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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29 스톤부르크
작성
12.07.24 23:58
조회
4,844

작가명 : 김지환

작품명 : 파이널 미솔로지 1,2권

출판사 : 뿔미디어

Attached Image

침묵 속에서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3…… 2…… 1……

시계의 초침이 정확히 12를 가리킨 그 순간, 세상은 끝났다.

[파이널 미솔로지]

모든 것이 변해 버린 세상. 신이 떠난 세상에 남은 것은 오직 절망뿐이다. 죽은 이들이 되살아나고, 온갖 기괴한 존재들이 죽음을 노래하는데…… 과연 이대로 멸종을 맞이할 것인가, 지금 이 순간, 살아남은 인류의

생존 투쟁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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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이게 몇 년만에 읽는 한국산 판타지야... 블로그 감상글을 뒤져보니, 확실히 말하건데 근 4년만에 처음으로 집어든 한국산 판타지 소설입니다.

문피아 감상란에서 "크툴루 신화를 사용한 판타지 소설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제목을 기억해 두었다가, 대여점에 있는걸 발견하고 읽어보았죠. 일단 다 읽고 나니까 대여점 주인아저씨는 "작가가 철학과더라. 특이하고 재밌지?"라고 하시는걸로 보아서, 대여점 아저씨 마음에는 든 듯 합니다.

일단 현대물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멸망 직후를 다루고 있는 만큼, 일반적인 현대물(이라고 해 봤자 읽어본 것도 그다지 없지만서도)과는 달리 '사회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아요.

현재까지 초점이 맞춰지는 등장 인물들을 그룹으로 나눠보자면 주인공인 진강/진강의 보호하에 인간들/마술조직 아르카나와 데이곤 밀교/뱀파이어 조직/그 외 잡다 괴수들 정도인데, 여기에서 '인간'보다는 '비인간' 혹은 초능력 집단의 비중이 크다보니, '현대물'이라기 보다는 '어반 판타지'로의 측면이 큽니다.

2권까지는 그래도 진강 그룹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만, 하는 행동을 봐서는 진강의 그룹이 제대로 붕괴하던가 아니면 일반인도 특별해지거나 둘 중 하나의 루트를 탈 것 같아요.

***

어느날 세계가 '죽어버리고', 인간들에게 숭배받던 기존의 신들은 전 우주에서 최대한 많은 '영혼'을 수거하여 다른 세계로 이주해버립니다. 그리고 지구에는 그 '수거'에서 빠진 소수의 인간들과 애초에 '신'의 권속에 속하지 않은 괴물들, 그리고 마술이나 주술등의 비술등을 사용하여 영혼 회수를 막은 자들 등만 남게 되지요.

그리고 텅 비어버린 세계는, 세계가 살아있을때는 범접하지 못하던 사악한 사신들의 놀이터가 됩니다. 그리고 시체에 구더기가 끓듯, 거리에 넘치는 영혼이 빠져나간 시체들에는 사악한 기운들이 들어가 거리는 좀비들로 넘쳐나게 되지요.

주인공 진강은 절대악신, 데몬술탄이라고도 불리는 아자토스의 아바타, 니얄라토텝

Attached Image

의 환생체입니다.

... 물론 냐루코는 아닙니다.

진강 자신이 니얄라토텝으로의 지식과 힘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자아를 유지하고 있기에 주술이나 기타 여러가지를 이용하여 니얄라토텝의 의식이 깨어나는걸 막고, 그 능력을 이용하여 '세계의 종말'에 어느정도 대비하고 있었죠.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최대한 좁은 범위에서나마 주변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이야기입니다.

'사신들'이 이 끝장난 지구에서 날뛰는것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몇몇 또 다른 고위존재(대표적으로 역시 크툴루 신화 소속의 '백색의 노덴스'라던가)의 협력, 지원을 받기도 합니다.

뭐, '노력'이라고 하기에는, 진강의 능력이 너무 크고, '제한'이 너무 빨리, 작위적으로 풀려버린 감이 있습니다만.

***

작 중의 갈등요소로는 진강의 그룹 내에서 진강을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인물들과 진강에게 반감을 드러내는 그룹간의 갈등, 인간 그룹과 벰파이어 그룹과의 갈등, 아직까지 전면으로 들어나지는 않았지만 진강과 '사신'의 힘을 이용하거나 복종하려 하는 마술사 그룹과의 갈등 정도가 있습니다.

