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오랜만에 쓰는군요. 저번에는 2주 동안 글 안 올렸다고 격조했다니어쨌다느니 했는데 한 달 만에 글을 올리니 뭐라 말하기가 힘드네요.
뻘소리는 두 줄로 끝내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저 고백받았습니다.
심한 두괄식 구성이기 때문에 위 내용이 핵심이고 밑은 그에 대한 자질구레한 설명입니다.
5월 말부터 제 (뻘)글을 읽어오신 분들은 제가 그 동안 어떤 상황을 겪어 왔는지 아실 겁니다. 모르시는데 굳이 이놈의 사정을 알고 싶다 하시는 분들은 제 이름으로 검색하여 5월 말일자 글부터 읽어보시면 됩니다.
요약컨대 제가 10학번 남자놈인데, 같은 동아리의 11학번 여자애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친해져 보려고 스토킹 비슷한 무리수를 썼다가 거의 90% 이상 확률로 들킨 듯하여 오히려 친해질 만한 기회를 잃어버렸고, 그 후로도 기회가 여럿 닥쳐와도 제대로 처신하지 못해 안타깝게 날려버렸더랬습니다.
그래서 7월 중순 이후로 Y(제가 좋아하는 여자애)에게 직접 들이대기 전에 먼저 다른 사람들, 특히 여자아이들과 원만히 지내는 법을 익히자는
식으로 적극적으로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지요. 학과 생활을 거의 안 하기(=못 하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관계를 형성한 곳은 CCC 동아리뿐이었거든요.
그 동안 별별 일들을 겪었습니다. 원래 교회에 나가지도 않다가 동아리에서 주관하는 주일 예배에도 정기적으로 참석하고, 동아리에서 진행하는 친목적인 모임에도 다 나가고.
특히 여자애들과 친해지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11학번 여자애들이랑 영화 보러 가는 것도 생전 처음으로 도전해서 해보고, 상위 학번 누나들의 일도 여러 가지로 챙겨 드리면서 친분을 위한 많은 시도를 했지요. (일찍이 여자애들과 자주 교류한 사람들에게는 그게 뭐 대수로운 일이냐고 하시겠지만, 제 성장 환경은 상당히 좋지 않은 편이어서 대인 관계가 굉장히 굉장히 협소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일도 제게는 두렵고 새로운 일이었죠.)
그러다가 예대 쪽의 10학번 여자애인 S와 유난히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사실 S를 처음 본 것은 작년 초였지만, 둘 다 1학년에는 동아리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고 2학년 1학기 때부터야 좀 제대로 나오게 되었지요. 4월 말까지 드문드문 얼굴만 보다가 5월에 동아리 카페에서 5인조 댄스 공연을 같이 준비하면서 꽤 친분이 트이기는 했지요. 그래도 그 때 형제는 형제끼리, 자매는 자매끼리 좀 준비를 한 터라 깊이 얘기를 나눌 정도까지는 못 되었고, 또 S에 대한 저의 선입견 때문에 제 자신이 깊게 다가가지는 못했습니다.
그 선입견이 무엇이냐 하면, 3월 말 MT 때 10학번 중에 좀 친해진 사람이 저와 S, 또 C군이라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이 C군이 음악과 운동을 즐겨하는지라 많이 활달한 친구인데, 그 때 S랑 C군이 얘기도 좀 많이 하고 꽤 친해졌었지요.
근데 며칠 뒤에 주워듣기로, C군이 바로 그 다음날에 S한테 포풍고백을 했다가 포풍거절을 당했다는 겁니다! 만난 지 24시간만에요!!
물론 윗 선배들은 C군이 좀 지나치게 용감했다고 평을 했지만, 저는 C가 얼굴도 괜찮은 편인데다 착하고 활발해서 괜찮은 놈이라 생각했습니다.
또, 주변 사람들 중에서 가볍게 만나서 가볍게 사귄 사람들이 많아 C가 특별히 이상하다고는 생각지 못했지요. 다만, S가 상당히 예쁜 편이고 또 예대 쪽에서도 예쁜 애들 많다고 소문난 학과 출신이라 좀 눈이 높고 도도했기 때문에 C를 찼다고 지레짐작을 했습니다. 이 때 생긴 선입견 때문에 S한테 스스로 쉽게 친해지질 못했지요.
