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박건(밀레이온)
작품명 : 올 마스터(ALL MASTER)
출판사 : 도서출판 청어람
[미리니름 잔뜩 있습니다]
[편의를 위해 반말로 하겠습니다]
[글쓴이의 편향적인 시각이 반영되어있습니다]
0. 개요
작가가 9권을 내놓고 훌쩍 군대로 떠나가 통곡하던 게 엇그제 같은데 벌써 10권, 11권이 나와 완결이 난지 이 년이 지났다. 올 마스터와 세계관이 연동되는 소설 D.I.O(다이나믹 아일랜드 온라인)도 한 동안 침묵을 깨고 출판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좋아하는 장르소설 가운데 하나지만, 이 작품을 대하는 독자들의 태도는 실로 극단적이다.
'게임 판타지의 한계를 넘어선 독창적인 소설'이라고 대하는 독자가 있는가 하면, '일빠 냄새나는 표절 소설'이라고 비난하는 독자 역시 다수이다. 앞서 말했듯,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소설이기에 올 마스터에 대한 감상문은 예전부터 써보고 싶었는데, 완결 후 이 년이 지난 오늘에서야 리뷰를 쓰기로 결심했다. 본격적인 리뷰에 앞서 필자는 이 소설을 몹시 재밌게 읽었기 때문에 이 리뷰는 다소, 혹은 굉장히 편향적인 시각으로 써졌을 수도 있다는 것을 미리 밝혀둔다.
1. 게임 판타지?
웹에서 출간작 중 게임 판타지를 추천해달라는 질문을 올리면 팔란티어나 TGP, 탐그루 등 고전 게임소설의 명작이 가장 먼저 올라오고 반, 아르카디아 대륙기행, 더 월드, 신마대전, 어나더 월드, 레이센 등 중견 게임소설이 이어지고, 달빛 조각사, 기갑전기 매서커, 아크 등의 비교적 최근의 게임소설들로 끝을 맺는다. 그 중에 올 마스터가 끼어 있는 경우도 있는데, 작품의 출간 시기 등을 고려해보면 아마 두 번째 그룹에 속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올 마스터. 전형적이다 못해 식상한 제목이다. 이 바닥에 '마스터'란 제목이 붙은 소설이 얼마나 많던가? 적당한 단어 뒤에 '마스터'만 붙여서 검색해도 실제로 존재하는 소설이다. 난 처음 올 마스터라는 소설을 접할 때, 북 마스터와 비슷한 평범한 게임 판타지(해당 작품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건 1권을 다 읽기도 전에 알 수 있었다.
누가 올 마스터를 게임 판타지라고 했는가? 올 마스터는 게임 판타지가 아니다. 이건 농담도 아니고, 거짓도 아니다. 애초에 작가는 올 마스터를 게임 판타지라고 말한 적이 없다. 올 마스터의 표지를 보면 알겠지만 거기에는 분명 '박건 퓨전판타지 소설'이라고 적혀 있다. 처음 그 문구를 본 나는 단순히, 이 소설이 출간될 무렵에는 게임 판타지라는 장르가 아직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다시 한 번 말하자면, 올 마스터는 게임 판타지가 아니다. 오히려 정석적이라고 해도 좋은 이계진입물, '퓨전 판타지'이다.
여기서 올 마스터의 설정을 짚고 넘어가보자. 세계는 크게 네 개의 차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른 두 개는 재끼고 중요한 것은 '판타지 세계'인 파니티리스이며 다른 하나는 '현대 지구'인 프레이드이다. 이 세상에는 초월자로 칭해지는 신들이 있는데, 이러한 신들은 은하계라도 손가락 까딱해서 없앨 수 있지만 모종의 규칙에 얽매어 물질계에서 마음껏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그들은 마족들의 공세에 침략 당하는 파니티리스를 구하고 싶지만 그 규칙 때문에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일루젼'이라는 가상현실 게임을 만들어 프레이드(지구)의 인간들을 강화시키고, 그들 중 뛰어난 인간, 즉 '마스터'를 파니티리스로 보내 마족과 싸우게 한다.
