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정상수
작품명 : 아로스 건국사
출판사 : 로크미디어
이 소설은 색깔이 굉장히 뚜렷합니다. 회색빛…이랄까요. 인물들의 외향묘사는 아예 없어서 주인공인 레미레스 아로스가 호리호리한 체격인지, 아니면 2m가 넘는 거한인지, 금발벽안의 미남자인지, 아니면 곱추의 추남인지, 평범한 인상의 사내인지조차 알수없습니다. 몰론 여타 조연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거기에 인물의 내적갈등이나 심리묘사 역시 거의 찾아보기 힘들고, 그들의 개인적인 문제역시 거의 다루지 않습니다. 쉽게 말해서 인물들간의 '개성' 은 눈꼽만큼도 찾아볼수 없달까요. 주인공과 그외 극소수의 몇몇 인물들을 제외한 나머지들은 그저 자신의 '역할' 에만 충실할 뿐입니다. 행정관이면 행정관, 망해가는 제국의 황제면 망해가는 제국의 황제…. 뭐, 이런식으로 말입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단점만 주구장창 늘어놓은것 같은데, 제가 생각하기에 이런 요인은 '단점' 이라기보다는 소설의 '특징' 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목부터 노골적이지 않습니까, '건국사'…문자그대로 판타지소설이라기 보다는 건국사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인물들간의 갈등보다는 세력과 세력간의, 국가와 국가간의 대립에 치중했다고 볼수있겠죠. 문체역시 건조하기 그지없고, 사건은 끊임없이 스피디하게 일어나며 독자들에게 쉴틈을 주지않죠. 그렇기에 호불호가 확실히 갈린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굉장히 재밌게 봤습니다. 영지물을 상당히 좋아하거든요. 그 이유, 다시말해서 아로스 건국사의 장점(+요인)을 살펴보겠습니다, 지금부터.
아로스 건국사에는 도라에몽이 없습니다. 이게 무슨 뜬금없는 말이냐 하면, 퍼주기 바쁜 존재들이 없는겁니다. 개인적으로 영지물에서 가장 싫어하는 요인이 그것입니다. 영지물을 보는 재미가 무었이겠습니까?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틀리겠지만, 주인공의 영지가 차근차근히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재미는 분명히 공통된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헌데 도라에몽과 같은 존재가 있으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요. 동네 뒷산에 자리잡으신 드란곤이 준 보물로 재난을 해결하고, 근처 숲에있는 엘프들한테 이것저것 얻어서 특산물 삼고…. 이건 뭐, 영지물이라고 할수도 없겠군요.
아로스 건국사에는 그런 존재가 없는겁니다. 이 점이 제 마음에 쏙 들었달까요. 또 여타 영지물이나 판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전문성이 또다른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몰론 취향에 따라서 그런것들을 지루하게 느끼실수도 있겠습니다만…, 여타 영지물에서 흔히보던 뜬구름잡는 영지민 인구나 화폐가치등에서 벗어나서 보다 현실성있고, 독자들을 납득할수있게 해준다고 생각합니다. 독자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까지 세심하게 신경써준달까요…. 영지 근처에 있는 황무지 개간, 그냥 농민몇명 보내면 뚝딱해결, 뭐 이런게 절대 없는겁니다. 말하자면 '전문화된 영지물' 이랄까요.
위에서 잠깐 언급했던 스피디함, 이것도 제가 생각하기에는 매력입니다. 초반부를 본지 워낙 오래되서 예를 들만한 것이 생각나지 않아 노란병아리님의 블로그에서 본 내용을 대충 차용해보겠습니다. 2권 중반부인가…, 주인공인 레미레스 아로스가 귀족보다는 평민위주의 정책을 펼치는 등, 귀족들의 반발을 일으킬만한 정책을 펼칩니다. 그래서 그들은 불만을 가지고 모의 비스무리한것을 하죠. 제가 생각하기에 이 부분은 길게쓰자면 한없이 늘어날 법한 장면입니다만…이 역시 한쳅터도 되지 않습니다. 한권안에 굉장히 많은 내용이 들어있는겁니다.
아, 많은분들은 주인공의 먼치킨에 대해서 단점이라고 생각하시는것 같더군요. 그냥 마나 어쩌구저쩌구 몇줄 적어놓고는 7서클 마스터에 소드맛스타가 말이되냐…. 저도 공감가는 바입니다만은, 소설의 색깔이 그런거라고 생각합니다. 건국사에서-아무리 주인공일 지언정-한 인물의 수련에 대해서 오랫동안 다룰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강력한 무력은 최소한의 메리트가 아닐까요. 무수히 많은 존재들의 견제와 질시를 받는 상황에서 그도 없으면 이야기 전개가 너무 힘들어질꺼라고 생각합니다. 레미레스가 자기 힘만가지고 다 해먹는것도 아니고…, 힘에관한 최소한의 개연성도 갖추었으니까요.
약간의 지루한면도 없지않지만…, 영지물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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