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너와같은꿈
작품명 : 같은 꿈을 꾸다 in 삼국지
밑에 이 작품 추천글이 오랜만에 또 올라왔길래 예전부터 한번 써볼까 했었던 이 작품 감상을 올려봅니다.
제목에서 유추할수 있듯이 이 글은 삼국지 팬픽물이며 TS는 아닙니다. 구성은 현대의 사회인이었던 이준경이 어느 날 잠에 들고 나니 원술군 휘하 이풍장군의 아들인 이준경이 되어 있다는 형태로 시작합니다.사실 전체적인 내용에서는 삼국지물답게 영지물+정복전쟁+모략 등의 이야기로 나가고 전체적인 틀은 썩 크게 기발하다 할 정도의 전개는 아닙니다만, 삼국지물의 특성상 당연한거기도 합니다. 이 작품의 뛰어난 점은 큰 줄기가 아니라 디테일한 부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번째 칭찬할 점은 이 작품이 "주인공은 똑똑, 그외는 똑똑한듯 묘사하지만 멍청" 이라는 공식에서 아주 멀리 벗어났다는 겁니다. 꼭 지혜가 아니더라도 이 작품에 나오는 대부분의 장수나 책사는 원래 삼국지에서 어지간히 하향평가 되었어도 능력이 있게 나옵니다. 사실 당연하면 당연한거죠. 그 중국대륙에서 현대까지 이름을 날린 사람이 정말로 그렇게 무능력할까? 라고 한다면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다만 상대적인 평가일뿐이죠. 하지만 모두가 꼭같이 지혜롭고 모두가 대단하다면 소설로서는 그것도 역시 좋은 면은 아니겠죠? 이 작품이 뛰어난 점은 이 능력있는 여러 등장인물 간에서도 능력의 고하(대체로 삼국지연의와 정사의 평가)가 차이가 난다는 겁니다. 글 쓰시는 분이라면 "능력있게 묘사하면서 더 능력있는 사람보다는 뒤떨어지게" 라는 조건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실겁니다. 쓰다보면 결국 '멍청' 아니면 '똑똑' 이라는 이분법이 적용되기 십상이죠.
대표적인 인물로 원술을 들 수 있습니다. 원술은 현재 누가봐도 조조나 원소보다 떨어지고, 잠깐나온 유비, 혹은 여포에게도 군주로서 능력이 떨어져 보입니다. 한마디로 꽤 찌질한 면이 나옵니다. 하지만 원술이 그냥 찌질하기만 했다면 아무리 사세삼공집안의 자손이라도 한 시대의 제후가 될 수 있었을까요? 나름대로의 카리스마는 있었다는 거죠. 이 작품은 그런 면을 잘 보여줍니다. 찌질한면도 드러나면서, 포스도 있는 인물묘사에서 저는 정말 감탄했습니다.
두번째는 삼국지물에서 빠질 수 없는 책사들간의 지략대결입니다. 꼭 삼국지물이 아니더라도 전쟁소설에서 책략은 빠질수없는 요소죠. 일단 독자들의 예상대로 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합격점을 줄 수 있습니다. 기상천외한 책략이라는게 누구나 예상가능하다면 그것도 실망스럽겠죠. 평범한 책략이나 전략을 시기적절하게 잘 쓰는것과 이것은 또 다른 이야기니까요. 그리고 책략의 디테일한 부분을 잘 설명해주는게 또 +요인입니다. "세작을 풀어서 유언비어를 풀었다" 예를 들어 이런 책략의 경우도 거기서 적용되는 제반사정은 한 두개가 아니겠죠. 소설의 재미를 위해서 생략된 부분도 있지만 타 소설보다 이런 책략의 준비와 세세한 진행사항등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세번째는 작가님이 가지고 계신 필력입니다. 아무리 큰 틀을 잘 잡고 설정을 잘짜도 기본적인 필력이 없으면 죽도밥도 안됩니다. 필력의 요소는 여러개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다양한 어휘력을 높게 쳐주고 싶은데요. 특히 삼국지물답게 고사에 빗댄 이야기, 일상언어에서의 귀족층과 어울리는 예스러운 말 등, 우리가 보면 대충 뜻은 알지만 쓰라고 하면 생각이 안 나는 그런 어휘들이 풍부하게 넘쳐납니다. 이런 여러 어휘들은 비슷비슷한 단어나 문장을 배제시켜서 지겹지 않게 해줄뿐만 아니라 삼국지물에 어울리는 글의 분위기를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네번째는 큰 줄거리 역시 재밌다는 겁니다. 위에서 거기서 거기라고 했으면서 무슨말이냐라고 할텐데, 여기서 큰 줄거리라는건 아까 위에서 말한 '영지물,정복전쟁,모략'이라는 요소보다는 구체적지만 세세한 부분보다는 포괄적인, 메인스토리 정도로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큰 줄거리는 주인공이 원술군 안에서 입지를 다져나가면서 이런저런 사람과 만나고, 가후의 꼬드김으로 조금씩 군주로서 각성을 해나간다 정도로 보시면 되겠습니다만 이게 의외로 꽤 흥미가 가는 스토리입니다. "언제 원술이 물러나고(죽고) 주인공이 군주테크트리를 타느냐" "승계과정에서의 불협화음은 어쩔까" 등등 생각할 거리도 있고 주인공이 점점 높은자리를 바라보는데서 독자에게 카타르시스도 줄 수 있는구성이죠.