이것을 보면 알겠지만, '일루젼'이라는 게임은 단지 주인공이 강해지기 위한 수단이다. 이는 게임 자체가 목적이 되는 다른 게임소설과 가장 구분이 되는 특징인데, 사실 '일루젼'이라는 단어 자리에 '무공'이나 '마법'이라는 단어를 집어넣어도 큰 문제는 없다. 실제로 올 마스터의 플롯은 게임소설의 플롯과는 상이하다. 게임소설이라면 응당 토끼나 여우를 잡아 레벨업을 하고, 전직을 하고, 히든 피스를 얻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올 마스터는 그런 것이 없다. 초반에 강해지는 과정은 1,2권 정도로 순식간에 넘어가며 비중 있게 다뤄지는 것은 마스터가 되어 파니티리스, 진정한 판타지 세계로 건너가 영웅적인 업적(퀘스트)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1,2권 분량 동안 스승의 밑에서 무공을 배우다가 세계로 나오는 일반적인 판타지, 무협 소설의 왕도(王道)적인 플롯과 흡사하다.
요즘 문피아에서 화제가 되는 Spectator를 예로 들어보자. 이 소설은 처음부터 일반적인 게임이 아니라는 것을 강하게 암시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 판타지이다. 어째서냐? 제임스는 과거로 돌아와 게임을 시작하여 스킬을 얻고 레벨업을 한다. 조금씩 강해지고 파티를 만난다. 비록 퀘스트를 수행하지 않는다거나, 체감도를 낮춘다거나 전형적인 게임소설의 설정을 미묘하게 뒤틀어놓았지만 그럼에도 큰 플롯을 보면 게임소설이다(물론 이후 전개에 따라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올 마스터라는 작품이 주는 카타르시스는 무공을 익히고 판타지에서 깽판을 치는 소드 엠페러, 초능력을 갖고 판타지 세계에서 깽판을 치는 사이킥 위저드와 동일하다. 게임 시스템과 스킬을 지니고 판타지 세계에서 깽판을 치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우수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 판타지가 주는 카타르시스. 즉, 다른 유저들을 놀라게 한다거나, 희귀한 아이템을 얻는다거나, 하는 부분도 확실하게 충족시키고 있다.
올 마스터의 플롯을 비교하자면 오히려 '커넥션'과 비슷하다. 그러나, 아무런 설명도 없이 갑자기 판타지 세계로 넘어가버린 '커넥션'과 달리 훨씬 납득 가능하고 탄탄한 기반 설정이 있으며, 판타지 세계로 혼자 넘어가 게임소설이 지니고 있는 재미를 거의 포기하다시피 한 '커넥션'과 달리, 다른 유저들과 접하고, 게임 이벤트를 수행하거나 하는 등 게임적인 재미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개인적으로 난 올 마스터의 이런 부분을 높게 평가하고 싶다.
2. 세계관
현대 장르소설의 세계관은 고정되어 있다. D&D세계관을 사용한 '드래곤 라자'를 쓴 이영도 작가는 한국적인 세계관인 '새 시리즈'를 쓰고 있으며, 오러 블레이드가 처음 등장한 '카르세아린'을 집필한 임경배 작가는 현대물인 '헬릭스'를 썼는데도 그들 이후에 등장한 작가들은 아직까지도 '드래곤 라자'와 '카르세아린'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후 '이계진입'이라던가 '환생물' 등의 형태가 나왔지만 그 기본적인 세계관은 '묵향 다크 레이디'에 멈춰 있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객관적으로 보면 굉장히 우스운 일이다. 다른 세계관을 예로 들어보면, '타입문 세계관에서 일어나는 성배전쟁'을 쓴 팬픽이 등장인물과 배경만 바뀌어서 매년 수백 작품씩 출간되고 있다거나, '세계정부와 악마의 열매가 등장하는 해적물'을 그린 팬픽이 등장인물의 이름, 지명, 스토리 진행 정도만 바꿔서 매년 수백 작품씩 출간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한국 장르소설은 십 년이 넘도록 드래곤, 오러 블레이드, 써클, 내공, 갑자, 화경, 검강 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갑자기 왜 이런 말을 하는가?
