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태규
작품명 : 풍사전기
출판사 : 뿔
작년에 정~말 장르 문학에 점점 식상해 가고 있었던 때가 있었다. 점점 내용은 한권읽으면 뒷내용이 상상되기 시작하고 새로운 소재는 더이상 나오지 않는것 같고 .... 슬슬 장르문학읽기를 그만두고 공부에 올인을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때 친구 한녀석이 빌려온 풍사전기라는 책을 읽어 보게되었다. 일단 본인은 할배취향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촌스럽고 단아한 느낌을 좋아하기 때문에 풍사전기 뒷면에 적힌 신마의 말이 내 눈길을 끌었다. 더불어 당시 적룡마제를 읽으며 신마라는 별호에 대한 느낌이 좋았었기 때문에 풍사전기에 더욱 눈길이 갔다. 그래서 읽게된 풍사전기 ..... 하.. 말이 안나올 정도로 취향에 맞는 소설이였다.
먼저 작가 소개에서 부터 넘치는 유머 감각이 내 눈길을 끌었다. 주화 입마라든지 하는 소개는 잔잔한 미소를 짓게만들었다. 또 각 챕터 서문에 적혀있는 떠벌리와 침묵이(아직 누군지 나오질 않아서 .;.. 아마 한명은 마영의 제자였던가 그런거 같은데..)의 대화역시 나를 웃음짓게하는 요소중에 하나였다. 물론 그것보다 더욱 내 마음에 든것은 짧게 끊어쓰는 작가님의 문체엿다. 자칫 여러 수식어로 길어지기 쉬운 무협지를 태규 작가님은 짧은 호흡으로 끊으며 간결한 문체를 유지하셨기에 전투씬에서 상황 묘사가 약간 미흡할지라도 한자한자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은 다른 무협지에 비할수없을 정도였다.
풍사전기의 또 하나의 매력은 복선깔기라 할수 있다. 태규 작가님은 복선을 정말 자연스럽게 대사인냥 흘리고 그걸 후에가서 드러내신다. 가령 빈천과 마영이 싸우는 장면에서였던가? 마영은 신마의 흑암을 그 날 만난 마지막 '기연'이라고 회상했다. 막상 처음 읽을때는 그냥 넘어갔지만 최근 7권에서 마영의 사부 철혼무제가 나타나고, 말싸움중에 '남환신마공'과 '생사박'을 가르쳤다는 이야기가 나온걸 보고,마영의 기연에 대해 하나하나 밝혀짐을 느꼈다.이 정도 까지 복선을 하나하나 살린 작품이라면 지금까지 아해의장 정도밖에 못읽었었는데 ....
풍사전기는 또한 구성이 매우 쫀쫀하다. 본인의 경우 책을 하나 읽으면 또하나의 주인공을 만들어 소설내용사이에 끼워넣어 공상하기를 즐긴다. 하지만 풍사전기에는 그것이 쉽지않다. 물론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도 많지만, 구성이 워낙 쫀쫀해서 내 상상이 끼어들 틈을 찾기가 어렵다.
또한 풍사전기는 등장인물의 각각의 캐릭터에 모두 주목하게 만드는 글이다. 먼저 주인공 풍사. 칠성중 한명인 아버지 한산동과 '태무'라는 성을 가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주인공은 그 출생부터 드라마틱하다 특히 어머니의 성이 '태무'라는 점과 주인공의 영원인 마소산의 친부 마부를 독살하게 됬을때 마부의 질문 '한(韓)이 될테냐 한(汗)이 됱테냐?'라는 질문. 그 질문에서 풍사는 칠성을 비롯한 무림은 물론이고 칸(汗)이라는 말로 미루어 원명교체기의 망해가는 원나라 조정과도 역일것같은 느낌을 주는 그야말로 이리저리 꼬인캐릭터... 당연히 풀어낼꺼리가 많은 캐릭터일수밖에 없다. 또한 주인공의 사형(?)이자 당대의 천하제일인 마영존마 형운. 남궁가에서 폐인으로 버려저 기연을 만나 천하제일인이 되기까지의 인생은 또다른 무협지의 주인공으로 손색이 없을것. 그외에도 백운교와 단신으로 싸웠다는 유일도 낭아, 그 회상 중에서 나타난 '연인도 가족도 잃었다'라는 말 한마디는 그의 처절한 인생역시 또 하나의 책으로 만들기에 손색이 없음을 상상케 해준다.