다섯번째는 연의와 정사를 아우르는 수준높은 배경지식입니다. 작중설정에서는 정사기준으로 나옵니다만 사실 연의랑 정사가 이것저것 섞여있습니다. 소설적 재미를 위해서는 연의의 요소를 끌어오지 않을수가 없죠. 이건 큰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사든 연의든 결국 재창작된 소설에서, 위화감을 주지만 않는다면 재미를 추구하는게 옳다고 보니까요. 정사처럼 사료로서의 자료만 존중한다면 소설로서는 이만큼 평가를 얻기 어려웠을겁니다. 여하튼 작가분이 삼국지관련한 많은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고(혹은 자료를 잘 찾고) 그것을 작중에 잘 녹아내리고 있다는 겁니다.
좋은 점은 이외에도 많지만 이건 읽어보시면서 더 느낄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이 정도면 좋은 점 소개는 충분한거 같으니 단점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첫번째로는 모두가 알 그 부분, 연예인 팬픽적 요소입니다. 사실 이 작품에서 연예인 팬픽으로서의 비중은 1%도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만 소설에서 연예인 이름이 나오는것만으로도 뒤로가기를 클릭하는 분들도 많고, 그 이유도 충분히 납득이 가능합니다. 이건 작품의 질을 떠나서 특정독자층을 배제시키는 무시무시한 단점입니다. 작품안에서도 비중이 얼마 안되므로 크게 신경은 쓰이지 않지만, 주인공과 혼약을 한 처자가 소녀시대의 누구랑 닮았네~하는 묘사는 꽤나 거슬리는 부분입니다. 소설을 보면서 머리속에서 이미지화 시키는분들도 많을텐데 저렇게 묘사를 하면 싫어도 소녀시대 얼굴이 떠오르고, 그러면 몰입감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다만 최근후기에서 작가님이 연예인 팬픽적 요소를 삭제한 버전을 만들고 문피아에도 연재를 생각하고 있다고 하시니 이 부분은 곧 해결될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조아라가 연예인 팬픽보러 오는분들이 아주 많다는 걸 생각하면 연예인 팬픽으로 끌어놓고 필력으로 붙잡아 둔 독자층도 많다는 걸 잊어서는 안되겠죠.
두번째는 인물들간의 담화에 너무 큰 비중을 쏟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패턴이 비슷비슷하다는데서 문제가 있습니다. 어떤 인물을 설득하거나 어떤 사실에 대해 설명할 때, 옛 고사에 빗대서 이야기하거나 옛성인들의 말을 인용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물론 좋기도 합니다만 매번그러니 "또?"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한 사람이 약 1페이지 가량을 쉴새없이 이야기하는걸 이 작품에선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세번째는 전쟁씬의 부재입니다. 그래도 삼국지하면 전쟁인데 약 1.7MB 정도 연재된 상황에서 전쟁씬이 1~2번에 불과하다는건 특정 분들의 관점에서는 문제가 있을수도 있습니다. 이건 1인칭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한데 주인공이 기본적으로 문관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원술군이 이곳저곳 전선이 있습니다만 딱히 참여를 안 한다는게문제. 이풍과 가후의 강동정벌은 결국 한컷도 못 나왔습니다(...)
게다가 전쟁씬의 묘사도 아주 박진감이 넘치는 편은 아닙니다. 물론 장수들은 정말 저래서 강자구나, 삼국시대 1인군단의 모습을 잘 묘사했습니다만, 대국적인 전장묘사에서는 고개가 갸우뚱 거려지는게 사실입니다. 안 좋게 말하자면 맥아리가 없고, 좋게 말하면 책사의 시점에서의 전쟁을 잘 드러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네번째는 주인공이 삼국지 내의 이름있는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너무너무 흔하다는 겁니다. 연의와 정사를 모두 합쳐서 한번이라도 이름이 언급된 사람은 많아봐야 수천명에 불과할것인데 주인공은 유명한 사람들을 너무 자주 만납니다. 물론 다른 세력에 있는 사람이라던지, 유명한 명사를 만날만한 장소에서 만나는 필연적인 요소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가는 길에서만난다던가, 어디 산에 초가집에 있던 사람이 유명한 사람이라던가 하는 경우가 좀 많은건 약간은 어색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상대진영에서 만나는 인물은 거의 90% 연의나 정사에 이름이 있는 인물들입니다. 가끔씩은 듣보잡도 출현시키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에는 우연적인 요소가 필요합니다만, 썩 비중있는 역이 아니라면 주인공이 "들어본적 없는 사람" 이라는 묘사를 해주어서 연의와 정사에 언급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등장빈도를 어느정도 조절해 준다면 이런 면이 사라지지 않을까 합니다.
사실 단점이라고 적은게 장점에 비하면 꼬투리라고 생각이 될 정도로잘쓴 작품입니다. 물론 이런 작품에도 호불호는 갈리겠죠. 몇 안되는잘쓴 삼국지물이라는데서 평가가 올라가게 된면도 충분히 있고요. 하지만 읽어보고 재미없다, 취향이 안 맞다라면 모르되 그저 연예인 팬픽물이라서, 삼국지물이라서 안 읽는건 작가님에게도 그분에게도 참 안타까운 일이라고 봅니다.
작가님이 문피아에 연재하실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연재하는 장소에 상관없이 건필해주시고 좋은 작품 계속 연재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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