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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
13.12.25 16:56
조회
1,938

흔히 궁수 하면 보병이 전열을 맞춰서 전선을 유지할 때 후방에서 활이나 쏘는, 간단히 말하자면 근탱과 원딜의 관계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현실은 그것보다는 더 복잡합니다. 우선 활이 무엇입니까? 쏴서 맞추는 것입니다. 쏴서 맞추려면 어떻게 해야하지요? 우선 화살의 세기가 충분히 강해야하고, 쏘아서 맞출만한 거리가 있어야하고, 화살이 날아가서 목표를 맞출 수 있도록 궁수의 현 위치와 목표 사이에 장애물이 없어야만합니다. 즉,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궁수는 대다수의 경우 보병의 뒤가 아니라 보병의 앞에, 즉 최전열에 배치되었습니다. 보병의 뒤에 있으면 보병이 시야를 가려서 목표가 아니라 보병의 등이나 맞출테니까요. 곡사로 쏘면 안 되냐고요? 최전열이라해도 거리가 제법 되니 적이 공격해오면 뒤로 도망치면 되지 않냐고요? 현실은 그것보다는 좀 더 복잡합니다.


우선 활은 흔히 생각하는 것 만큼 강한 무기가 아닙니다. 영국 롱보우의 사거리는 150미터였지만 이건 말 그대로 이론상의 최대 사거리고 영국 롱보우로 150미터 밖의 목표를 맞추는 것은 매우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150미터나 되는 거리를 날아가고 난 후라면 화살의 힘이 거의 약해져서 쇠갑옷은 커녕 솜 갬비슨도 뚫기 힘들었죠. 곡사라면 어떻겠습니까? 애초에 곡사가 무엇입니까? 화살이 날아가다가 공기저항에 힘 다 잃고 중력 때문에 비실거리며 추락하는거 아닙니까? 제대로 된 방어구를 갖춘 제대로 된 부대를 상대라면 그저 화살낭비일 뿐입니다.


그래서 현실에서 활은 거의 대다수의 경우 직사로 쐈습니다. 게다가 직사로 쏜다해도 실질적인 유효사거리는 20~30m 내외였고 이 거리를 흔히 킬존이라 부릅니다. 특수한 화살촉을 달아서 만든 갑옷관통용 화살을 무려 180~200 파운드 짜리 롱보우를 이용해 직사로 발사해도 20~30m 거리가 아니면 갑옷을 뚫고 유효타를 날릴 수 없었다는 뜻이지요. 갑옷을 괜히 입는 것은 아닙니다. 즉, 궁수는 직사로 발사하기 위해 보병의 뒤가 아닌 보병의 앞에 배치되야만 했고 실질적인 타격은 20~30m 거리, 말을 탔던 맨발이던 상관없이 전력질주하면 금방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서나 이루어질 수 있었기에 멀리서 깔짝이다 그냥 후퇴하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엄밀히 말해 보병이나 기병보다는 궁병이 더 위험한 삶을 살았다 할 수 있겠네요. 


그래서 중세 후기가 되면 보통 각 병과들을 분리해서 배치하는 대신 모든 병과 모든 병력을 하나로 뭉쳐서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로 만들곤 했었습니다. 궁수의 옆에는 파이크병이 배치되서 기병과 적 보병의 접근을 방지하고 그 파이크병 옆에는 할버드병이나 양손검병이 배치되서 기병이 파이크 전열과 충돌하면 파이크로는 갑옷을 관통하기 힘드니 대신 처리하곤 했습니다. 란츠크네히트, 중세 후기의 독일 용병단하면 단순히 파이크 용병단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란츠크네히트는 그저 복장 이름일 뿐이고 그 용병단 안에는 파이크병, 할버드병, 흔히 도플졸드너라 불리는 쯔바이핸더로 무장한 양손검병, 석궁병, 궁수, 아퀘부지어, 온갖 종류의 병사들이 그냥 하나의 덩어리로 뭉쳐서 있었습니다. 이 덩어리는 원거리 공격, 원거리 방어, 중거리 공격, 중거리 방어, 근거리 공격, 근거리 방어, 모든 방면에서 완벽한 만능이나 다름없는 그야말로 팔방미인 덩어리였고 언제 어디에서 어느때나 어떻게든 사용 될 수 있었습니다. 이 시기는 아직까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통용되던 때니까요. 나중에 근대로 가면 대포의 정확도와 대포의 위력이 증가해서 뭉치면 죽고 흩어져도 죽지만 뭉칠 때보다는 덜 죽는다로 변하지만 그건 나중의 얘기입니다. 그냥 한번 떠올라서 써봤습니다.


