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나한
작품명 : 광풍무
출판사 : 파피루스
우선 순전히 개인적인 감상임을 우선 밝혀 둡니다. 저와 생각이 다른 분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기에 리플은 언제든지 환영하겠습니다. 다만 남의 의견을 무시하는 리플은 정중히 사양합니다. 그리고 편의상 존칭은 생략하겠습니다.
나한님의 광풍가는 고무림에서 처음 접하게 되었다. 한낱 건달패들의 모임이었던 백산과 광견조가 무공을 익혀 "천붕십일천마" 라고 불리는 절대자가 되는 이야기를 그린 이야기다. 당시 처녀작이어서 그런지 미숙한 부분이 많았지만, 그들의 처절한 몸부림이 인상깊었기에 10권까지 무난하게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뒷이야기인 광풍무. 독자들이 기대를 하기에 충분한 소재를 가지고 있었고, 나 역시 광풍무가 완결되기만을 기다렸다. 그래서, 얼마전에 완결되었다는 공지가 나오기 무섭게 책방으로 달려가서 3일만에 완결까지 독파했다.
기대를 하고 1권을 펴들었지만..글쎄.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처절한 삶을 살아왔음에 분명한 주인공 백산. 하지만 9권까지 읽고 난 지금 작가가 어떤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이런 이야기를 펼쳐나갔는지 모르겠다. 과거를 잊지 못해서 몸부림치는 백산의 고뇌를 표현하려고 했을까? 하지만 주인공의 행동과 언행에서 전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었다. 가끔씩 과거의 잔해를 좆으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 어색했다. 왜 거기서 그런 행동을 해야 했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왜 이런 느낌이 드는 것일까? 여러 곳에서 어색한 느낌이 드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우선 인물의 성격과 행동, 그리고 사건 모두가 따로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다. 급조된 느낌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겨우 천자문밖에 못 읽는다는 백산이 어떨 때는 지략가의 모습을 보여주고, 인생은 마음가는 대로 산다는 듯이 말하다가 심오한 철학을 운운하는 때도 있다. 백산이 사실은 똑똑한 사람이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그 와중에도 글에서는 천자문밖에 못 읽는 사람이라고 열 번 이상 강조를 한다.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배경의 분위기에 비해 글의 진중함이 떨어지기에 나타나는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너무나도 아쉬운 점이 많았기에 다 읽고 나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주인공의 눈이 백안이 되면서 분노했음에도, 적들이 주인공에게 칼을 날리고 있음에도 아무 생각없이 읽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감정의 파문을 전혀 일으키지 못한 채로,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하늘의 뜻은 광풍성에 있는 것처럼 너무나도 당연하게.. 그리고 뭔가 있어 보였던 적들은 너무나도 허무하게 무너져 버렸다.
많은 분들의 추천 때문에 망설이지 않고 골랐지만, 보고 나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었다. 작품의 흐름상 무거워야 할 분위기임에도, 전혀 그렇지 않은 대사들. 너무나 일률적인 인물들의 개성. 광풍무는 어쩌면 나와는 코드가 전혀 맞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나한님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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