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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67 지나가기
작성
11.12.10 19:08
조회
271

이걸 자기 스스로 이야기하는 것만큼 우스운 이야기도 없겠지요. 하지만 비록 이 게시물이 공개된 게시판에 적어올리는 불특정 다수를 향한 것이라도 기본적으로 저는 혼잣말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울하고 싶었으니까 이런 말을 하고 있다, 라고 스스로 혹평도 해보았습니다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우울증이 맞는 것 같습니다. 평상시에 그토록 기피하고 혐오감을 담아부르며 싫어하던 중2병스러운 전개로군요.

혼잣말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구질구질하게 이야기를 늘어놓을 생각은 없습니다. 저는 분명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으면 싶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자존감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으니까요.

본래대로라면 저는 이런 게시물을 올리는 걸 스스로 용납할 수 없어야 하지만, 계속 우울한 생각에 빠져서 일상생활조차 제대로 할 수 없게 되는 절 고치기 위해서라도 애써 혐오감이 드는 이런 게시물을 써올려보고 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한계입니다. 혼자서 잠드는 밤도 지쳤고, 호의적인 시선이 없는 곳에서 살아나가는 것도 한계입니다. 사람들 눈 앞에 설때마다 부들부들 떨리는 몸도 역겹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무언가 형언할 수 없는 끔찍한 감정들로 보통이라면 취해선 안되는 행동을 하고 있는 스스로도 한계입니다. 깔끔하게 죽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온갖 걱정이나 미련이나 겁때문에 그러지도 못 하고 있는 것도 한계고 아무튼 이것저것 전부 한계입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한계란 단어를 이렇게 연거푸 쓰진 않을텐데, 아 끊임없이 절 이상하게 보지 말아달라며 게시물에 덕지덕지 멘트 적어넣는 것도 싫네요.

외국에 나오지 말 걸 그랬습니다. 못하는 일을 해야 한답시고 꼴깝을 떨지도 말아야 했습니다. 이메일에 도대체 무슨 내용이 담겨있을지 무서워서 열지도 못 하는 주제에 자신의 얼굴이 안보이는 모니터 뒤에서 번듯하게 살 수 있을 턱이 없을텐데 말입니다. 사람들 만나는 것도 질렸습니다.

아마 이 게시물 만큼은 지우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써놓고, 나중에 부끄러워지는 한이 있더라도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계속 들고 있어야 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젠 정말 살고 싶지 않습니다. 살아야겠지요. 죽을 각오 있으면 살라고 누가 그랬으니, 사는 편이 낫겠지요. 죽는 거 무섭습니다. 어머니가 나 따라 죽겠다고 나서지 않을런지, 가뜩이나 가족 중에서 챙겨주는 사람 하나 없는데 큰일나면 어쩌겠습니까. 정말 어머니만 없었으면 마음 편하게 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서글프네요.

별로 죽어보려고 이런 게시물을 쓰는 건 아닌데, 감정적으로 흘러가다보니 죽고 싶단 말이 너무 가볍게 나오네요. 굳이 변명할 필요도 없는데, 그런 거 신경쓸 필요도 없는데 신경쓰고 있고.. 아직 챙기고 싶은 게 있는 거겠지요. 그런 주제에 게시물 하나 작성해서 아무 관련도 없는 사람들 심장 벌렁거리게 만들지도 모르겠습니다.

뭔가.. 모르겠네요. 저 뭘 쓰고 싶은 걸까요. 무슨 이야기를 들어주었으면 싶어서 여기에 이렇게 타자나 두드리고 있는 걸까요? 저 아래에, 보컬로이드 곡에 가사에 오늘 하루 종일 울었어요. 다시 태어난다는 말 한마디 저 게시물 어딘가에서 한 번 본 것 같은데 음악이 곁들어지니까 파괴력이 너무도 대단하더군요. 이게 굉장히 추한 모양새라는 거 이런 사람들을 주변에서 봤으니까 아무 관련없을 경우에 어떻게 보일지 조금은 예상을 합니다. 근데 막상 제가 그런 데에 공감을 가지게 되니까 이 질문 하고 싶어져요.

아 도대체 왜 인생에 리셋 버튼이 없나.

예전에 제가 고등학교 시절에 같은 커뮤니티에서 연하니 동갑이니 폭풍 사춘기 중에 수십번은 던지던 질문인데 그걸 이제 던지고 있어요. 자존감이 아마 많이 없어진 모양입니다. 하긴 좋아할래야 이 놈은 좋아할 수가 없습니다. 아니 사실 좋아하긴 많이 좋아하는데 좋아하면 안될 것 같습니다.

도대체 뭐라는 건지..

정말 횡설수설이네요.