아마 올 마스터를 읽은 독자라면 이런 의문이 들 것이다. 올 마스터는 전형적인 양판소의 세계관을 사용하고 있다. 검기가 나오고 검강, 써클 마법, 드래곤, 전생, 마족, 정령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다르다. 올 마스터의 세계관에는 양판소 세계관에 대한 '재해석'이 존재한다. 재해석조차 포기한 양판소가 널려 있는 이 시점에서, 이러한 차이는 작은 것 같지만 사실 매우 큰 차이다.
예를 들어, 최근 무협소설 중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한백무림서' 시리즈를 보자. '한백무림서'를 보면 검기가 등장한다. 검강도 등장한다. 내공이 등장하고, 영약도 등장한다. 이기어검술도 등장한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가 등장한다. 이렇게 늘어놓고 보면 김용의 무협세계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직접 읽어보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무당파라도, 화산파라도 같은 무당파, 같은 화산파가 아니다. 내공이라 해도 같은 내공이 아니다. 신선이 등장하고 영물도 등장한다. 분명히 다르다. 어째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느냐? 그건 작가의 재해석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다시 올 마스터로 돌아가자면, 올 마스터의 세계관 자체는 색다를 것이 없다. 판타지좀 읽었다 싶은 유저에게는 익숙한 단어들이 잔뜩 나온다. 그러나, 다르다. 이 세계관에서의 검강이란 차원조차 가르는 초월자의 절대적인 권능이다. 한 세계관에 수백 명씩 사용하는 사람이 나오는 검강과는 다르다. 그랜드 마스터라고 해도, 단순히 '쌔졌다!'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본마나제어능력'이라는 특수한 힘을 지닌다. 마왕이라 해도, 용사에게 발리는 존재가 아니라 그 자체로 '신성'을 지닌 존재이며 어지간한 차원조차 멸절시킬 강자이다.
그 외 고유한 설정도 존재한다. 초월자, 신성, 아수라, 신드로이아, 사도, 등등. (물론 더 로그나 D&D 세계관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한 내용은 조금 있다가 언급하겠다) 진부한 설정을 자신만의 색으로 소화해냈다. 어제 '위대한 탄생'을 보니까 가수가 노래를 리메이크하더라도 자기만의 색깔로 소화해내야 좋은 평가를 받는다 하던데, 왠지 그 말이 지금 생각난다.
사실 위의 설정 중 상당수는 작가의 전작, '사신도'에서 이어진 설정인데, 사신도가 더도 덜도 말고 딱 평범한 이고깽 양판소였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 설정을 끌어오는 과정에서 작가가 얼마나 머리 싸매고 고생을 했는지가 알 수 있다.
또, 가상현실게임 '일루젼'의 설정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플레이어의 '재능'을 요구하는 게임(물론 현실에 이런 게임이 나오면 안한다. 물론, 가상현실이라는 것의 특성상 사냥만 할 필요는 없고, 실제로 유저 중 상당수는 사냥을 포기한채 여가시간을 보내는 모양이지만)이라는 것도 이후 몇몇 게임소설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마비노기'의 영향력이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루젼의 세계관이나 시스템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다.
3. 필력
앞에서는 칭찬만 했으니 슬슬 단점을 말하겠다. 필력. 글을 읽는데 중요한 요소다. 아무리 재밌다는 칭찬이 가득한 작품이라도 첫 페이지를 딱 펼쳤는데, 문체가 이상하면, 맞춤법이 맞지 않으면 읽기가 싫어진다. 당연하다. 필력이란 사람의 얼굴이나 마찬가지다. 일단 얼굴이 잘 생겼으면, 그 내면이 어떻든 일단 호감이 간다.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반면, 얼굴이 못생겼으면 그 내면과는 상관 없이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긴다.
