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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작성자
Lv.15 노레이션
작성
04.11.24 18:18
조회
1,329

작가명 : 신독

작품명 : 무적다가

출판사 : 청어람

       # 미리 밝히자면, 신독 님은 나의  친구다. 그의 입장에서는 '에이,

     난 알머리 싫어' 라고 투덜댈 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그를 친

     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른 인연으로도 엮여있다.

       그러나, 사람이 좋은 것과 글이 좋은 건 분명히 별개다.

       사람이 아무리 좋아도 글이 나쁘면, 그는 나쁜 작가이다.

       반대로, 사람은 나빠도 글만 좋으면, 그는 적어도 좋은 작가이기는

     하다.

       신독 님은 다행히도 둘 다에 해당된다.

       들어가기에 앞서 이런 너스레를 늘어놓는 건, 알머리 특유의 소심

     한 노파심 때문이다. 나야 상관없지만, 행여 신독 님에게 안 좋은 인

     식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하는.

       이 글은 분명히 감상문이고, 따라서 오직 글에  대한 감상뿐, 그와

     의 친분 같은 건 지구 반대편에 묻어두고 썼다.

       책이 좋아서여야지, 작가가 좋아서 감상문을 쓴다는 건 굉장히 쪽

     팔리는 짓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나는 그런 점에서 꽤나 고집불통이다.

       아마 신독 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

      

       '내 나이 열 일곱에는 무엇을 했을까...?'

      

       한 권이 거의 끝날 무렵이었던  것 같다. 경쾌하게 휙휙 뛰어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열 일곱 살의 나는 무엇을 했을까?

       그 때의 나를 규정하자면 걸어 다니는 불만덩어리였다.

       하기야 나만 그럴까? 그 시절만 그랬을까? 현재의 열 일곱 청춘도

     걸어 다니는 불만덩어리일지 모르겠다.

       부모님에게도 불만이 주렁주렁, 학교에도, 사회에도, 이 세상에도...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큰 불만은 나 자신이었다.

       그래서 그 때의 나는 세상을 아주 같잖게 봤다.

       도대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사람들은 왜 저렇게 빡빡하게

     살아가는 걸까?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끙끙대며  공부해서 뭘 하자는

     걸까? 뒷구멍으로는 별 지저분한 짓을  다 하면서, 앞으로는 근엄한

     척 뒷짐지고 다니는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과연 뭐가 들어있을까? 버

     스를 타고 가다가 앞좌석에 얌전히 앉아있는  아저씨의 뒤통수를 보

     면 괜히 한 번 후려치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했다. 양복을 입고, 머

     릿기름을 깔끔하게 바른 아저씨일수록 더 그랬다.

       책머리에 '감자먹이는 이모티콘'을 보면서 난  목젖이 튀어나갈 정

     도로 푸하하 웃었다.

       열 일곱 살 무렵의  나는 거의 매일 세상을  향해 감자를 먹였다.

     '에라, 쑥떡이다!' 이런 의미였다.

       어쩌면, 작가도 그랬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 더 웃음이 나왔

     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와의 교감을 느낀다는 건 정말 좋다.

       사실 돌아서서 콧방귀만 뀌는 건 좀 비겁하지 않은가? 하려면, 적

     어도 마주보고 서서 '감자먹이기' 정도는 해야지.

       아무튼 그렇게 쉬지  않고 세상을 향해  퍽퍽 감자를 먹이면서도,

     예쁜 여학생들한테는 어쩔 줄 몰라했던 게 또 열 일곱 살이었다.  

       예쁘면 예쁠수록 바라보질 못했고,  행여 데이트라도 할라치면 하

     루 온 종일 손을 잡을까 말까 고민하면서 하루를 다 보냈다.  그리고

     는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에잇! 바보' 내 머리를 쥐어박았다. 어쩌다

     가 용기를 내서 아주 거친 척, 불쑥 손을  잡아버린 적도 있었다. 뒷

     골목 어깨처럼 눈에 힘 팍 주고...그러나 속으로는 그 보들보들한  손

     을 잡는 순간부터 심장이 쿵쾅거렸다.

