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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1 金氏
작성
12.01.26 22:41
조회
1,378

저는 도서관에서 사서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항상 문피아에 오면 느끼는 것이 장르시장의 질적저하와 판매저조등의 탓을 불법스캔, 대여점, 책구입 저조등으로 돌리는 것에 대해서 안타까움이 있어서 글을 써보려 합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장르시장의 붕괴는 불법스캔본의 탓도 대여점의 탓도 아닙니다. 이건 그냥 시대의 흐름입니다. 다시 말해서 인쇄매체의 종말과 문학의 암흑기입니다.

첫째로,  과거와 달리 이미 장르소설은 대중문화의 중심이 아닙니다. 과거 무협소설, 판타지소설 등은 우리 대중문화에서 상당히 큰 축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어릴때만해도 만화방, 대여점에는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아주 붐비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중고등학생들이 학교를 마치고 가장 먼저 가는 곳은 대여점이 아니라 피씨방입니다. 과거 무협소설을 들고서 담배를 피우며 소일거리하던 아저씨들도 이미 피씨방에서 인터넷 화투를 치고 있지요. 밤늦게 집에서 추리소설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던 청년은 이제 카톡을 두드리고 온라인 게임을 하고 있지요. 이미 장르소설의 위치는 대중문화의 중심에서 밀려나있습니다. 한 마디로 스캔본으로 열심히 장르소설보던 친구가 어느 날 스캔본이 없어진다면 그 친구는 책을 사는 것이 아니라 '디아3나 해볼까'쪽으로 가는 세상이죠.

둘쨰로, 문학시장 자체가 이미 그 영역을 많이 잃었습니다. 이것은 첫째와 연결되는 말인데 이미 과거에 수십만, 수백만권씩 소설들이 팔리고 인기있는 시집은 수십만부씩 나가는 시대가 아닙니다. 현대는 워낙 많은 놀거리와 매체들이 등장했고 문학은 그 영역을 많이 잠식당했고 앞으로는 더 그럴 것으로 예측합니다. 장르시장 뿐만 아니라 문학에 관련된 모든 영역에서 뛰어난 기량을 갖춘 작가들이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과거라면 소설지망생이었을 인재들이 방송작가, 게임시나리오에디터등 다른 분야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이 시대에 조정래씨가 태백산맥을 집필 중이라면 그 분은 완결내봐야 계속해서 골방에서 글을 쓰셨을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셋째로, 인쇄매체가 점점 기울고 있습니다. 도서관계에서도 이 문제로 이만저만 고민이 아닌데, 과거 인쇄매체가 라디오, tv같은 선택제한적인 소수의 매체들의 우위에 서서 대부분의 정보전달의 매개였다면 이제는 컴퓨터와 넷의 등장으로 그 위치를 잃었습니다. 정보전달이든 흥미위주이든 인쇄매체를 매개로하는 분야들이 점점 사장되고 있습니다. 장르시장도 그 예외는 아닙니다. 그래서 전자책, 북큐브같은 넷상의 소설등 많은 방식을 고안하고 있지만 과거의 인쇄매체만한 위력을 가지지 못합니다.

이상의 1,2,3번의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계속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지 결코 이것은 대여점이나 스캔본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아주 작은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큰 흐름이 아닙니다. 대여점과 스캔본이 '전혀'없는 세상이 된다해도 장르시장의 계속되는 붕괴는 막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상의 상황들로 가장 책을 구입하는 '큰 손'인 도서관계에서 조차도 '도서 구입비'로 산정된 예산이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드래곤라자같은 양질의 장르소설이 아니라 와룡강 소설같은 양판소 무협들도 도서관에서 구입해서 비치한 것을 볼 수 있었지만 지금 도서관들이 더 이상 장르소설까지 구입 할 정도의 도서구입예산이 없습니다.

그래서 웃기게도 가장 장르소설을 많이 보유한 도서관의 자료실은 국립중앙도서관의 어문학자료실입니다. 무협소설과 판타지소설이 엄청나게 있는데 그 이유는 국중은 '납본제(국가대표도서관으로 국내에서 출판되는 모든 서적을 납본받는 제도)' 떄문에 출판사에서 출판하는 장르소설을 국중에 납본하다보니 그렇게 많아진 것입니다.

장르소설이 살아남으려면 책이라는 '매체'를 벗어나서 과거의 인쇄매체와 버금가는 위력을 가질 수 있는 신매체를 찾아내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스캔본 단속이든 뭐든 무슨 수를 써도 이 배가 기울어가는 것을 막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Comment ' 14

  • 작성자
    Personacon 엔띠
    작성일
    12.01.26 22:48
    No. 1

    공감 버튼 누르고 갑니다.
    다만 그게 없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적안왕
    작성일
    12.01.26 22:50
    No. 2

    공감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1 디렉크스
    작성일
    12.01.26 22:59
    No. 3

    사실 이게 가장 큰 이유죠.

    가장 단순하게 요즘 책을 보는 것보다 스마트 폰으로 겜을 하는게
    일상적이 되었습니다.

