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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작성자
坐照
작성
05.07.04 13:18
조회
1,767

읽어본 지가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는 쟁선계를 다시 펼쳐 들었다.

쟁선계는 소장용이든 대여점용이든 불문하고 나오는 대로 구입하여 내 서재 책꽂이에 말없이 꽂혀, 마치 서방의 손길을 기다리는 새색시마냥 주인의 손길을 다소곳이 기다리고 있다.

제 1권 첫문장부터 그 수려한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노련한 기녀의 축객령처럼...’

술집에 가서 술이 사람을 마실 정도가 되면 이미 머릿속에는 시간의 개념은 존재하지가 않는다. 횡설수설, 중언부언하는 취객을 밖으로 내보내기 위한 술집 여주인의 언변은 참으로 교묘하다. 취객의 기분을 한껏 올려주면서 은근슬쩍 취객을 밖으로 내 보내는 그 노련함을 직접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위의 문장을 확실하게 이해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기사 문장의 아름다움은 이재일 작가의 전매특허만은 아니다.

냉죽생의 ‘만천화우’, 가인의 ‘무정심삽월’ 및 손승윤의 ‘천도비화수’ 등의 무협에서도 문장의 유려함을 맛볼 수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재일의 문장에 이렇게 감탄하는 것은 그러한 문장 하나하나가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일의 문장을 보고 한탄하였다는 좌백의 말이 단지 과장만은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든다.  

내 서재 책꽂이에 쟁선계만 꼽혀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서 올렸던 베스트 모음에 적시하였던 책들 중 일부분은 구입하였고, 또 계속 구입할 예정으로 있다. 벌써 책꽂이 두칸을 넘어 세칸 중반까지 차 있는 상태이다.

그럼에도 그렇게 구입한 책들에게는 좀처럼 손이 가지 않았었다. 읽을만한 책이 없을 때 읽기 위해 모아 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책의 하드웨어적인 것에 대한 생각도 난다.

즉 한상운의 ‘특공무림’만 생각나면 왕짜증이 이는 것이다.

출간되자마자 모두 구입한 책이었지만 더 이상 구입할 생각은 없다. 제본상태가 엉망인 책을 어떻게 계속 구입하겠는가.

구입하고 한참 지난 후 새로 나온 책 중에서 읽을거리가 없어 위 책 1권을 펴 들었는데, 이런 젠장할...제본이 엉망이어서 낙장이 술술 되어 버린다. 처음에는 풀로 붙여 보기도 하고 테이프로 붙여 보기도 하였지만 한 두장이어야 말이지 책 전체가 술술 빠져 떨어져 나오니...이게 뭔가 싶어 2권째를 펴 들자 그 책 역시 마찬가지이다.

구입한 곳으로 달려가 문의하자, 출판사에서 바꿔주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거다. 책을 가져오면 못으로 박아주겠다는 거다.

이런 식의 제본을 하고도 교환해 주지도 않는 출판사가 망하지 않으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생각이다. 우수한 소프트웨어(책의 내용)를 하드웨어가 따라주지 못하여 상품성을 잃어버리는 하나의 예라 할 것이다.

그와 비교하여 떠오르는 책이 있다.  임준후의 ‘천명’이다. 이 책은 300페이지가 넘는 것도 기분좋은 일이지만 제본상태 역시 단단히 묶여 있어 몇 번을 보아도 낙장의 염려가 없어 보인다. 내용도 좋고 제본상태까지 좋으니 어찌 구입하지 않겠는가.

사실 오랜만에 쟁선계를 펼친 것에는 이유가 있다. 여러 사람들의 감상과 추천이 올라온 것을 보고 완간되지 않았으나 지금까지 출간된 것은 모두 빌려와 읽으려고 하였다. 잔뜩 기대감을 갖고 그러나 1권 몇페이지를 보고는 덮었다. 고무판에서 말하는 내 취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머...들고 있던 칼을 청석판에 내리 꽂자, 그를 포위하고 있던 내금위 1만군사가 모두 벌벌 떤다는 설정인가 뭐인가....

작은 바램이 있다. 책꽂이에 꽂혀있는 책들을 영원히 펼쳐 볼 기회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왜냐하면, 그에 필적할 새로운 책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옴으로 인해 옛책을 집어들 기회가 없기를, 그 책 껍질만 보고 지나치기를 영원히 바라는 마음이다.


Comment ' 10

  • 작성자
    Lv.99 땅칼
    작성일
    05.07.04 13:53
    No. 1

    늘 좋은 감상을 남기시는 분이라 기억하고 있어서 글 읽으러 들어왔다가,
    오해임이 분명한 부분을 바로잡아 드리려고 댓글 남깁니다.

