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 죽고 싶다...
저도 안 해 본 것은 아닙니다.
학창시절에 이런 생각 많이 하지요.
수험이나 교우 관계.
사실 나열하고 보면 단순합니다.
전부 그 순간에는 무척 중요하고 절박한 일처럼 느껴지지만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전부 허무한 일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학생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여러분,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학창시절, 공부하느라 심적 피로, 스트레스 장난이 아닙니다.
그러나 사회에 나와 학창시절을 그리워 하는 것은 비단 나이 많은 어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저같은 사회 풋내기도 사회의 냉혹함, 집안의 기대감으로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학창시절, 우리는 가족에게 기대를 받습니다.
사회에 나와도 우리는 가족에게 기대를 받습니다.
그러나 학창시절에는 대략 한가지 기대를 받습니다.
학업 성취도.
사회에 나와서는 여러가지 기대를 받습니다.
대인관계, 인간성, 봉급의 수위, 능력, 학벌...
가족이나 좁은 사회에서 살다가 사회라는 커다란 대해에 떨어진 송사리의 기분이 바로 '죽고 싶다.' 일 것 입니다. 막연한 미래, 보장되지 않은 미래에 두려워 떠는 것은 '죽으면 편해질까.'겠지요. 말 그대로 죽음에 대한 환상입니다. 현실을 모르기 때문에 죽고 싶다라는 말이 현실감 없게 다가오는 것이고 쉽게 내뱉을 수 있는 것이지요.
미래에 대한 막연함과 변화 없이 따분하기 이를데 없는 하루하루.
그 일상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는 사회가 얼마나 냉혹한 곳인지, 재미없는 곳인지 나와봐야 깨닫는 소년, 소녀가 많더군요.
저도 그 중 한 사람입니다만...
학창시절의 따분함, 사회생활과는 비교도 안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말 변할 것 없는 생활. 그 생활을 평생 해야 합니다.
학창시절에 조금이나마 보장되던 자유가 이 곳에는 희박하지요. 학교에 결석하면 다음 날 꾸중을 듣지만(저도 한 때 학교보다 친구집에서 빈둥대던 때가 있었지요) 직장에 결석하면 심한 곳은 짤립니다.
두명 사는 가정이 최대한 절약을 해도 100만원은 있어야 먹고 삽니다. 전기세, 물세, 식비, 그외 여가비(사실 여가비는 몇달에 한번 정도),저축도 좀 하고서 말이지요.
->저희 집안이 편모 가정이라 기준으로 삼습니다.
저는 학창시절에 100만원 벌기가 얼마나 힘든지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사회생활 하고 보니 100만원 벌 수 있는 직업이 많지가 않더군요. 매일 알바만 하면서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고 알바를 평생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알바 한다고 얼마나 벌겠습니까.
집에 빚이 좀 있어서 아는 형님 주선으로 노가다도 해봤고 택배일도 해봤는데 노가다는 상당히 힘들어 일, 이주 나가기 힘든 일이고 택배일은 말 그대로 지옥입니다. 엘레강스하고 센티멘탈한 저로서는 견디기 힘든 일이었지요.
->제가 피시방 알바, 갈비집 알바, 마트 알바, 노가다 짐꾼, 경비, 주유소 알바, 밭일 등을 해봤는데 가장 힘든 일이 택배였습니다. 두번째는 밭일이었지요.
우체국 택배 추석 연휴 때 해보신 분은 제 말을 이해하시겠지만(하루에 200개의 물건이 나오니) 정말 힘들어서 잠이 안 올 정도입니다. 오죽하면 항문에 힘이 안 들어가 대변도 못 볼 정도겠습니까? 보통 100개 물량 나오면 새벽 네시에 나가 저녁 11시에 들어옵니다. 제가 일하던 곳이 좀 힘든 구역이기도 했지요. 거의 달 동네 수준이라 지도도 정확하지 않고...새삼 생각해보니 젊은 놈이고 세상물정 모르는 놈이라 남들 안가려 하는 곳으로 배정시킨 것 같습니다.
이런 일을 해서 버는 돈이 한달에 180만원에서 200만원 사이입니다. 공제며 보험료며 여러가지 명목으로 한 10만원 빼고서 말이지요. 로또 복권을 사는 사람들 비웃을 것이 못 됩니다. 그렇게 파랑새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로또 복권에 얷매이는 것은 사회에 희생당한 사람들의 절박함일테니까요.
아르바이트 하고 돈 받을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사회 생활을 하면서 버는 돈은 애착이 가더군요. 정말 경비일 하고서 새벽에 사먹는 야참 때문에 피눈물 흘리실 분 고무림에도 계실 것이라 믿습니다.
정상적인 가정에서 아버지가 벌어준 돈으로 용돈을 받는 것...어려서는 잘 생각 못 했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무척 행복한 것이더군요.
사회 생활이나 학창 생활이나 피곤한 것 매한가지 입니다.
오히려 학창 시절을 지나 사회 생활을 하며 정신력이 강한 성인들보다는 미성숙한 학생들의 괴로움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지요.
중요한 것은 학창 생활을 한 후 십이면 아홉은 사회에 진출해야 한다는 것 입니다.