올 마스터의 필력을 말하자면, 평범하다. 작품 전반적으로(사실 말하자면 박건이라는 작가 전반적으로) 휘긴 경의 영향력이 강하다. 그 때문인지 전투씬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려고 하는 듯하긴 한데 휘긴 경 특유의 박력 넘치는 전투씬에 도달하기에는 못미친다. 단, 이는 전작 '사신도'에 비하면 진화, 혁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굉장히 발전한 수준이다. 근처 책방에서 '사신도'를 빌려 딱 다섯 페이지만 읽어봐라. 과연 같은 작가가 쓴 게 맞는 수준인가? 싶을 정도의 발전이다.
박건 작가의 가장 큰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지나친 설명조적인 문장이며, 두 번째는 일본 번역체의 말투이다.
설명조적인 문장의 대표적인 예는, 주인공 밀레이온의 초중반 주력 기술 중 하나인 '마나동결'이다. 음기와 양기가 어쩌구, 로 시작되는 문장은 작품이 끝날 때까지 최소 다섯 번은 등장한다. 단순히 '마나동결을 사용했다'라는 문장 한 마디면 끝날 것을 가지고 몇 번씩이나 반복한다. 그 외에, 정말 '아무래도 좋은 설정'을 쓸데없이 늘어놓는다거나, 독자가 별로 알고 싶어하지 않는 내용에 대한 지식을 말하는데 무의미한 페이지를 소모하기도 한다. 이 버릇은 최근작 D.I.O에서도 여전한데, 갯가재나 세계수영기록에 관한 설명을 들으며 '과연 이걸 꼭 써야 했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좋게 말하면 이것도 작가의 개성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다만 올 마스터의 후기에서도 언급했듯이 작품 중반 이후 스토리가 다소 늘어지는 면모를 보였는데, 이런 무의미한 설명조 문장만 제외했더라도 한 권 분량 정도는 적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만, 밀레이온이 대장장이 시험을 치루는 부분은 개인적으로 꽤 흥미로웠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두 번째이다.
말할 것도 없이,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일본에 대한 감정은 굉장히 나쁘다. 서로 인접한 나라가 사이 좋은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 드물다고는 하지만, 일제시대라던가 독도문제라던가 하는 것이 겹치면서 일본과 한국의 관계는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장, 일본 대지진 때문에 수만 명이 죽거나 실종된 상황에서도 '꼴 좋다'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는 것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여기서 한 마디 하자면, 올 마스터의 작가는 상당한 오타쿠다(...) 조금 있다 자세히 다루기는 하겠지만 사신도와 올 마스터 사이에 공백에서 페이트를 접했는지 관련 패러디가 상당히 많고, 세계관도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재패니메이션을 좋아하는 것과 일본 번역체 문장을 사용하는 것은 전혀 별개다. 나 역시 재패니메이션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라 그럭저럭 괜찮지만, 그렇지 않은 독자에게 특유의 문체는 꽤 부담을 줄 수 밖에 없다. 일본이 싫다거나, 그런 문제를 떠나서 읽기가 힘들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이 문제는 D.I.O로 넘어온 현재에도 눈에 띄는 큰 발전을 보이지 않는다.
그 외에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말은 10, 11권의 처참한 퀄리티 문제다.
물론 9권 마감 직후 작가가 입대했다는 사정이 있으니, 이해 못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마 장르소설 사상 최악으로 평가받는 절단마공 중 하나일) 9권의 엔딩에서 독자들에게 잔뜩 기대를 불어넣고서 10권으로 넘어가자 갑자기 끓어올랐던 마음이 식는 것을 느꼈다. 스토리가 마음에 안들었나? 그건 아니다. 작가가 원했던 형태로 잘 마무리했다고 느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꼭 군대에서 글을 썼어야했나, 라는 개인적인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기다리는 독자를 위해서는 옳은 선택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재대 후 조금 더 여유를 갖고 완결시키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지 않는다면 거짓이리라. 무엇보다, 군대에서 쓰여진 10권의 퀄리티는… 포풍처럼 몰아치는 색드립의 향연 때문에 눈물날 정도다. 아무리 군대라지만…….