근데 7월부터 S와 함께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여러 가지로 얘기를 나누어본 결과, 제 선입견이 아주 잘못된 것이더군요. 의외로 순진한데다 착해서 허물이 없는 아이더라고요. 한 번 제대로 말문을 트이고 또자주 볼 기회가 생기니까 한 달 정도만에 급속도로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의 또 다른 친구로 M이 있습니다. 저와 그렇게 많이 친하지는 않지만, CCC 안에서 같은 직속 선배 밑에서 소모임을 했습지요. 한데 몇 주 전에 M이 S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듣자하니 C보다 더 이전부터 S를 좋아했던 것 같더라고요. C가 S한테 고백했다는 사실이 화제로 오르내릴 때, 그 얘기를 들은 M의 표정이 돌하루방처럼 딱딱하게 굳었다 합디다.
사실 저도 M의 행동이 좀 이상하게 보이기는 했습니다. 저는 M이 S를좋아한다는 사실을 몰랐기에, M이 S와 친해지려고 시도했던 행동들이 이상스럽게 보였거든요. 근데 맥락을 알게 되니 박장대소하게 되더군요. M과 그렇게 친해보이지는 않았지만, 3월부터 좋아했다는 놈이 8월이 다 되도록 아무 진전이 없음이 가엾게 느껴져 제가 기회가 되는 대로 도와주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 물론 5월 말부터 좋아해서 마찬가지로 8월까지 아무 진전은커녕, 오히려 마이너스만 처먹은 제가 할 생각은 아니었지만요. -_-;;
아무튼 그래서 8월달 동안 S와 여러 모로 만나면서 S랑 좀 더 친해지려고 노력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지만 S도 1년 가까이 동아리 활동을 거의 안 했기 때문에 사람들과 서먹서먹한 편이었고, 그래서 서로서로 참여를 독려하려고 S를 우선적으로 많이 챙기고 도와주었지요. 게다가 동아리 중에서 10학번이 유난히 적어서 장기적인 행사에서는 저랑 S랑 하루종일 같이 붙어다닌 경우도 많았습니다. S랑 많이 친해져야 M이 어떤 상황에 처할때 무슨 도움이든 줄 게 아닙니까? 또, 저는 제가 좋아하는 Y에게 지식과 기술의 부족 때문에 올바른 접근을 하지 못했던 터라 S를 통해 여자애들과 친해지는 연습(...)을 하려는 의도도 있었지요. 게다가 Y랑 S랑 친하기도 하고요!
근데 8월 중순 즈음에 동아리에서 1박2일로 여행을 갔고, 이 여행의 소모임에서 사귄 사람들과 며칠 전에 애프터 모임을 했습니다. 거기서 진실 게임? 뭐 비슷한 걸 했습니다. 게임은 아니고 좀 더 진지하게 최근의 고민이나 응어리 등을 말하는 자리였는데요.
뭐, 이 나이대의 모임이 다 그렇듯이 어쩌다가 주제가 '첫 사랑'이 되어서 제 얘기를 했는데...
저야 뭐, 최근의 사랑이 첫 사랑(...)이었기에 그것을 얘기했지요. 5월말에 같은 캠퍼스 동아리 중에 팍! 화살이 꽂힌 여자애가 있어서 지금까지 속앓이 중이다. 끗!!
근데 바로 모임 사람들이 찔러대더군요. 왜냐하면, 그 모임에서 같은 캠퍼스에 같은 동아리인 사람은 저랑 S뿐이었거든요.(...)
다들 "S야? S인 거냐??" 하는데 저는 일단 진정을 시키려고 하면서 "아직 내 얘기 안 끝났습니다!" 했는데, 아주 막무가내로 사람들이 밀어붙이더군요. "아니 그러니까, 일단 S인지부터 확인하자고." 했는데.
제가 그래서 말했지요. "단칼에 '아니요? 전혀 안 그런데요?' 하면 좀 분위기가 그렇잖습니까? 일단은 아니고요. 동아리 카페에서 같이 활동한 여자애였는데 그냥 팍 꽂혔던 겁니다!" 하는 식으로 어떻게든 끝맺음을 두었지요.