공부를 잘해서, 혹은 집안이 뒷받침되어(대학 학비 최소 5-600에서 최대 일년에 1000만원은 생각하십시오. 자취하는 분이라면 1.5배는 늘려서 생각하시는 것이...) 별 무리 없이 대학을 다닐 수 있는 사람은 사회에 있어 실습을 할 시간이 있지만 고교 졸업 즉시, 혹은 대학을 다닐 집안 사정이 되지 않아 편의상 휴학을 해야할 분들은 정말 가진 무기 하나 없이 정글에 떨어진 셈입니다.
무슨 대단한 자기 개발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그런 자기 개발을 하는 사람들은 짜여진 틀에서 벗어나는 일을 하지 않더라도 될만한 환경의 사람들, 즉 집안이 부유하거나 어려서부터 그것에 집착해 현재에 와서는 대가의 경지에 이른 사람들일테니까요.
다만 미리 각오를 하고 현재의 환경에 적응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군대를 다녀오면 남자가 성숙해진다...이런 말 들을 하지요.
억압된 사회의 룰이 군대 안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군대다녀온 사람들, 사회에 적응력이 미필자들에 비해 대단하지요.
악바리 기질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매조키스트적 감성을 타고 났습니다.
억압을 당하다 보면 그곳에서 오히려 즐길 수 있는 적응력.
그것이 사람이 가진 무기인 것 입니다.
사회에서는 적응력이 중요합니다.
일이야 배우면 그만이지만 적응력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결국 성취도에서부터 차이가 나니까요.
일은 좀 못해도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 적응력을 가지는 것도 좋습니다.
특히 서비스업에서는 중요하지요.
사회에서는 무언가가 '필요한 때'가 없습니다.
제가 좀 오버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합니다.
직장에는 엄연히 상사가 존재하고 상사의 잣대에 의해 일의 성취도가 평가되니까요.
개인의 의견?
자신이 창업하지 않는다면 통용되지 않습니다.
상사에게 뇌물 바치는 분들, 혹은 선물하는 문화.
저는 욕하지 않습니다.
겪어보면 다 그럴만 하니까요.
촌지받아서 저 놈은 쓰레기~하는 분들.
그 위치에 오르기까지 그 사람이 겪어온 사회.
그 위치에 오르기까지 겪어온 경험들을 그대로 답습하신다면 이해하실 수 있을 것 입니다.
뇌물 받을 위치에 올라가는 것 정말 힘듭니다.
그들에게 있어 뇌물은 하나의 보상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할 것 입니다.
저같은 경우에는 체력장을 하고나서 몸이 힘드니 좀 앉아있는 것 정도는 괜찮겠지...하다가 체육선생 발길질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적도 있습니다.
그 때는 너무 불쾌해서 체육 선생님에게 반항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면 전부 터무니 없는 보상심리입니다.
내가 힘든 것이 타인에게 무슨 상관입니까?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는 주인공이 악역에게 농락당하는 것을 보며 이것은 잘못되었다! 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주인공을 '나'로 링크시켜 보고 있기 때문이지 실제 사회에서 적용해 보면 그 사람들은 제 삼자일 뿐 입니다.
세상 그 자체로 보면 존재 의미조차 희미한 나의 보상심리가 사회 자체에 받아들여 지겠습니까? 나 자신의 잣대로 현 상황을 판단하고 이해하는 것은 소설 집필이나 독서에 있어서도 가장 위험한 심리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뇌물 받는 사람들도 자기 스스로의 행동에 보상심리를 가집니다.
이정도 쯤은 되겠지, 당을 위해서인데...
경비하는 제 입장에서도 상사 앞에서 아양을 떨면 푸쉬업을 주던 상사가 다음 날이면 컴퓨터도 시켜주고 먹을 것도 사줍니다.
경비하는 제 입장에서도 열심히 한다고 밥 한끼라도 식당에서 얻어다 주면 눈물이 날 정도로 기쁘지요.
아마 대부분의 월급쟁이분 들이 느끼는 설움이 이럴 것 입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학생분들 역시 그 분들이 밟아가는 계단을 밟게 되겠지요.
물론 뇌물 받거나 비리를 저지르는 것은 잘못된 것 입니다.
그런데 더욱 문제는 아, 죽고 싶다...라고 말하는 학생들이 뇌물받는 것 보다 더 심한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이지 못할 뿐더러 이런 말을 하게 만드는 현 상황에 적응하기 보다는 보상심리만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지요.
이런 심리를 가지고 사회를 나가는 것은 무척 힘듭니다.
환상에서의 사회 데뷔에서 자신은 항상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직업을 가지고 등장합니다. 물론 어렸을 때와는 다르게 보다 현실적인 직업이 말이지요.
하지만 이 현실적인 직업, 학생으로서 가장 현실적으로 '타협'한 직업이라는 것이 사회에 나가서 통용될까요?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일, 극소수의 사람만 합니다.
각고의 노력, 집안의 뒷받침이 일체된 극소수의 사람만이.
타협은 이래서 무섭습니다.
정말 스스로에게 솔직하고 미래를 개척하고 싶으신 분들, 스스로에게 타협하지 마십시오. 스스로에게 타협하는 순간 환상은 현실로 들이 닥치고 상처를 입게 되는 것은 여러분 뿐 입니다.
*추신*
자매품 미치도록 패고 싶었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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