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사전기1~2권, 시작이 향긋하다.
부드러운 옛날이야기를 듣는 듯하다. 서장이 서장답지 않게 즐거웠다.
느릿느릿한 것 같아도 실은 빠르다. 설명이면서도 나름의 이야기 구조에 충실했다.
주인공 불사(不死)가 태어나는 일화까지 부드러움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오래 살기 위한 끊임없는 도전은 마치 도의 한 길처럼 느껴졌고, 얼핏 조진행님의 소설과
비슷하다고까지 느꼈다.
물론 이러한 생각은 불사가 정 의원과 섬으로 떠난 이후부터 완전히 사라진다.
불사전기는 늙지 않고 다치지도 않는 금강불괴 불사인(不死人)을 이뤄나가는 주인공을 내
세운 성장소설이다. 호기심을 주는 독특한 소재뿐만이 아니라, 문장력도 일정 수준 이상이
라 거침없이 읽힌다. 금강불괴를 향한 초반 수련기 또한 백미로 존재한다.
사실 아쉽다. 육체 수련기는 아무리 재미를 위한 필수코스라 하더라도 너무 관형적이었다.
처음에 느낀 특출함이 그만큼 희생되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부분에 재미를 느껴 불사전
기를 좋아하게 되는 사람도 많을 테니 단지 홀로 상상해볼 뿐이다.
근래 나오는 소설들은 대부분 강한 주인공을 내세운다. 일단 강해지고 그 다음이 무림출도
다. 전장에서 강해지든 동굴에서 강해지든 산 속에서 강해지든 일단 놀랄 정도로 특출한 상
태로 강호에 나선다. 다 자란 어린아이의 무림종횡기를 보는 듯하다.
불사전기의 주인공이 좀 더 약할 때 정 의원의 죽음을 겪고 세상의 쓴 맛을 볼 수 있었다면
소설 전체적으로 긴장감도 늘어나고 무공이 늘어날 때의 즐거움도 더 크지 않았을까?
거기에 덧붙여 그 특출함을 가리고 독자에게만 보였다면 좀 더 이를 음미할 수 있었을 듯
싶지만, 척하면 다들 느끼고 알아채니 절정고수 묶음이 여기저기 굴러다니는듯하여 슬프다.
게다가 의외로 장난이 있어 놀란다. 남궁화를 엽기적 비웃음의 소재로 만들어 웃음을 주려
한다. 소설 시작에서 느꼈던 분위기와 달라 놀라지만, 그런 데로 무공 수련기 이후를 따지면
어울리는 듯도 하다. 진중까지는 아니라 할지라도 은은하게 중심은 잡혀있어 보였는데 의외
로 점차 가벼워지니 비로소 추세를 따라갔음을 눈치 챈다.
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하지만 주인공이 강하고 안하무인하여 긴장감은 조금 떨어진다. 그
대신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었다. 내외활금강이란 미명 하에 엄청난 내공(선천진기)을 준
것이 독특한 풍미를 깬듯하지만 주인공이 강한 만큼 감정에 기복이 없어도 되니 편하다.
게다가 가만히 제 갈 길을 가더라도 유명인사들을 빠짐없이 연속해 만나니 이보다 좋을 순 없다.
저절로 사건의 소용돌이 안으로 흘러 들어간다.
그러나 저러나 결론을 내려 보면, 이만한 읽을거린 없다는 생각이다.
굳이 머리 굴릴 것 없이 가볍고 상쾌함을 원하던 독자라면 딱 입맛에 맞겠다.
이만한 글을 쓰는 작가라면 좀 더 완성도 높은 작품을 쓸 수 있을 텐데 흥겹게 써간 것이
실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래도 이러한 풍을 원한 독자들에겐 환영받을 일이다.
이정도 적었다면 자신의 취향일 지 아닐 지 느껴질 것이다. 원하던 거라면 더없는 기쁨을
얻을 것이고 원하지 않던 거라 할지라도 일정부분은 채워줄 것이다.
선택은 그대의 것.
Comment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