      

       어째서 그런 열 일곱 살이 생각났는지 모르겠다.

       처음부터 그걸 의도하고 쓴 이야기일  수도 있고, 그냥 내 멋대로

     읽다보니 그런 생각이 나버린 걸 수도 있겠다.

       뭐, 상관은 없다.

       작가는 작가 마음대로 쓰는 거고,  독자는 독자 마음대로 읽는 거

     니까.

       아무튼 난 그런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이어지는 2권을 읽으면서

     도 자꾸만 내 열 일곱 살을 회상하면서 읽게 되었다. 그리고, 그럴수

     록 더욱 '무적다가'는 열 일곱 살의  낭만이라는 생각을 다지게 되었

     다. 내가 열 일곱 살에 하고 싶었던 것들을, 이 '진파'라는 녀석이 착

     착 해주고 있는 것이다. 흥이 날 수밖에 없다.

      

       문장이 어떻고, 전개가 어떻고 하는 얘기는 모르겠다.

       일단 흥이 나서 읽기 시작하면  그런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흥이 안 나니까, 재미가 없으니까 그런 것들이 눈에 들어오는 거다.

       나는 마냥 '진파(히히^^ 사실은 다진파)'만 쫓아가면서 키득댔다.

       제 몸에 맞지도 않는 무공을 억지로 익히느라 허덕대는 철정을 보

     면서 진파가 화를 낼 때는, 나도 화가 났다. 벽화를 만나서 흐물대는

     진파를 보면 나도 '흐흐...'웃었다. 잔머리나  굴리면서 정의가 어떻고

     떠드는 노인네들을 볼 때면, 진파만큼 성질이 났다. 내 열 일곱 살은

     그냥 성질만 내고 말았는데, 진파는 쾅쾅! 두들겨 패버린다.

       아이고, 속이 다 시원하다. 시원해서 죽겠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시원하다 말려고 한다.

       2권이 들어서면서 다시 문장이니 전개니 하는 것들이 눈에 들어오

     려고 하는 것이다. 흥이 깨지려고 한다는  거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

     다. 갑자기 빈번해지는 '......것' 투의 반복설명 때문인지, 묘하게도 설

     렁설렁해 보이는 편집 탓인지, 아니면 한 권 내내 벽화하고만 알콩달

     콩 해서인지... 또는 실제로 작가  자신이 별로 흥이 안 났던  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별로 시원하지가 않으려고 했다.

       물론, 연재를 통해서 3권까지를 읽은 나는 그 깨지려던 흥이 다시

     살아난다는 걸 안다. 처음보다 더 신나는 흥이다.

       진파는 더욱 대차게 어중이떠중이(양복에 머릿기름 바르고 다니면

     서 근엄한 체 하는)들을 쾅쾅 두들겨 패주고, '언 놈이 내 여자 건드

     려!' 소리치면서 자기 여자 지켜주고, 덤으로 우왁! 세상에 열두 명씩

     이나 되는 미녀들에게 둘러싸인다.

       그야말로 열 일곱 살에 꿈꾸던 내 최고의 낭만이다.

      

       정말 그렇다.

       내가 읽은 '무적다가'는 바로 '열 일곱 살의 낭만'이었다.


Comment ' 2

  • 작성자
    Lv.1 무존자
    작성일
    04.11.25 07:54
    No. 1

    십이지소수마후=다진파(또 라면이 생각...음음...).
    에잇! 부러버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수]설화
    작성일
    04.11.26 19:42
    No. 2

    무적다가도 재미있고(음화화 소수마후로 출현중 ~ 0~;;;;) 가인님의 일생도 재미있고 (크윽!! 철벽수비. 1타를 못해본 유일한...그래도 재미있으니 좋다~ _~a) 손승윤님!!!!의 수적천하월편,청풍연사( - _- 글이 너무 예쁘다!!!으어어~~)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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