤 글에 도입부.>
여기서 우리는 시시콜콜하게 전철이 뭐며, 라면이 무엇이고, 경범죄, 유치장에 관해서 이야기 하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그 것들이 어떤 것들인지 잘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국 전체가 한 때 통제 불능 상태까지 갔던 1차 혼란기 때 고만고만한 호족 가문들이 이합집산하는 한 수단으로 등장했던 ‘재산 결투’가 세월이 지나면서 변형된 형태인 이 속칭 ‘재산전’의 규칙은 그다지 복잡하지 않았다.
양쪽은 총 6명, 그중 주인을 제외하면 쓸 수 있는 가디언은 5명이 한계였고 제국 내에 몇 되지는 않지만 특급 가디언들을 사용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다. 5명의 가디언은 정해진 순서대로 상대방의 가디언과 1대 1 대결을 벌여야 하며, 한 번 나온 가디언의 ‘교체’는 금지되어 있었다. 그리고 가디언이 모두 죽으면 그 다음 타겟은 주인이었고, 주인의 죽음과 동시에 그에게 소유되었던 모든 재산은 승자의 소유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 규칙의 전부였다.
<혈맥의 한 부분>
자 그럼 위에 예시는 어떠한가? 물론 혈맥을 모두 읽은 독자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읽지 않은 이는 대체 가디언이 무엇이면, 특히 특급은 무엇일까? 라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이 부분은 재산전에 대한 설명을 하는 부분인데도 우리가 알 수 없는 내용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 두 가지의 대조로 판타지가 왜 상황 설명이 중요한 것인가? 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 되어진다.
그렇다면 다시 혈맥에 관한 이야기로 돌아가서 혈맥은 어떻게 본다면 판타지가 취할 수 있는 최악의 선택을 하고 있다. 상당수의 판타지는 과거 중세 시대를 배경을 하여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여 이야기를 펼친다. 그 것은 중세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누구나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지식의 양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모르는 것도 아닌 것이라는 의미이다. 그리고 그렇지 않은 판타지는 오히려 현실의 패러럴 월드를 창조하거나, 아니면 미래의 SF적인 이미지를 이용하기도 한다. 그 것들은 우리에게 그나마 익숙한 하나의 세계인 것이다. 하지만 혈맥은 이 중 두 가지의 이미지를 모두 차용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한다. 즉 중세 시대와 SF적인 이미지를 동시에 차용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구성하게 된다고 할까? 그러면서 그와 동시에 작가의 상상으로 만들어진 배경과 또한 상상으로 이루어진 물건들이 등장하면서 독자에게는 궁금증과 작가 스스로에게 설명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작가로써는 독자가 자신이 창조한 세계에 대해서 알고 있다면... 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쉽게 말해서 자신이 만든 설정을 드러내고 싶어한다. 하지만 글을 쓰는 작가로써 가장 피해야 할 것. 하지만 그 욕구에 지기도 하는 것이 바로 이 설정인 것이다. 흔히 몇몇 작가들은 자신의 글 말미에 설정집이라는 것을 따로 싣거나 해서 독자에게 알려 준다. 그리고 ‘조아라’ 같은 사이트에서는 공지나 아예 1편에 방대한 설정집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그 것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는지.. 아니면 알고서도 어쩔 수 없이 그 욕망에 포기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작가는 자신의 글에 대해서 숨길 줄 알아야한다. 모든 것을 드러내는 것은 오히려 감추는 것 만도 못하다. 조악한 비유이지만 완전 누드 사진 보다 세미 누드 사진이 더 사람의 욕망을 자극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해야 할까?
그런 의미에서 혈맥은 꽤나 괜찮은 글이라고 할 수 있다. 조금씩 밝혀지는 진실들이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내면서 스토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독자로써는 얼른 밝혀졌으면... 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스스로 예상을 하면서 그 과정을 지켜본다. 그리고 의외의 사실에서는 탄성을 자아내고, 자신의 예상이 맞다면 또 그 것에 흡족해 한다. 즉, 갈수록 글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혈맥에는 단점이 없는 것일까? 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그렇다라고 단정하지 못한다. 문제는 혈맥이 너무 방대한 세계관을 지님으로 인해서 설명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필자는 혈맥을 상당 분량을 읽기 전에는 그 것이 우주를 대상으로 하는 글이 아니라 그냥 한 행성의 한 대륙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단순한 글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행성이라는 말이 나오면서 그 스케일이 한 행성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즉 많은 설명이 필요하지만, 그 많은 설명을 모두 할 수 없다는 문제가 혈맥에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즉 도입부에 나오는 상당히 긴 설명과 묘사로도 혈맥은 그 상황을 추측하기가 힘들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이 것은 작가의 실력의 문제라기보다는 방대한 설정과 세계관을 만듬으로 인해서 생기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것을 얼마나 부담없이 잘 설명하느냐가 작가의 실력을 가늠하는 잣대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어느 글도 방대한 설정을 글에 잘 스며들게 할 수 없었다는 말을 하고자 한다. 실제 한 예로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최초의 판타지이며, 최고의 판타지라고 할 수 있는 ‘반지의 제왕’이란 글 역시 그 방대한 세계관으로 인해서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는 사실도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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