4. 표절논란
그래. 굉장히 조심스럽지만, 반드시 다루어야만 하는 문제이기에 일부러 뒤로 빼냈다. 사실 이 리뷰를 쓰기로 결심한 이유가 이것 때문이며, 올 마스터를 싫어하는 독자들의 상당수는 이 때문에 마음을 돌렸으리라 생각한다.
올 마스터에는 '신기'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마스터가 특정한 퀘스트를 깨면 얻는 무기의 통칭인데 이는 마스터의 심상, 즉 평상시 갖고 있던 이미지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즉, 평상시에 '드래곤볼'을 보고 '근두운을 타고 싶어'라고 생각했다면 신기로 근두운을 얻을 확률이 높다. 물론, 진짜 카카로트가 타고 다니던 근두운이 아닌 이미지로부터 만들어진 거짓일 뿐이지만, 능력만큼은 확실하다. 그 외에도 유저들이 평상시에 갖고 있던 심상. 즉, 만화나 소설, 게임, 신화, 전설 등에서 보았던 무기를 얻게 된다.
사실 난 이러한 설정을 보고 감탄했다. 아, 이렇게까지 소재를 사용할 수 있구나. 이런 식으로 재미를 얻을 수도 있구나. 32명의 신기를 합친 초신기 메타트론──캐리어가 등장하는 것을 보며 정말 웃었다. 개인적으로 신기라는 소재를 굉장히 독창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 같은 사람이 있으면, 그것이 못마땅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11권에서 극대화되었다. 페이트 스테이나이트의 등장인물인 '시로'라는 아이디를 갖고, 동 작품에 등장하는 검인 '엑스칼리버'라는 신기를 사용하는 마스터, 그리고 창세기전 시리즈의 등장인물인 '살라딘'이라는 아이디를 갖고 동 작품에 등장하는 '멸살지옥검'이라는 신기를 사용하는 마스터, 그리고 지나가듯 나오기는 했지만 '무한의 검제'를 사용하는 '아챠코'의 등장. 게다가 그들이 허무하게 죽어버린 것으로 기존부터 신기란 설정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독자들이 '메리 수 기법'이라 여기며 폭발했다.
메리 수란, 흔히 말하는 먼치킨과 비슷하다고 볼수도 있다. 흔히 팬픽에서 사용되는 것인데 터무니 없이 강한 오리지널 캐릭터가 등장해서 기존의 강자들을 깔아뭉게는, 그러한 진행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어 '드래곤 볼'에 작가의 오리지널 캐릭터가 등장해서 카카로트, 배지터, 셀 등을 손가락 하나로 죽여버린다거나, '더 로그'에 오리지널 캐릭터가 나와서 류카드 드래곤베인이나 윌카스트, 위천사들을 처참하게 발라버린다면 전형적인 메리 수 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문제는 '외형묘사나 이름이나 기술이나 명백하게 특정 캐릭터를 노리고 있는 캐릭터가 처참하게 죽거나, 패배했다'라는 점이다. 일부 독자들은 그것을 악의적인 메리 수 기법의 사용이라고 생각했다. 주인공 밀레이온은 해당 세계관의 마스터 중 최강자 중 한 명인 반면, 시로나 살라딘이나 아챠코는 그저 그런 마스터에 불과했으니까 세계가 멸망으로 다가가는 시점에서 당연하다는 듯이 죽어버린 것이다.
솔직히 시로나 살라딘이나 아챠코에 대해서는 아무리 팬이라고 해도 할말이 없다. 이런 부분에서 관대한 편에 속하는 나조차 아챠코가 등장했을 때는 눈살을 찌푸렸다. 내가 10권, 11권을 낮게 평가하는 이유 중 하나인데, 10권은 군대에서 쓰여진 거라 그런지 색드립이 몰아치고, 11권은 재대 직후 쓰여진 거라 그런지 패러디가 몰아친다.
