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수능이 막 끝날 때쯤이었을겁니다. 학교에서 잠시 틀어주었던 트루먼쇼를 찾아서 다시 봤어요. 소설처럼 만들어진 곳 안에서 살던 트루먼이 진실을 발견하고, 끝없이 시도해서 결국 탈출하는 장면에서 꽤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남은 커피를 마시며 마지막 장면을 봤는데요. 순간 소름이 돋으며 마시던 걸 멈췄습니다.
"다른 채널에선 뭐 하지?"
"몰라."
트루먼쇼 방송실의 직원 두 명이 대충 이런 말을 합니다. 그냥 넘길수도 있었지만, 제가 워낙 쓸데없는 생각이 많은 놈이라 그냥 지나치질 못했습니다.
실제 살아있는 사람이, 몇 십년동안 정해진 틀 속에서 살았는데, 그걸 지금까지 지켜보았던 사람들이 그런 대화를 합니다. '실제'란 말이죠. 감동을 받은 기색도 금방 사라지고, 마치 재미난 드라마가 끝난것처럼 다른 프로그램 채널로 돌리는 모습...뭐랄까요. 무감각?
어쨌든 그 세트장 밖의 사람들이 전부 괴물로 보이더군요. 그런 세상으로 나가는 트루먼이 과연 잘 살아갈 수 있을지...걱정되기까지 했습니다. 뭐, 결국 뭔가 배운 느낌이 들어요. 결말이 아니라 엔딩 크레딧 직전 장면에서...
(네이버 리뷰에도 올렸지만, 공감해주는 사람이 적은 듯해서 ㅠㅠ. 그냥 뻘글.)
아, 추가하자면, 지금 인터넷질을 하고 있는 저 자신도 똑같은 괴물처럼 느껴졋습니다. 타인의 불행을 그 순간만 느끼고 무관심해진다던지, 너무 많이 봐서 오히려 '불행의 척도'를 재고 있는 자신이라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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