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임준욱
작품명 : 촌검무인
출판사 : 북소리
촌검무인은 누구라도 인정할만한 필력을 가진 임준욱님의 작품입니다. 농풍답정록의 감동을 잊지 못해 찾은 두번째 작품이지요. 다행히, 어쩌면 역시나라고도 할만큼 만족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
완결까지 2권이기 때문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습니다. 짧다고 느껴질지 모르지만, 예전에 더 월드 였던가요.(이름이 잘 떠오르지 않네요) 게임소설이었는데 그것도 짧은 3권으로 충만한 스토리에서 재미를 느꼈기 때문에 별다른 의구심 없이 읽게 되었습니다.
전체적인 틀은 시골사는 재능이 뛰어난 무인 포이종이 그동안 갈고닦은 무공을 펼칠수 있는 기회, 바로 화산의 무림대회가 개최되면서 참가하고 다시 돌아오기까지의 내용을 다룬 소설입니다.
일견 간단한 내용으로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재능이 뛰어난 주인공을 바라보는 사부, 사형제인 처남, 아내, 사부의 친구, 화산의 인물들, 젊은 무인들의 입장에서의 시선과 이해감정이 잘 드러난 작품입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방응들이지만 배경인물들의 행동과 말 한마디는 가볍지 않고 사실같이 묘사됩니다. 그래서 평범해보이는 내용이지만 가볍게 넘길 수 없으며 두번 곱씹어 생각해볼만큼 깊은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한 예로 주인공이 화산에 가는 길에 유인되어 비무를 할 때 사부의 친구는 숨어서 몰래 지켜보죠. 그 때 주인공이 위험에 처하는 순간이 다가옵니다. 그럼 흔히 이런 전개가 많다고 봅니다. 당장 나가서 구해준다. 미처 나가지 못하지만 주인공의 예상외의 무공실력이 드러나며 살아난다. 그러면서 서로 고맙다고 하던가, 자네의 무공이 예상 보다 높다고 한다던가 이런 말들이 오가겠지요. 그러나 임준욱님은 여기서 사부의 친구가 주인공의 능력이 뛰어남을 보고 자신의 제자가 조금이라도 더 낫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 주인공이 미약한 부상이라도 당하기를 바라는 내면의 어두운 그림자와 고민하는 장면을 집어넣으며 이야기를 끌어나가십니다. 이 외에도 단순하지 않은 인간미있는 전개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주인공을 중심으로 유기적인 주변인물들이 임준욱님의 글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항상 전체를 조명할 수 있도록 농풍답정록에서도 여기서도 글의 초반에 주변인물들을 보여주고 항상 주인공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사실적인 글이기 때문에 가볍게 보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지요. 그리고 재미나 통쾌함이 적다고나 할까요. 적어도 촌검무인에서는 그점이 아쉬웠습니다. 좀더 흥미를 유발할만한 극적인 장치나 긴박감, 아니면 진한 여운을 남길만한 것을 집어넣었으면 어떨까하구요. 딱히 꼬집어 말하기 어렵지만 농풍답정록은 좀 더 재미있는 요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마 2권이라는 분량 때문인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진가소전을 읽어봐야겠네요.
<추가-개인적인 소견>
빼먹은 내용이 있네요.
화산검선과 장로들의 대화는 여타 무협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주제입니다. 부와 명성을 추구하려는 장로와 이를 반대하는 장로간의 대립이 바로 그것이죠. 지금까지 그러려니 이러한 주제가 담긴 글을 읽어왔으나, 사실 도인은 도만 닦으면 된다고 단순하게 주장하는 인물이 나오는 작품들을 보면 어리석게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정말 도만 닦는다면 문파를 어떻게 운영하나요. 제자들에게 공부만 시키면 된다하지만 명성이 쌓여야 신뢰를 바탕으로 제자들이 들어올 것이며 그래야만 문파가 존속되지 않을까요? 촌검무인도 초반에 자세한 언급이 없어 곱게 보지 못했습니다. 이로인해 저도 잠시나마 깊이 생각해봤구요. 나름 연륜이 묻어나고 자신의 도를 깨우친 사람이 세상의 그런 간단한 이치를 무시할 수 있을까 하구요. 결과는 아니죠.
임준욱 작가님은 여기서 점창파를 언급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명성을 추구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라고 작가님은 말씀하시는 것일까요? 도만이 최고인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일까요?
다행히도 작가님은 화산검선을 통해서 지나침은 없는 것만 못하다와 유사한 말을 통해 화산이 주변을 돌보지 못하고 지나치게 집착한다고 말합니다. 즉 어느정도는 필요함을 작가님도 의미하신거라 미루어 짐작해봅니다. 그런면에서 촌검무인이 더 와 닿았구요.
이 이야기를 굳이 언급한 이유는 다른 무협에서 이런 주제의 대립이 나올 때 단순히 '도인은 도를 닦고 세속을 멀리해야하네'와 같은 너무 극단적인 표현으로 단지 파를 나누기 위한 장치로 사용되지 않았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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