이에 대해서는 작가가 직접 사과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깔 사람은 계속 까고 있다. 박건 작품에 전반적으로 큰 영향을 끼친 것이 분명한 휘긴 경의 더 로그 역시 D&D 설정의 표절(도용)논란 때문에 직접 미국까지 찾아갔던 것을 생각해보면 실로 기묘한 운명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가 없다. 일단 그럭저럭 원만하게 해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더 로그가 계속 무단도용 내용으로 까이는 것으로 볼 때 올 마스터 역시 표절논란은 작가가 계속해서 끌고 가야 할 문제임이 분명하다.
이뿐 아니라, 스토리 진행에 관한 논란도 있다.
류카드 드래곤베인과 무신 다크의 유사성(더 로그).
소드 블래스터와 드래고닉 피어싱의 유사성(더 로그).
핸드린느와 이리야스필 폰 아인츠베룬의 유사성(페이트).
기타 등등.
물론 태고 이래로 완전한 창작은 없다는 말이 있듯, 스토리 진행상의 유사점이야 굳이 올마스터가 아니더라도 수없이 존재하며 킬빌, 매트릭스, 놈놈놈, 니시오 이신 등의 작품처럼 단순히 오마쥬로 넘길 수도 있다. 하지만 신기 및 메리 수 논란과 더불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덕분에 이 부분도 더하여 부각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사실을 말하자면, 난 더 로그, 페이트의 두 작품 모두 굉장히 굉장히 좋아하지만 두세 번씩 읽기 전에는 유사점을 알지 못했다.
5. D.I.O
현재 박건 작가의 차기작 D.I.O가 2011년 3월 기준으로 5권까지 출간되었다. 디오 역시 전작과 마찬가지로 '특수한 게임 판타지'인데, 올 마스터에 비해서 좀 더 게임의 비중이 크고 디테일해졌다. 재미있기는 하지만, 사실 올 마스터를 굉장히 재밌게 읽은 입장에서 다소 실망스러운 생각이 든다. 좀 잔인하게 말하자면 '백경이라는 설정 빼고는 볼 게 없는 작품'이다.
백경(1,000,000,000,000,000,000) 분의 일(1)의 천재.
사실 장르소설의 주인공 중에 천재는 많지만, 이렇게 대놓고 천재인 경우는 정말 보기 드물다. 아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즐기는 천재, 노력하는 천재, 그냥 천재, 미친 듯이 노력하는 범재라는 말을 듣고 난 이 설정을 어떻게 끌어나갈지 궁금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재미가 없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올 마스터에 비해 낫냐고 하면, 글쎄. 라고 밖에는 말할 수가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즐기는 천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는 점에 있다. 주인공 멀린은 즐기는 천재라기보다는 오히려 노는 천재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천재라는 설정이 등장한다면, 천재라는 설정으로 재미를 끌어내야 한다. 하지만 멀린은 천재는 맞지만, 그 설정에서 도저히 재미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결론만 간단히 말하자면 D.I.O는 재미가 없다. 백경, 즐기는 천재, 다종다양한 능력, 정말로 재미를 이끌어낼 수 있는 다양한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느낌이다. 100의 재미를 낼 수 있는 설정을 가지고 기껏해야 3,40밖에 끌어내지 못한다면 그건 '재미있다'라고 말할 수 없다.
또 다른 문제점은 세계관이다. 아니, 이 경우에는 다이나믹 아일랜드가 갖고 있는 '게임관'이라고 해야할까.
올 마스터의 일루젼은, 초월자가 이계의 인간들을 훈련시켜 다른 세계를 구원한다─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시스템으로서는 그 자체로 완성되어 있는 게임이었다. 게임 속에서 마법을 배우고, 무공을 배우고, 신기가 존재하고, 마스터 스킬이 존재하고. 솔직히 감탄했다. 게임 판타지를 이런 식으로도 쓸 수 있구나, 하고.
그런데 그게 문제였다.