그게 며칠 전의 일이었고, 오늘도 또 S를 만날 일이 있었습니다. 개강 전의 10학번 동아리 모임을 계획하다가 S와 함께 귀가하게 되었습니다. 귀가길이 어느 정도 겹치거든요. 근데 갈림길에서 헤어지기 직전에 S가 잠깐 얘기를 좀 하자고 하더군요.
그 순간, '혹시 M이 자길 좋아한다는 걸 벌써 눈치챘나? 어쩌면 이미 M이 포풍고백을?? 그래서 M이랑 같은 구성원인 나에게 고민상담을 하는 건가?!!' 하며 혼자서 온갖 머릿속으로 오도방정 꼴깝을 떨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여태까지 제 친구와 선배들에게도 그랬고, 강호정담에도
온갖 A4 용지 수십 장 분량의 뻘글을 쓰기도 하면서 '남에게' 고민상담을 청하는 경우는 있어도 제가 남의 고민을 들어준 적은 없었거든요. 만약 M과 관련된 일이라면 매우 중요한 일인데 이걸 제가 어떻게 듣고 어떻게 대답해줘야 하는 고민이 순식간에 부풀어올라 머릿속이 CPU처럼 팽팽 돌아가기 시작하더군요. 그러면서 동시에 '아 젠장. 이런 주제에 어떻게 M을 돕겠다고 난리를 친 것인가?' 하며 스스로 어리석음을 개탄했지요.
방패업도 안 되고 의료선도 없이 닥돌해야 하는 해병의 심정으로 S의 말을 기다렸는데,
저를 좋아한다고 하더군요.
-ㅅ- 순간 뭔 소리인지 이해를 못했습니다. 듣기는 들었습니다. S에게는 정말정말 미안하지만, 진짜 그 때 제 머릿속에 들어온 생각은 어느 사극 대사뿐이더군요. '이게 무슨 X소리야??'
그러면서 자상하게 대해주는 게 너무 좋았다고, 이런 말하는 거 처음에는 무척 망설였지만 진짜 용기내서 하는 거라고 말하더군요.
이런 제기랄! 이 대목 쓰면서 얼마나 제 손가락이 떨렸는지 아십니까? 이런 젠장. 살다살다 내가 이런 거 쓸 줄 몰랐어요! 나는 21년 평생에 여자애한테서 긍정적인 소리를 거의 들어본 적도 없는 사람이란 말입니다! 솔직히 제가 만약 연애를 한다면 제가 대쉬를 해서 될 것이지, 여자애가 저한테 대쉬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어요! 젠장, 연예인급 사람들도 여자가 먼저 대쉬하는 일을 겪는 건 흔치 않은데, 저 같은 일개 중생이 그런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진짜 별별 생각 다 들었지만, 그 때 동시에 세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말도 안 된다는 생각 하나, 한 편으로는 여자애가 이렇게 용기내서 고백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떤 대답을 들려주든 절대 상처받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 하나, 그리고 또 한 편으로 왜 스타2 할 때는 이런 식으로 여러 가지 생각을 동시에 멀티태스킹 못했는지 의문스러워하는 생각 하나. 마지막 생각은 이게 무슨 개소리냐고 하겠지만, 진짜 저 세 가지 생각을 동시에 했습니다. 저도 제가 미친놈이란 거 압니다. 알아요. 젠장.
대답을 어떻게 했는지 생각이 잘 안 납니다. 제기랄! 다만,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하는 건 여자애한테는 거의 거절과 동급으로 들릴 것이라는 예감이 들어서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으면서도 좀 긍정적인 듯하면서도 모호하게 대답했지요! 확답은 아니었던 건 분명합니다. 젠장.
오는 내내 생각하느라 정거장 두 번 지나쳤습니다. 우리 동네 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한 번 지나치고, 다시 반대 방향 타고 돌아오는데 또 지나치고 ㅡㅡ;; 아주 잘하는 짓이었지요.
