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김경진, 진병관
작품명 : 동해
출판사 : 들녘
출판일 : 1998년 9월 25일
감상일 : 2008년 6월 9일~13일
<알림 : 소설 내용 중 일부가 드러나 있으니, 작품을 아직 읽지 않은 분들은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꾸익>
환동해한미일합동훈련에서 엄청난 활약을 펼친 한국의 신형 잠수함, '장문휴'. 장문휴의 대활약으로 자존심에 흠을 입은 미국은 자국의 안보와 이익을 위해 은밀하게 장문휴를 파괴할 계획을 꾸밉니다. 그러다가 미국 원잠이 쏜 어뢰가 중국 잠수함을 공격하는 일이 발생하고 이것으로 인해 주변 나라들이 대거 개입하기 시작합니다. 상황은 점점 복잡해지고, 압박을 떨치기 위해 장문휴는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전투를 펼쳐 나갑니다.
'심해'는 하늘이나 바다 위와는 달리 참 이중적인 느낌을 줍니다. 드넓고 자유로운 느낌을 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거대한 물덩어리에 깔려 죽을 듯한 압박감을 느끼게 하지요. 바닷속에서는 증거가 남지 않습니다. 아무리 충격적인 일이 벌어져도 목격자가 없기 때문에 사건은 금세 수장되고 말지요. 장문휴를 파괴하기 위해 사방에서 다가오는 강대국들의 손길. 「동해」의 잠수함전은 단순한 전투가 아니라, 동해라는 거대한 밀실 속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살인극입니다. 잠수함을 짓누르는 수압은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강대국들의 압력을 연상케 합니다. 냉혹한 국제 세계에서 믿을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 자기 나라뿐이지요. 깔려죽고 싶지 않다면 스스로 강해지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남는 것은 귀를 찢을 듯한 금속음과 함께 일그러지고 구겨져 하나의 쇳덩어리가 되어 서서히 침몰하는 것뿐입니다. 「동해」는 이러한 심해의 이미지와 우리나라의 현실을 매우 잘 조화시킨 작품이지요.
읽으면서 매우 만족했지만, 몇 가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하는 부분이 있어 짚고 넘어가야겠습니다.
우선, 1권에 나오는 낚시꾼 이야기. 저는 이 이야기가 앞으로 생겨날 로맨스를 암시해준다고 생각했는데, 로맨스는 하나도 안 나오더군요. 왜 넣은 건지 아직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또, 작품의 주인공이 갑자기 바뀌어 버리는 상황이 발생하더군요. 책 초반에는 서승원 중령이 매우 카리스마 있는 인물로 비중 있게 다루어집니다. 인물 소개에서도 서승원 중령의 조함 능력을 신기(神技)에 가깝다고 밝혀 기대감을 높여 주었지요. 그런데 중후반부쯤에 갑자기 서승원 중령이 부상당하더니, 그후로 진종훈 소령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며 결말까지 마무리지어 버립니다. 진종훈 소령도 나름 개성 있는 인물이지만, 대강 흐름을 보면 어디까지나 서승원 중령을 보조하는 걸로 그쳐야 했습니다. 이래서야
마지막으로, 장문휴 승무원들이 북한에 머무르는 장면. 쓸데없이 북한 광경을 너무 자세하게 묘사하느라 결말을 질질 끌더군요. 저자 분이 북한 관련 지식을 자랑하고 싶어한 건지는 모르겠지만(개인적으로 김경진님 보면 그럴 분은 아닌 것 같던데;), 잠수함전 소설이면 어디까지나 잠수함전 묘사에 충실해야 합니다. 불필요한 장면 묘사는 긴장감을 떨어뜨리고 작품 전체가 맥빠지는 느낌이 들게 합니다.
이런 단점만 제외하면 「동해」는 매우 훌륭한 소설입니다. 전반적인 진행의 몰입도가 굉장히 뛰어나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단점을 왜 가만히 내버려 두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부족한 2%를 보완한다면 훨씬 더 멋진 작품이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운 느낌이 듭니다.
그건 그렇고, 저는 서승원 중령이 앞에 앉아 있는 승무원들더러 "우현 전타 일육공도! 예인소나 작동! 어뢰 발사!" 어쩌구 하면서 지휘하는 장면이 매우 간지나게 느껴지더군요. 건담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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