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어찌 하다가, 인천행 막차를 놓치고, 서울역에서 좌절하고 있을때, 요의가 느껴져서 화장실을 찾아 갔습니다.
가는 길목마다 노숙자들이 매서운 겨울 바람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더군요.
100미터 가량 걸어서 도착한 남자 화장실 구석진 곳에서, 한 노숙자를 발견했습니다.
그분은 소변기 앞에서 열심히 자위를 하고 계시더군요.
한동안, 멍한 상태가 되어, 그 사람을 바라보았습니다.
제가 멍한 상태가 된 이유는, 그 노숙자의 행동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저보다 먼저 화장실에 있던 2명의 남성이 그 옆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볼일을 보고 자리를 떠나더군요.
노숙자가 마치 보이지 않는 것처럼....
저는 한쪽구석에서 자위를 하고 있는 노숙자의 등을 보고 절규를 느꼈습니다.
“나도 욕망을 가진 인간이다! 나도 살아 있는 인간이다!”
사랑의 반댓말은 무관심이라 했던가요.
그 노숙자는, 어쩌면 관심과 사랑에 굶주렸는지도 모릅니다.
삼화고속버스를 타고, 새벽 2시가 다 되서야 집에 도착했지만, 그의 뒷모습이 애처로워 잠못들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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