Comment ' 8

  • 작성자
    Lv.67 서래귀검
    작성일
    11.12.10 19:11
    No. 1

    힘들지만 다들 힘드니까, 노력하다보면 언젠가 좋은날이 올테니까 견뎌봐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체셔냐옹
    작성일
    11.12.10 19:12
    No. 2

    프로이트 선생은 인간이면 누구나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하셨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4 외돌이
    작성일
    11.12.10 19:13
    No. 3

    그래도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공간도 있고 힘내라고 응원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괜찮아요. 다 잘될거에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묘로링
    작성일
    11.12.10 19:30
    No. 4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픈날엔 참고 견디라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를 바라느니
    현재는 한없이 우울한 것
    모든 것 하염없이 사라지나
    지나가 버린 것 그리움 되리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노하거나 서러워하지 말라
    절망의 나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 반드시 찾아오리라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언제나 슬픈 법
    모든 것은 한순간 사라지지만
    가버린 것은 마음에 소중하리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며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설움의 날을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고야 말리니

    푸쉬킨의 시입니다. 제가 슬플 때 위로가 된 시를 당신에게 바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체셔냐옹
    작성일
    11.12.10 19:45
    No. 5

    Tu ne quaesieris, scire nefas, quem mihi, quem tibi
    finem di dederint, Leuconoe, nec Babylonios
    temptaris numeros.
    ut melius, quidquid erit, pati.
    묻지 말게, 레우코노에여, 신들이 나나 당신을 위해 어떤 운명을 점지해주었는지
    이는 금지되어 있나니, 또는 바빌론의 점술에 혹하지도 말게나. 인생이 어떻게 풀리던지간에 그대로 견디는게 낫다네.

    seu pluris hiemes seu tribuit Iuppiter ultimam,
    quae nunc oppositis debilitat pumicibus mare
    Tyrrhenum:
    유피테르신이 자네에게 많은 겨울을 주셨는지 아니면 마지막 겨울을 주셨는지간에, 아직도 티레눔해 반대편 바위들을 마모시키는 겨울을….


    sapias, vina liques et spatio brevi
    spem longam reseces. dum loquimur, fugerit invida
    aetas:
    정신 좀 차리게, 와인도 좀 하고, 그리고 자네의 길고 긴 희망을 좀 더 짧은 시간을 위해 줄이도록 하게. 우리가 이렇게 말하는 동안에서도 덧없는 세월은 우리에게서 멀어져가네.

    carpe diem quam minimum credula postero.
    지금 이때를 잡도록 하게나, 미래에 대한 믿음은 되도록 줄이도록 하고.




    CARPE DIEM!!
    지금을 즐기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1.12.10 19:50
    No. 6

    아마도 그렇습니다. 매일 죽지 못해 사는 인생일 겁니다. 다른 사람이라고 하여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일반적인 범위 내에서 말입니다.
    저 역시 군대를 앞두고 일년동안 이룬 게 없어, 하다못해 글 하나도 완결짓지 못해 참 우울합니다.
    바뀌진 않을 듯합니다. 아마도 계속 우울할 겁니다. 내가 어떻게 되든 나보다 잘 할 사람은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편해집니다. 그냥 흘려 보내면 되는 것이였기 때문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christin9
    작성일
    11.12.10 20:16
    No. 7

    살면서 혼자만 있다보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 하는 것이 우울증입니다. 우울증이 있기전에 너무 열심히 살았고 삶에 대한 기대감이 컸는데 현실의 벽에 막혔다던지, 일이 잘 안 풀릴때 흔히 찾아 옵니다. 국외에 있어서 사람과의 대화가 어렵나요? 영어를 잘 못한다고 놀리나요? 국내에는 영어를 하나도 못하는 사람이 부지기수 입니다. 사람들은 먼저 다가와 주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언어에 어려움이 있으면, 바디랭귀지 또는 메모지를 들고다니면서 간단한 그림으로 상황을 표현 해보세요. 이런것은 만국공통어 이니까요. 대화가 안되서 거리를 두거나 놀리는 사람이 있다면, 영어를 열심히 배워서 그들과 다시 대화를 해보세요. 상대는 아마 매우 놀라고, 다시는 놀리지 않을 겁니다.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지 모르겠지만, 사창가 가면 간혹 손님 중에 섹스는 안하고 직장이야기나 푸념만 늘어 놓고 가는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외롭고 스트레스가 쌓이는데,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으니 그렇게 푸는 것이죠. 외로움은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고, 죽을때 까지 같이 가는 신의 선물일지도 모릅니다. 생각해보세요. 슬픔과 외로움이 없다면, 기쁨과 즐거움은 마음속에 그렇게 크게 와 닫지 않고 무덤덤 할 테니까요. 외로움뒤에 찾아오는 즐거움은 더 크게 느끼는 법이고, 그게 사는재미 아니겠습니까? 즐거웠던 순간을 떠올려 보세요. 그리고, 사람 만나기, 운동, 취미생활을 하는 것을 권합니다. 정 안되면 국내로 돌아오는 것도 한 방법 입니다. 기나긴 인생에서 며칠, 몇 달, 몇 년은 찰나의 순간일 뿐, 국외는 다시 나갈 수 있으니까요. 힘내세요. 당신의 옆에는 늘 사람들이 있어왔고, 지금도 있고, 앞으로도 있으니까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1.12.10 20:38
    No. 8

    제가 한때나마 느꼈던 감정이랑 유사하네요.

    자신이 타인을 이해한다는 생각. 그것은 정말 어리석기 짝이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해한다는 둥의 표현은 쓰지 않겠습니다.

    다만, 제 경험상.

    괴로워도 힘들어도 시간은 흐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언젠가 지금을 추억하며, 그땐 그랬지 하는 순간이 올 것입니다.

    누구나 한번씩은 겪을 법한 그런 이야기입니다.

    혼자만 괴롭다고 나약해지지 마세요.

    저 창밖에 웃으며 지나가는 사람들도, 괴로움의 터널을 지나 지금의 미소를 지니지 않았을까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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