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오슨 스콧 카드 지음, 백석윤 옮김
작품명 : 엔더의 게임
출판사 : 루비박스
성장소설에 철학적 사유, 인간적 갈등이 덧붙여진 한편의 장대한 스페이스 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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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스 렛츠리뷰에 당첨되어 읽게 된 소설입니다.
우선 띠지에 쓰여 있는 '아마존에서 SF 부문 수 년 연속 2위'라는 문장에서 살짝 뿜어버린 것은 넘어가고.
첫 렛츠리뷰 당첨작으로 이런 좋은 소설이 오다니 전 아무래도 행운아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정가가 무려 14800원에 페이지수 492페이지. 우오.
판타스틱에서 '다이디 타운'을 읽은 후, 이런 류의 본격 SF에 상당히 흥미를 가지게 된 터였고, 전뇌코일이나 RD잠뇌조사실 같은 일본의 SF 애니메이션들을 최근 매우 재미있게 보았던 터라, 이번 렛츠 리뷰 당첨 소식을 들었을때는 정말 기뻤습니다. 사실, 유명 SF 소설을 국내에서 접하는게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평소에 구입하는게 라이트노벨 종류다 보니, 1만원 이상의 돈을 한권의 책을 위해 지출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고;
옮긴이의 말에서 이 책을 'Page-turner(페이지가 술술 넘어가는 책)'이라고 표현하는데, 그 말이 정말 딱 들어맞는 책이었습니다. 읽는 내내 뒤가 궁금해지는 흥미롭고 속도감 있는 전개에, 그야말로 이야기 전달에 최대한 치중하는 깔끔한 문장. 그리고 매 챕터마다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그 이야기는 1977년에 처음 쓰여지고, 1987년에 장편으로 개작되었다는 이 소설이 현대 SF의 새로운 고전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500 페이지에 가까운 두꺼운 분량이지만, 적어도 '소설을 읽는 동안'은 전혀 다른 곳에 신경쓰지 않아도 될 정도의 몰입감을 보여주었으니까요.
소설은 '앤드루 위긴', 일명 '엔더'라는 아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성장 소설의 형식을 취합니다. '버거'라 불리는 외계생명체와의 두차례의 전쟁 후, 인류는 언젠가 닥쳐올 다음 전쟁을 위해, 지휘관을 만들어내려 하고, 그 와중에 가장 적절한 인재로 뽑힌 것이 엔더입니다. 엔더는 불과 여섯살이라는 나이때부터 가족과 떨어져 철저하게 전쟁 지휘관으로 키워집니다. 교관들은 그의 능력을 최대한 뽑아내기 위해 철저하게 고립시키고 단 한순간도 평화롭게 지낼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엔더는 인류를 구할 영웅이자, 절대적으로 인류에게 필요한 존재이지만, 필요한 것은 '엔더의 능력'이지, '엔더'가 아닙니다. 소설 속에서 엔더는 처음부터 성인과 별 다를 바 없는 사유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끊임없이 속고, 괴로워합니다. 엔더는 마지막까지 그들에 의해 아무것도 모른체 움직일 뿐입니다. 그 와중에 다양한 사람들이 엔더 주위에서 움직이고, 엔더와 떨어진 곳에서 엔더만큼이나 천재적인 엔더의 형과 누나는 그들 나름대로 인류의 미래를 위해, 그리고 엔더를 위해 여러가지 준비와 활동을 벌입니다.
책 마지막에는 버거 전쟁이 끝난 후, 엔더의 이후 이야기를 다룬 짤막한 마지막 이야기 '죽은 자들의 대변인'이 실려 있습니다. 본편보다 약간 추상적인 이야기로 흘러 상당히 다른 분위기를 띕니다만, 본편에 비해 피상적이고 이상적인 이야기라는 것이 약간 아쉬운 편이었습니다. 엔더 위긴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의 이름 또한 '죽은 자들의 대변인'이라고 하는데, 여기에서 관련이 있는 이야기인 것 같네요.
작가 서문을 보면, 이 책을 각별히 사랑해 준 사람들 중에, '엔더'라는 대변자에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었던 미국의 영재들과, 고독과 싸우는 군인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엔더의 게임은 여러 사람에게 여러 의미로 다가갈 수 있는 소설이고, 소설 자체의 재미 또한 결코 손색이 없는 훌륭한 소설입니다. 그만큼 이 소설이 폭 넓게 사랑받는 이유는 다른게 아니라 이 소설의 완성도 자체가 매우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보편성'이야말로, '고전'의 제 1요건으로 꼽히는 요소니까요. '엔더의 게임'에서, 눈에 띄는 단점을 찾아내는 일은 매우 어려워 보입니다(서양식 농담이 전혀 웃기지 않다는 것을 제외하면요).
다만, 번역이 조금 딱딱했던 감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원문 자체도 상당히 담백한 글이었던 것 같습니다만, 인물의 대사에서 어미 같은 부분은 약간 더 신경 써 주는게 좋지 않았을까 싶네요. 매 대사마다 '~란다.', '~이다.'로 끝나는 대사는 읽으면서 살짝 걸리기도 했습니다. 뭐, 군인 말투가 딱딱한 것이야 이해하긴 하지만요;;
하여간, 이번 렛츠리뷰에는 같은 루비박스 브랜드에서 나온 '화성의 프린세스'가 걸려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다양한 작품이 한국에서 활발히 출간되었으면 좋겠네요. 그러기 위해서는 장르계 내의 활기 자체가 중요할텐데, 요즘 여러 악재로 인해 살짝 걱정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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