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작품명 : 북해일도
출판사 :
"반전이 끝내 줍니다. 미리니름이라 내용은 안 밝히겠어요."
라고 말하는 사람이 너무 싫다. 반전은 반전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로 맞이해야 제대로 뒷통수 화끈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법이다. 영화나 소설을 보고 읽는 내내 '반전은 언제 쯤일까?'라는 부분에만 골몰한다면 정말 작가와 감독이 말하고자 했던 것을 어찌 제대로 다 느껴 볼 수 있을까.
그래서 난 책을 읽기 전에는 감상이나 비평글을 읽지 않는다. 오히려 책을 읽고 나서야 그것들을 접하며 '아! 나와 달리 이렇게 해석하는 사람도 있구나' 라며 또다른 즐거움을 만끽한다.
많은 추천글이 올라와 있는 북해일도, 이러한 이유로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읽게 되었다.
첫인상은 '시종일관 담담함'이었다.
뭇 글 중에 등장인물보다 작가가 먼저 흥분하거나 슬퍼하여 감정적 단어를 폭포처럼 쏟아내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그러나 북해일도의 작가분은 시종일관 담담하게, 담담하지 않은 등장인물의 모습을 그려 나갔다. 이것을 여백이라 해도 좋으리라. 등장인물의 감정에 절고, 작가의 담담함에서 쉬어 간다. 문득 돌아보면 그 여백 위에 찍힌 내 발자국을 확인할 수도 있을 테다.
그런데 이 발자국이란 것에서 난 괴로움을 느끼고 말았다.
예술, 문학, 음악.. 그 종류와 명칭이야 무엇이든, 사람은 그것을 볼 때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가며 감동을 얻는다. 쉬지 않고 사랑에 대해 떠들어 봐야 사랑을 해 보지 못한 사람이 얻는 감동은 사랑을 해 보았던 사람이 얻는 감동에 비해 작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솔로가 연애물을 읽어서는 안 된다는 건 아니다-_-)
"짐승이 죽을 자리를... ..."
괴로웠다. 몇 년째 숨겨둔 기억이 느닷없이 솟아올라 마음에 긴 선을 긋고는 작가의 여백에 가서 머물렀다. 아! 완벽하지 않은가. 쉬어 갈 곳까지 마련해 두다니. 작가를 원망하는 한편, 책을 덮고서 잠시 호흡을 골라야 했다.
오히려 작가가 강한 글이었다면 내 기억은 쉴 곳 없이 바스라져 흩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워낙에 담담했기에, 고스란이 발자국은 찍히고 말았다. 속이 울렁거렸고, 한동안 책을 펼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전의 감상글에서도 말했지만 난 한낱 공학계열자 글무지렁이다. 그래서 이 글, 북해일도에 대해 대단한 감상글을 끼적이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내 추억되새김질을 돕고, 그것을 음미할 시간을 마련해 주어서 감사하다고 작가분께 말씀드리고프다.
아하하. 어쩌다 보니 보편타당한 감상이 아닌, 지극하게 개인적인 감상글이 되고 말았다.
아무튼, 북해일도. 잘 된 글이다. 일독해 보시기를.
ps.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유한추 선생의 이야기를 더 해 주셨으면 했다는 부분이다. 히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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