아니 대체 근데 뭐 어디가 좋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진짜 객관적으로 봐도 제 외모는 완전 망입니다 망! 헤어스타일은 지X 같은 피부 때문에 약품 뿌릴 수도 없어서 진짜 내츄럴 자연산 그대로지! 피부 개껍데기는 항상 트러블 작렬에 흉터가 작렬이지! 늙어보여서 21살이라니까 아무도 안 믿지! 키도 그냥 양산형 170 중반이고! 뭐 딱히 음악 잘하는 것도 없고! 그냥 찌질하고! 이상한 소리나 지껄이고!
반면에 S는 진짜 예뻐요! 누가 봐도 S는 예쁘다! 이렇게 말할 겁니다.
벌써 C라는 한 놈은 포풍고백했다가 포풍GG를 쳤고, M이라는 놈은 맛이 가서 헤롱거리고! 게다가 고등학교 때도 고백받고 한 번 사귀었다던데! (뭐 그냥 스무스하게 끝나서 도로 친구 사이가 됐다지만)
그 때 내 어디가 좋은 거야??? 라고 물으려다가 진짜 참느라 죽는 줄 알았어요.
빌어먹을.....
생각해보면 그 때 오해를 심어서는 안 되었습니다.
위에서 모임 자리서 첫 사랑 얘기했다고 했잖아요? 그 날 밤에 또 다른 친구 A네 집에서 잘 일이 있었는데, 친구 A한테 이 얘기를 했다가 핀잔을 들었습니다. 그 때 S 좋아하는 게 아니라고 단칼에 잘라 말해야 했다고요. 단칼에 잘라 말한 건 아니었지만, 분명히 '아니'라고 말해서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친구 A는 절대 안 그렇게 들린다고요. 그냥 대강 넘기려고 하는 게 너무 뻔히 보인다고. -_-;;
제기랄! 빌어먹을! 근데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습니다.
M 도와주려고, 또 Y와 친해지기 위해 S랑 친해졌는데, 그게 지금 S가 저한테 고백까지 이어졌어요! (물론 M 도와주는 게 목적의 전부는 아니었지만)
그러니까 지금,
M은 S를 좋아하고, S는 저를 좋아하고, 저는 Y를 좋아합니다!
근데 저는 M과 친구이고, S는 Y랑 친구이고요.
다 서로서로 친구야!!
꼭지점만 하나만 더 있으면 오망성 그려도 되겠군!!
젠장. 이게 지금 제가 처한 상황입니다.
어떻게 해야 하죠? 당장 금요일에 동아리 금요예배가 있는데 그 때 S를 만나면 구체적으로 답을 해야 합니다!
빌어먹을. 모레란 말이야 모레! 그나마 내일이 아닌 게 다행인데....
Y는 학원 다니느라 방학 내내 동아리에 나오지도 못해서 울적하던 차에,
그래도 S가 예쁘기도 하고 참 착한 아이라 만나는 게 참 즐거워서 그 동안 S랑 정기적으로 만나게 되는 금요일이랑 일요일이 기다려졌거든요?
근데 지금처럼 금요일이 두렵기는 처음이야!!
오 하나님 제발...
대체 어떻게 해야!
저는 아직도 Y에게 마음이 꽂혀 있습니다. 이건 확실해요.
근데 S를 거절하면 S와는 소원해질 게 뻔합니다. 젠장. S가 이런 문제에 대해서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제 나름대로 추측컨대 절대 동아리에 남아 있을 것 같지가 않아요.;;
제기랄. 제가 지금 정말 친해진 여자애는 S뿐이라고요! 11학번 애들이랑은 친해지긴 했어도 S 정도만큼은 아니었습니다! 근데 S가 떨어져 나가버리면 또 다시 無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단순히 여태까지 노력한 게 아깝다 그런 게 아니라 친구로서 S를 잃어버리고 싶지 않단 말입니다.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젠장! 솔직히 이런 거 여기서 답 구하기 어렵다는 거 알아요! 그래도 지금 개답답해!
이 글 거의 2시간 걸려서 작성했습니다! 쓰다가 어찌나 두통이 엄습하던지!
도와주십시오, 정담 여러분..;;;
P.S 다 쓰고 나니까 윗문단 줄나눔이 오류 폭발이어서 다시 지우고 올립니다. 읽고 댓글 쓰셨다가 '삭제된 글입니다' 크리를 맞으셨을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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