크툴루 계통 말고도 에레슈키갈이라거나 사마엘 등, 여러 오컬트나 신화 계통의 존재들이 언급되거나 등장합니다. 원래 크툴루 신화란게 이렇게 요리조리 뻐쳐나가기 좋은 물건이기도 하지만요.

그렇지만 작가의 말에도 나오다시피 딱히 '원작의 고증'을 하고자 하는 물건도 아닌 만큼 크툴루 신화의 설정은 꽤나 어레인지가 가해져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마도서 '네크로노미콘'의 경우, 러브크래프트의 단편이 "네크로노미콘의 역사"라는 작품에서 그 번역의 역사나 현존하는 판본의 소재 위치 등이 상세히 소개됩니다만, 이 작품에서는 "라틴어판본은 전부 소실되었고, 제대로 된 번역본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로 소개됩니다.

크툴루 신화계통을 따르는 여러 작품들에서는 크툴루 신화와 현실의 위치관계를 미묘하게 적용하여, '러브크래프트'라는 작가마져도 신화에 편입시킬 정도로 철저하게 '현실'과 조합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기에, 이런 식으로 현대를 배경으로 하면서도(데몬베인 같은 건 제쳐둡시다) 설정 자체를 철저히 '판타지'의 소재요소로 사용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특이하게 보이더군요. 애초에 크툴루 신화란 것들에서 '공포의 존재'들은 숨어있는 것을 찾아갔다가 낭패를 보는 것이지, 가만히 있는대 대놓고 습격해오는 존재가 아니거든요.

크툴루 신화가 '호러'의 소재가 될 수 있는것은 "진짜 이 세계 뒷면에 존재하는 비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입니다만,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의 크툴루 신화는 "판타지 소설에서 톨킨의 소재를 다루는 방식"으로 사용됩니다.

그렇다 해도 작가 자신의 관심사가 오컬트/주술/신화 계통이라고 적어둔 대로, 작가의 크툴루 신화 지식이 적다거나 적당히 사용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마 황금가지판 전집/냐루코양/도해 크툴루 신화 정도를 기반지식으로 가진 저 보다는 지식이 많겠죠.

다만, 크툴루 신화를 소재로 쓰되, 작품 자체를 크툴루 신화 소설로 만들 생각은 없다고 보입니다.

***

이 책을 읽으면서 기존 크툴루 신화 계통의 작품군을 떠올리기 보다는 일본의 RPG 게임 시리즈인 진여신전생을 떠올리게 되더군요.

멸망해버린 세계에서 초능력과 마법을 쓰는 사람들이 각종 악마/괴물/신들을 부리거나 그들의 권속이 되어서 싸우는 소재는 확실히 진여신전생을 연상케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현대물'보다는 '판타지'에 속합니다.

***

그렇다고 해도 몇년만에 읽는 책으로, 전혀 익숙하지 않은 현대 판타지 소설을 집으니 이 책이 재미있는지 재미없는지 판단이 잘 안가는군요.

물론 옛날 판타지를 읽을 당시에도 현대물은 꽤나 있었고 그 중에 재밌게 읽은것도 있습니다만... 음... 확실히 제가 그때 읽던 물건과는 분위기 자체가 꽤나 어른 취향으로 하드하게 바뀐 것 같습니다. 분위기 자체가 조금 딱딱해요.

특히 '신'적인 존재들이 전면으로 나왔을때의 긴 연극조 대사나 반복 묘사 부분이 상당히 걸리는 부분. 웅장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라면 정말로 현학적 대사로 포장하거나, 좀 더 간결한 묘사로 강한 영향을 표현하는 방법이 좋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특히 진강 vs 사마엘 부분은 솔직히 대강 넘겼을 정도에요(...).

***

'진강'의 내적갈등 따위 사실 진강 자체가 하도 먼치킨이라 알 바 아니고, 눈길을 끄는 부분은 진강이라는 절대자 밑에서 어떻게든 최대한 '살 길'을 찾으려는 인수와, 클리셰적인 히스테리 아가씨에서 인상적인 변화를 보여준 여성(이름 까먹음). 아직까지 뭘 하고 싶은지 알수 없는 진강 보다는 이렇게 목적성과 갈등이 직접적으로 보이는 조연들에게 더 시선이 갑니다.

다만 조연들의 첫 만남이 인간적으로 굉장히 특이한 상황에서 이뤄진 것에 비해,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 일부러인지 그 부분을 안건드리고 있는게 아쉽네요. 뭐, 세계의 멸망 앞에서 평범한 개개인의 이야기를 깊게 건드려봐야 별 의미는 없어보인긴 해도, 성진 성은 형제만 해도 상당히 깊은 이야기를 뽑아낼 수 있을 것 같거든요.