    이미 장르 소설 자체가 대중적 취미에서 벗어났다고 보는게 편하겠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0 화산송이
    작성일
    12.01.26 23:06
    No. 4

    어려운문제같아요 정말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작은구름
    작성일
    12.01.26 23:07
    No. 5

    공감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2.01.26 23:07
    No. 6

    책을 멀리하게 된 시대가 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전자책 시대를 맞이하여 책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를 가져야 겠지요... 갠적으로 교육 쪽에서 그런 변화가 시작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그리고 다른 매체들과의 경쟁이 치열해질 수록 상향평준화가 되도 힘든 게 사실인데 하향평준화라면 답이 없겠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 showdown
    작성일
    12.01.26 23:21
    No. 7

    잘나갈 작품이 아직 등장안한거라 봅니다.

    일본의 예를 본다면 라이트 노벨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이 1천만부를 돌파했다고 합니다. 출판시장과 독자층이 우리나라를 상회하는 일본이라고해도, 인기작은 1백만부 거뜬히 넘는 라노벨 시장이라고 해도, 애니화로 인한 판매량 증가가 있다고 해도 1천만부 판매는 일본에서도 흔치 않습니다.

    또한 일본에서도 금서 목록 택본 넘치고 콘솔 게임, 만화 등등 소설책을 대채할만한 것들은 많겠죠. 그럼에도 1천만부 돌파라는건 한번 생각해볼만한 성과라고 봅니다.

    먼저 금서목록의 양판스럽고 만화스럽다고 할 수 밖에 없는 퀄러티는 둘째치고 말이죠. 뭐 라노벨 중에 양판스럽고 만화스러운게 어디 한둘이겠냐만은 금서 목록의 성공은 요즘처럼 대채할만한 즐길거리가 넘쳐나는 시대에도 괄목할만한 히트작이 나올 수 있다는 반증 아닐까요. 1천만부는 바라지도 않지만 달빛조각사가 수십만부 팔린거 보면 아직은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2.01.26 23:24
    No. 8

    이쯤에서 나오는 OSMU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2.01.26 23:43
    No. 9

    스캔과 대여점 때무에 장르시장이 붕괴했다, 라고는 말하기 어렵겠죠.
    다만 그 붕괴 시점이 앞당겨졌다, 시장이 악화되었다 정도는 말할 수 있을 겁니다.

    더해서 스캔본이 근절되어야 하는 이유는, 그릇된 공유정신 때문입니다.
    원작자가 생활고에 시달려도 나몰라라, 우리는 공유하겠다, 불법공유는 한국의 문화다 등, 그릇된 인식 자체가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 붕괴와 스캔본을 막아야 하는 것 간에는 사실 '큰 동일성'이나 '이유'는 없다고 봐도 좋겠죠. 소소한, 개개인의 이익이나 저작권자의 수익 등에 대한 이유가 붙어있기야 하겠습니다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KOT
    작성일
    12.01.27 00:24
    No. 10

    네, 공감합니다.

    방금 인터넷으로 기사하나를 봤는데 닌텐도 제국이 스마트폰 때문에 무너진다는 기사가 떴더군요. 30년만의 적자라고 하던데.
    비디오 게임의 시대도 끝장나나 봅니다.

    생각해보니 우리 주변에서 없어진 것들이 참 많습니다.
    제가 어릴 땐 카세트 테잎에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녹음해서 듣기도 했었죠. 하지만 씨디가 나오고 카세트 테잎이 외면받는가 하더니 이제는 씨디 앨범보다는 음원으로 듣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게임도 닌텐도가 처음 나왔을 때는 '팩'이란 것을 꽂고 했는데 플레이스테이션이 나오고 씨디를 넣고 하더군요.
    하지만 이젠 온라인 게임들이 강세죠.

    영화도 그렇죠. VHS 테잎으로 보던 것들이 이제는 DVD로 바뀌었죠. 물론 그 DVD도 잘 안 사고 다운로드로 보는 사람도 많이 늘었지만 반대로 영화를 돈내고 볼 수 있는 사이트도 생겼죠. 그곳이 합법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알아서 잘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새로운 방법을 찾아보면 역시 이북과 같은 것을 활성화시키던가 아니면 그림이라도 배워서 웹툰이라도 그려봐야겠죠. 그러고보니 문피아에서 연재하던 분 중 한 분이 소설을 웹툰으로 만든다고 하신 것이 기억나네요. 그분이 꼭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2.01.27 00:43
    No. 11

    공감 버튼 누르고 갑니다.
    코닥이라는 회사가 망했죠. 필름의 종말
    새로운 물결.
    OSMU. 의 재정의 확대 혹은 개편
    여러가지 생각나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 우짜징
    작성일
    12.01.27 01:36
    No. 12

    한국 문제를 무슨 일본에서 찾나요. 한국에서 찾아야지..그리고 그 문제에 대한 답이 이거네요. 장르문학 작가님들에게는 불편한 진실이겠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맨닢
    작성일
    12.01.27 09:55
    No. 13

    음..one source multi use를 줄여서 OSMU라고 하는군요, 새로운거 하나 배워감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9 스톤부르크
    작성일
    12.01.27 11:52
    No. 14

    패키지 게임 시장이 살아 있었다면 싱글게임 시나리오야 일반 장르작가를 기용해도 얼마든지 좋은 물건이 나올텐데요....

    요즘에는 스마트폰 엡 게임 쪽에서 좀 나가는 분도 있는 듯 한데...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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