    파본을 교환해주지 않는 출판사는 망해버려야 하는 거, 맞습니다.^^

    로크미디어는 물론! 그런 출판사가 아닙니다.
    구입하신 곳이 어딘지 알 수도 없고(안다고 해도, 저희가 가서 '어째서 그러셨습니까?' 발로 쎄게 차줄-_- 수도 없답니다.)
    그곳에서 왜 그런 식으로 핑계를 댔는지도 모르지만(심증은 갑니다만, 에효....)
    이런 비슷한 얘기 들을 때면(유감스럽게도 간혹 듣습니다)
    속도 상하고 독자님들께나 작가님들께 죄송하고,
    무엇보다도,

    억울합니다!!!ㅠ.ㅠ

    坐照 님.
    번거로우시더라도 저희 쪽으로 연락해 주시면
    (쪽지도 좋고, 저희 홈피에 글을 남기시거나, 전화를 주셔도 괜찮습니다)
    빤짝빤짝^^ 새 책으로 교환해 드리겠습니다.

    부디, 번거로움을 무릅써주시길....(__).....


    -로크미디어 배상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4 권용찬
    작성일
    05.07.04 14:10
    No. 2

    제가 꼭 로크미디어에서 출판하는 글쟁이라서가 아니라, 매우 객관적인 입장에서 말씀드리는데, 로크는 그렇게 무책임하고 무성의한 출판사가 아니랍니다.
    분명, 그 구입한 곳에서 뭔가 귀차니즘의 결과로 인한 불이익을 당하신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봅니다. ^^
    끼어들 자리인가? 하는 망설임 끝에 댓글을 달아보았습니다만, 여튼 많은 분들이 오해 없으시기를 바랍니다요.(__)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1 남가일몽
    작성일
    05.07.04 14:42
    No. 3

    아 로크미디어..
    검신무 내용에 비해 디자인 + 제본은 너무하다는...;;
    뭐 어찌할 수 없는거겠죠.
    먹고 살아야하고 이것저것 걸리는것도 많을테고.
    그래도 꼭 살만한 책은 좋은 질로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숭악사랑
    작성일
    05.07.04 15:07
    No. 4

    전 사실 무협소설을 소장하는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갖고싶은 책들은 많습니다...

    책으로 소장하자면 돈도문제지만 공간도....ㅜ.ㅜ

    하지만 여유가 좀되면 꼭 나만의 서재를 가지고싶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7 류언
    작성일
    05.07.04 18:42
    No. 5

    음.. 제가 구입한 검신무는 특별히 문제가 있다거한 한점은 없었습니다
    .... 디자인 면에서도 그정도면 합격점이지요.
    만약 차원의레비아단의 표지처럼 나왔다면 ,,,OTL,,,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坐照
    작성일
    05.07.05 08:59
    No. 6

    옛말에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가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사람의 행동거지 하나를 알면 그 밖의 모든 것을 유추 짐작할 수가 있다는 말일 것입니다.
    방금 전, 로크미디어님으로부터 교환해 주시겠다는 쪽지를 받았습니다.
    너무나 부드러운 말씀으로...
    그럴거다. 사실 책을 출하 하기전 미리 제본상태를 검사하는 과정에서 한 두개의 불량품을 적발해 내지 못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통상 다른 출판사의 책에서도 파본이나 낙장된 것을 교환하여 준다는 문구를 적어놓은 것을 보면 알 수가 있지요.
    내 경우, 하필 그런 경우에 해당되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교환받은 생각은 아예 하지를 못하였고, 다만 넋두리삼아 해본 소리인데 뜻밖에도 로크미디어님이 너무나 선선히 교환해 주겠다는 말씀에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이런 사고를 갖고 있는 분이 계시는 출판사가 번창을 할지언정 망할 리가 없다는 말씀이지요 ^^;;;
    로크미디어님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8 moa
    작성일
    05.07.05 18:07
    No. 7

    남가일몽//검신무 표지 디자인은 괜찮지 않나요?
    전 상당히 맘에들던데 디자인 =ㅅ=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오행마검
    작성일
    05.07.06 20:57
    No. 8

    ㅠ.ㅠ 전 큰맘먹고 구입한 혈기린 양장본이 제본상태 불량으로 다 떨어져나감..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坐照
    작성일
    05.07.07 08:48
    No. 9

    로크미디어님이 제가 구입한 5권까지 전량 보내 주었네요..
    게다가 저가 아직 구입하지 않은 6권까지 동봉하여 보내 주기까지...;;;
    대단히 고맙습니다.
    무협소설의 판매처가 일반 서적처럼 되어 있질 않다보니
    이런 일이 생긴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협소설도 일반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상황이 얼른 도래되었으면 합니다.
    로크미디어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남훈
    작성일
    05.07.13 14:47
    No. 10

    호오...감탄 ^.^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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