***

소재가 크툴루 신화다~라는 것만으로 읽었습니다만, 솔직히 이 책의 독자층이 크툴루 신화를 알고 있는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건지 모르는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건지 애매하다는 느낌입니다.

일단 작 중의 용어 사용만 해도, 황금가지판 번역이나 기존 인터넷으로 퍼진 명칭/발음이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거든요.

크툴루 신화 계열의 발음이야 영어권에서도 통일이 안되어 있긴 합니다만, 대표적으로 주인공의 정체를 소개할때 "나알라토텝"이라고 써 놓았습니다. 보통 한국에서 쓰이는 명칭은 "니얄라토텝"혹은 "니알라호텝" 정도죠. 일본에서 카타카나로 '나이아루라호테푸'라고 표기하기도 합니다만 적어도 전 한구에서 맨 앞 글자에 '나'를 쓰는 표기는 처음 보거든요.

그런 표기법도 있는것인지, 아니면 의도적인 표기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 외에도 크툴루 신화 계통의 소재를 다룸에 있어서 친절하다고도 불친절하다고도 하기 애매한 분위기로 다루고 있는데, 크툴루 신화 팬은 둘째치고 크툴루 신화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특이하다' 이상으로 낯섬을 느끼게 하지 않을까 합니다.

***

꽤나 긴 감상글이 되었습니다만, 이 소설에 대한 제 감상은 마찬가지로 "특이하다" 정도로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일반적인 판타지 소설을 읽는 감각 자체를 잃어버린 상황이라 뭐라 평가를 할 상황은 못 되어 보입니다. 그래도 읽기 싫어지지는 않았고, 아직까지 이야기가 본궤도에 오르지는 않았다고 보기에 뒷 권이 나오면 읽어 볼 생각입니다.


Comment ' 7

  • 작성자
    Lv.72 알퀘이드
    작성일
    12.07.25 01:15
    No. 1

    냐루코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3 Unveil
    작성일
    12.07.25 01:39
    No. 2

    흥미가가네요 대여점에있으려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4 天劉
    작성일
    12.07.25 09:38
    No. 3

    나이아가 아자토스의 아바타는 아니죠. 그 뭐냐, 노멘인가 하는 소설도 크툴후 신화 기반이던데... 쇼거스 등장에 반쯤 멘붕하는 주인공이 인상적이었슴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墨歌
    작성일
    12.07.25 10:09
    No. 4

    크툴루 신화체계가 등장하면 러브크래프트 특유의 아 이제 다 끝났어, 란 분위기가 잘 안느껴져서 문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코끼리손
    작성일
    12.07.25 19:42
    No. 5

    러프크래프트의 특징이라면
    죽음과 파국으로 넘어갈 것이 분명한 와중에도
    주인공이 매우 침착한 정신상태로 끝까지 상황을 제3자의 시선으로
    기술함을 들 수 있습니다.
    작가 스스로는 주인공이 이미 미지의 존재의 암시에 걸려 있다...
    는 식으로 해명하더군요.
    그런 점이 그의 장점이자 단점인 데...
    그의 오마쥬들은 그런 분위기는 잘 없더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Maverick
    작성일
    12.07.28 21:20
    No. 6

    '노멘'도 크툴루 기반 현대물 같던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5 금세유
    작성일
    12.09.18 18:44
    No. 7

    일단 재미있습니다. 재미있고 소설에 나오는 설정들도 좋습니다. 하지만 만약 전체적인 스토리 텔링을 끝내놓고 쓰시는거라면 아주 좋은 흐름을 가지고있지만 만약 소재하나만 가지고 소설을 쓰시면서 스토리를 맞추어간다면 뒤가 무너지는 소설이 될수도 있을거같습니다.
    이것은 말그대로 앞으로의 이야기 꺼리가 없다는 것일수도있습니다.
    지금가지의 나온 소설의 내용으로만 봤을때 아주 흥미있고 재미있었지만 앞으로 는 어떻게 될까 하는것이 조금 아리송합니다.
    이것은 앞으로의 스토리가 어떻게 될지 짐작하지 못하겠다는 애기가 아니라 어떤 방향성을 지적하는겁니다. 이야기의 큰흐름이 아직 않잡히더군요.. 그외 적인 부분은 아주 재미있더군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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