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이상혁
작품명 : 카르마 마스터(1~4권 출간중)
출판사 : 청어람
먼저 팔팔하게 활동중이신 젊은 작가님을 노장이라며, 또 아직은 죽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모르겠다는 투의 비장한 뉘앙스를 제목으로 삼은 건 요즘 장르 시장을 바라보는 걱정스러움 때문이지만, 한편으로는 저만의 기우이기를 바랍니다.
현재 4권까지 출간된 이 책은 게임소설입니다.
여느 게임소설들이 의레 그렇듯 게임 세상과 현실 세상을 번갈아 가며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또한, 여느 게임소설들처럼 주인공은 히든클레스이며 황당무계할정도로 먼치킨입니다.
저랩일때부터 고랩몹을 아작내고, 남들은 한창 열랩 중일때 일찌감치 만랩을 찍었으며, 이제는 게임서버를 다운시킬만큼 강력한 스킬마저 보유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현실 세상 속의 주인공은 10년 넘게 정통 우슈를 배운, 실제로 사용가능한 내공을 보유한 진짜 고수이며 주변 인물들도 하나같이 평범하지가 않습니다.
이러한 말도 안되는 설정들이 여느 게임소설들과 다를바 없지만, 그런것들이 그럴듯하게, 말이 되도록 보여지기에 여느 게임소설들과는 전혀 틀리기도 합니다.
소설은 그중에서도 장르 소설은 꾸며진 이야기, 허풍이 그럴듯할수록 좋은 소설이겠지요.
하지만 요즘은 그럴듯하지 않아도 독특하거나 기발한 상상력만으로도 충분히 평작, 수작쯤으로 대우받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나 게임소설은 가상현실이라는 특수성으로 더더욱 그럴듯한 개연성을 부여하기가 어려운건지 화려한 이펙트의 퍼레이드로 치중하는 경향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신기한 몬스터나 아이템, 스킬 그리고 특이한 배경 장소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을 느끼곤 합니다.
<카르마 마스터>는 게임소설이기에 가상현실이라는 특수성을 가졌지만, 말이 안되는 상황들이 저마다 그럴듯한 개연성으로 걸러져 말이 되게끔 그려집니다.
저랩일때 고랩몹을 잡고, 남들보다 훨씬 빨리 만랩을 찍고, 강력한 스킬을 보유하는 건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한편으로, <카르마 마스터>에서는 주인공이 왕따 아닌 왕따라는 설정때문인지 의외로 등장인물이 적습니다.
그렇다고 이야기가 단순하거나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현실세상과 게임세상이 절묘하게 맞물려 얽혀지고 그 사이에 복선들이 깔려있어, 때로는 긴박하게 조이거나 또 때로는 느슨하게 풀리며 다채로운, 마치 놀이기구를 타는듯한 재미를 느낍니다.
또한, 강변에서 주인공에게 싸움을 거는 이웃학교 학생, 조폭 두목집의 문지기, 엘프마을의 나무정령처럼 잠깐 등장하는 엑스트라들마저 저마다 역활에 맞는 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등학생인 주인공은 억지로 포장하지 않고 딱 고등학생 수준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AI지만 아직은 어린아이이기도한 엘베로사(엘베로사의 팬입니다;;)는 정말 어린아이처럼 보여집니다.
그럴만한 세계 속에서 그럴듯한 인물들이 그럴만한 이유로 움직이니 게임소설임에도 이야기는 생생한 현장감을 전해줍니다.
결론적으로 <카르마 마스터>는 아주 잘 꾸며진 허풍이며, 그래서 좋은 향기가 납니다.
이거야말로 노장 작가 이상혁님만의 관록이라며 찬사를 보내고 싶지만 저마다의 기준이 다르니 공감하실런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아쉬운 건, 모든 출간 소설을 보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대여점 소설 중에서 <카르마 마스터>, <가면의 군주>, <그랜드 로드>를 올해의 판타지 수작으로 꼽고 있는데 정작 대여점에서는 보기가 힘든 상황입니다.
동네 책방 중에 <카르마 마스터>는 찾는 사람이 적은지 얼마전에 반품을 하였고 <가면의 군주>, <그랜드 로드>는 아예 들여놓질 않거나 일찌감치 반품이 된 상황입니다. 그래서 책이 출간될때마다 멀리 출장을 가야합니다. 그나마 <헬릭스>가 책방에 있다는 게 행복합니다.
각자의 취향이 다르고, 전체 시장 상황을 모르기에 정답일 수는 없겠지만 제 기준으로는 <카르마 마스터> 같은 수준의 글들이 주류로, 그러고나서 번쩍이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신인작가들의 글들이 사이사이를 매꾸며 장르시장이 형성되기를 바라지만 실상은 정반대인 것 같습니다.
실력있는 작가들이 제대로 대우를 받고 그래서 더 좋은, 더 많은 글들이 쏟아지는 시장이 되기를 고대합니다. 그래야 독자인 저로서도 풍요로운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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