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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참고] 금강과 좌백, 그리고....

작성자
Lv.1 신독
작성
03.03.13 22:55
조회
2,026

비평의 말머리를 달기에도 감상의 말머리를 달기에도 애매해 참고라는 말머리를 답니다. 지금 쓸 글은 엄격히 따지면 작가론이라 할 수 있기에 어느 곳에 위치해야 할지도 애매하지만 굳이 감상/추천란을 택한 이유는 논검을 바라고 쓴 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 그저 제가 생각하는 작가 금강과 좌백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지금 논검에 시대의 코드 내지는 패러다임을 담지하는 무협에 대한 이야기가 오갑니다. 그 글을 쓰다 생각난 글이지만 이 곳이 더 어울리다고 생각되는군요.

1.

금강과 좌백은 흔히 각각 80년대와 9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손꼽힌다. 그들의 명성에 버금가는 작가들이 없지 않지만 굳이 이 두 명의 작가가 한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손꼽히고 지금도 작품활동을 활발히 벌일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

80년대는 흔히 말하는 암흑기였다.

박정희 전대통령이 암살당하고 찾아왔던 민주화의 봄은 군부세력의 군화발에 짓밟혔다. 다시 군사독재가 시작되었고 긴 암흑기가 찾아왔다.

문화란 사회의 변화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변화한다.

이 시대에 창작무협이 처음 꽃피웠다. 그 이전에 번역인의 필명을 빌어 나온 무협도 있었지만 81년에 일군의 작가들이 출현하며 진정한 창작무협의 시대가 열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무협이 사회에 문화적으로 기여한 바는 무엇일까?

억눌린 가슴을 대리하는 분노의 배출구였다고 생각한다.

그 암울한 시대에 누구나 영웅을 꿈꾸었다. 한줄기 서광처럼 이 땅을 밝혀줄 사람들을 누가 꿈꾸지 않았으랴!

창작 1세대를 이끌었던 많은 작가들 중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정확히 부응한 작가가 바로 금강이다.

데뷰작인 금검경혼을 필두로 잇따라 쏟아진 경혼시리즈와 풍운시리즈에서 그가 줄기차게 그려낸 세계는 강호무림을 구하는 영웅이었다.

인간적 고뇌도 출생의 아픔도 묻어둔 채 대의의 실현을 위해 온 몸을 불사르는 시대의 영웅.

바로 그것이야말로 80년대 수많은 사람이 꿈꾸었던 그 사람 아니겠는가?

금강은 바로 그러한 대중의 욕구를 정확히 풀어준 작가인 것이다.

와룡생의 몇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상황 설정에도 불구하고 금강이 자신만의 작가적 세계를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명확한 주제의식 때문이었다.

세상을 구하는 흔들림 없는 영웅.

이야말로 작가 금강이 가장 멋지게 그려냈고 가장 그다운 맛을 뿜어내는 소재였다.

8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금강이 꼽힐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시대와의 조화 때문이다.

2.

90년대 중반은 이전의 사상이 부정되던 시대였다. 80년의 광주를 거치지 않은 세대가 20대가 되었고 그들은 80년대에 울분을 토해내었던 많은 이들이 변절하고 떠나가는 것을 지켜보아야 했다. 87년의 민주화의 열기도 후보단일화의 실패로 식어버렸고 끝물을 불태웠던 80년대의 열기는 그렇게 사그라들었다.

그 때쯤 등장한 조류가 소위 포스트모더니즘의 열풍이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본래 모더니즘의 반성에서 등장하였고 그것을 뛰어넘고자 하는 시도였으나 우리 나라에서는 80년대를 비판하는 기재로 둔갑하고 말았다. 모든 사상은 부정되었고 새로운 신세대의 문화열풍이 시대를 대표했다.

이 때 등장한 것이 좌백의 '대도오'였다.

대도오는 엄밀히 말해 무협양식을 획기적으로 바꾼 작품이라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순문학과 같은 내밀한 묘사와 대화가 있었지만 제대로 쓰여진 구무협이 분량만 확보되었다면 그다지 뒤지지 않는 작품도 나왔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도오'는 이전의 무협과는 틀린 지점이 있었다.

바로 90년대의 조류를 대표하는 주제의식을 들고 나온 것이다.

대도오의 세계는 강호의 거대 음모의 세계가 아니다. 거대 문파에 흔들릴 군소방파간의 다툼 속에 대도오의 강호가 있다. 강호를 구하고자 하는 무슨 사명감같은 것도 없다. 다만, 자신을 따르는 흑풍조에게 '나만 따르면 산다.'라고 당당히 말할  뿐.

자신의 길을 자신의 방식으로 가고자 하는 고집이 대도오의 세계엔 있다.

이런 개인주의의 천명이 획일화된 대의에 식상한 대중에게 정확히 어필했다고 본다.

가히 새로운 무협의 비조라 불러도 모자라지 않은 충격이었다.

3.

이렇듯 금강과 좌백은 각각 한 시대의 코드를 대표하는 주제의식을 갖고 글을 썼던 작가들이다. 물론 그들이 동일한 주제의 변주만을 해 온 것은 아니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그들의 글에는 연속된 문제의식이 노정되어 있었다.

그것이 바로 금강을 금강답게 만들고 좌백을 좌백답게 만들었던 힘이었고 아직까지도 수많은 매니어층을 확보하고 있는 동력일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2003년의 금강, 좌백은 누구일 것인가?

바로 당신이 되어야 한다.

그런 작가를 보고 싶다. 한 시대의 고민을 대변하고 배설하게 해 줄 그런 작가의 출현을 고대한다.

그 사람이 바로 당신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바로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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