또 하나 내게 마음에 든 것은 주인공의 성격.
여기서 잠깐 본인 나름의 주인공 성격에 따른 구분을 설명하면
1.개그형
일단 유형은 다르지만 독자를 웃기는 주인공이다. 그렇지만 웃기는 짓을 하고도 살기위해서 무공이 고강한건 당연지사. 자칫 먼치킨으로 흐르기 쉽고,책 전반이 좀 천박하단 느낌이 들기 쉽게된다.... 하지만 깔끔하게 성공시킨 작품도 몇몇 있는데, 개인적으로
는 비뢰도나 청성무사를 이 유형에 뽑는다.아마도 성공시킨 작품의 성공이유는 뛰어난 문체와 특이한 소재(무협+학원물+개그물,망해버린 문파의 천하제일인 장문인 ...) 그리고 진지할때는 누구보다 진지해지는 주인공의 성격탓인듯 ...
2.착하고진지형
주인공이니까 일단 무공은 쓸만하다. 다만 개그형 주인공들만큼 처음부터 무식하게 강하지는 않다. 그러나 착하기 때문에 주위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주위의 세세한 일까지 모두 진지하다.따라서 보는이는 가슴이 따뜻해진다 (.. 너무 뜨거워저서 답답해 질때도 있지만말이지 .. )또 역설적으로 진지하기 때문에 웃기다! 개인적으로는 선무,만검조종 등을 이 유형에 넣는다.
3.투쟁형
처절하다 ... 그냥 자살하는게 나을것 같은데 ;;;; 여튼 죽어라고 밟히고 배신당하고 뒤에서 칼맞고 애인한테 버림받아도 살아남는 인간이다. 정말 신기한건;; 어째서인지 이렇게 고생하고 강해졌는데도 다른 유형의 주인공 보다 약하다고 생각된다 ..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 정말 느끼는거지만 나처럼 감정이입 잘되는 인간이 보면 완전히 자학이된다 ...(비뢰도 신간에서 나예린 납치되는거. 풍사전기 6권에서 마소산 잡혀가는거 보고 슬퍼서 울뻔한 인간이 본인이다 ..... 제길 ..아직 슬픈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슬픈건 뭐지 ...)
풍사전기는 이 3가지 유형의 주인공이 다 어우러진듯 하다. 처음에는 2번 유형에 속하는줄 알았지만 아불능거 말미와 아래향 초기에는 1번 유형, 아래향 후반부는 3번유형이 드러나고있으니 ...
아무튼 풍사전기는 읽을수록 정갈한 맛이 나고, 뒷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대충 꼽아봐도 요천과 칠성의 싸움,광천은 어찌되었는지,천마,삼족오와 3사가 나오는걸로 봐서 우리민족인듯 한 청오목과 그걸 거느리고있던 환허궁의 관계.백가흔은 과연 황제가 될것인가.풍사의 한(韓)과 한(汗),그리고 마소산과 풍사의 연애(?)의 결말 등등..... 하지만 너무 많은것을 풀어 놓은것은 아닌지 ... 결국 캐릭터들이 집단폐사하는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그런 의미에서 태규 작가님 힘내시고, 제발 형로좀 그만괴롭히시길 ........... 특히 소산이랑 잘 안되면 독자하나 잃을지도 몰라요 ;;;;
p.s 서두없는 글 읽는다고 수고하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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