D.I.O는 직업을 대신해서 영력 타입을 선택한다. 레벨 업을 하는 대신, 시험을 치뤄서 성장의 정도를 확인한다. 이는 일반적인 게임이 가질 세계관이 아니다. 물론, 대놓고 '평범한 게임이 아니다'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장치로 사용한 것일수도 있지만 그런 장치는 이미 작품 전역에 넘칠 정도로 존재한다. 바보가 아닌 이상 D.I.O가 평범한 게임이라 생각하는 독자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기이한 시스템을 사용한 것은 일루젼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D.I.O의 무공은 완성되어 있다, 라는 말이 본문에 몇 번이고 등장한다. 그와 마찬가지다. 일루젼의 시스템은 이계의 전사를 양성하기 위해 만든 게임이란 의미에선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 전작의 그늘을 의식해서 그 설정을 무리해서 독창적이게 바꾸다 보니, D.I.O의 시스템이나 설정은 상당한 무리수를 두게 되었다. 물론 D&D쪽에서 착안한 것으로 보이는 레벨제도라던가, 직업이 아닌 영력을 선택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내공/마력의 두 가지 힘을 사용하던 일루젼에 비해 '강함'에 대한 설득력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꽤나 눈에 거슬리는 시스템이다. 사실 독자들 중에서 내적인 설정이나 세계관을 따지며 보는 독자는 적다. 그런 의미에서 D.I.O라는 게임은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그 외에도 아직 올 마스터의 전성기 시절의 필력을 회복하지 못했다던가, 스토리 진행이 너무 느리다거나 하는 문제점도 있다. 다만, 아직까지 멀린의 출생, 과거의 비밀이 남아 있으며 5권의 마지막에서 제법 스토리가 급진행되었기 때문에 좀 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6. 접으며
극히 주관적이고, 쓸데없이 긴 감상을 읽어줘서 감사한다. 스크롤을 내린 사람도 감사한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난 이 소설을 좋아하기에 올 마스터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리뷰가 마음에 들지 않을 거다. 표절문제에 대해서도 다소 옹호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다만, 난 장르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거란 결국 재미라고 생각한다. 장르소설은 재밌기 위해 보는 거다. 문학성이나 작품성도 중요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재미다. 작품성을 찾고 싶으면 당장 판타지는 집어 던지고 '파우스트'나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읽어라. 드래곤 라자나 새 시리즈가 작품성, 작품성 하지만 세계적인 고전인 그것들보다 우수한 작품성을 갖고 있을리가 없지 않은가? 그러니 '작품성 때문에 드래곤 라자를 읽는다'라는 말은 하지 마라. 드래곤 라자가 유명한 이유는, 이러니 저러니 해도 재밌기 때문이다.
재미가 있다면 용서가 된다. 개인적인 의미에서 올 마스터는 '이계진입물'의 재미와 '게임판타지'의 재미, 거기에 '현대물'의 재미까지 섞은 최고의 오락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소설을 읽으며 난 몇 번씩이나 작가의 상상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게임을 통해 전사를 육성한다거나, 올 마스터 타이틀이라던가, 우주 시작 이전부터 수많은 삶을 살아온 전생이라거나, 라일레우드를 들고 싸우는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전투씬이라던가. 이러한 것은 적어도 나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소재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소 색안경을 벗고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표절문제있는 작품'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재밌는 글을 읽지 않는다면 너무 아쉽지 않은가(물론 취향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만큼 나만큼의 재미를 느끼지 못할수도 있다). 음. 거의 두 시간 동안 쓴 것 같다. 퇴고까지 하기는 귀찮고……. 이만 글을 접겠다.
덧, 개인적으로 부탁하자면 작품에 대한 악의적인 댓글은 자제해주셨으면 좋겠다. 열심히 장문의 리뷰를 써서 올렸는데 해당 작품에 대한 악플이 잔뜩 올라와 있으면 마음이 몹시 아프다. 앞서 말했듯 이 리뷰는 극히 개인적이며, 내 독자관이 영 못마땅하면 개인적으로 쪽지를 보내자. 소설론을 나누는 것은 환영이다.
Comment ' 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