Comment ' 43

  • 작성자
    Lv.43 슈크림빵이
    작성일
    13.12.25 17:01
    No. 1

    그럼 브레이브하트 영화에서 나오는 궁수들은 잘못된 고증인건가요?
    흠. 중세시대 활들의 사거리가 100미터 내외인건 알았지만 20미터정도인줄 몰랐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일
    13.12.25 17:08
    No. 2

    사거리 자체는 100미터 내외가 맞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아무런 무장도 하지 않았다면 100미터 거리에서 맞춰도 그 사람은 죽습니다. 사람의 피부와 살은 나약하기 그지 없으니까요. 하지만 갑옷, 중세 후기 수준의 강철로 만든 판갑이나 흉갑이라면 심지어 20미터 거리에서도 뚫기 힘듭니다. 그러니 활 자체는 150미터에서도 충분히 살인적인 위력을 지닐 수 있지만, 제대로 무장한 부대를 상대로는 20~30미터가 실질적인 유효사거리고 그 거리에서도 실질적인 타격을 주긴 힘들었다고 보셔야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안양산형
    작성일
    13.12.25 20:02
    No. 3

    브레이브하트의 고증은 문제가 많지만 화살비를 맞는 장면은 꽤나 그럴듯합니다. 제대로 된 갑옷이나 방어구를 갖추지 못한 적을 상대로는 장거리 화살공격도 아주 주효했고, 실제로 잉글랜드가 스코틀랜드 장창방진을 그렇게 괴멸시켰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일
    13.12.25 20:16
    No. 4

    falkirk 전투를 말씀하시나보네요. 아주 인상깊고 역사적인 의미가 다양한 전투이지요. 매우 막장스럽기도 하고요. 정말 보다보면 '아 이런 막장이 다 있나' 싶을 정도입니다. 영국군은 왕이 아직 도착하지도 않았는대 기사들이 전공 세우고 싶어서 안달이 나 돌격을 했는대, 더 황당한 것은 그 황당하고 조잡스럽기 그지없는 기사 돌격을 뻔히 보면서도 스코틀랜드 궁병들이 제대로 된 후퇴를 하지 않아 알아서 기사들의 조잡한 돌격 아래 몰살당해줬습니다. 그러다 영국왕이 도착했고 영국군의 포위가 시작되자 스코틀랜드 기병은 뜬금없이 영국군에게 돌격을 했는대, 영국 기병의 숫자가 너무 많은 것을 보자마자 그냥 뜬금없이 도주했습니다... 하... 막장...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일
    13.12.25 20:26
    No. 5

    그런대 이 falkirk 전투에서 초점을 둬야하는 것은,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화살비가 얼마나 효과적인지가 아니라 스코틀랜드군이 궁수를 잃은 후 여전히 궁수를 가진 영국군에 의해 얼마나 불리한 상황을 강요받았는지인 것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3 流寧
    작성일
    13.12.25 17:18
    No. 6

    그래도 동양권의 활들은 좀 더 전략적 활용이 높진 않았을까요? 우리나라에서 자주 얘기를 하는 애기살이라 거나..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일
    13.12.25 17:21
    No. 7

    그 동양권은 제가 잘 아는 분야가 아니라 뭐라 말할 수는 없겠네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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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84 무념무상
    작성일
    13.12.25 17:30
    No. 8

    킬존이 20M면 활은 한번쏘고 나면 활버리고 칼들고 근접전하나요?
    그럼 정확도도 필요 없고 연사력도 의미가 없는데.. 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일
    13.12.25 17:39
    No. 9

    14세기~15세기의 전투는 대다수의 경우 2개의 양상중 하나를 보였습니다. 파이크 덩어리 vs 랜스차지, 혹은 파이크 덩어리 vs 파이크 덩어리. 이중 파이크 덩어리 vs 랜스 차지는 어떤 양상으로 이루어졌냐면 우선 기병이 4m 길이의 랜스로 돌격해오면 파이크병이 5~6m 길이의 파이크로 우선 돌격력을 상쇄하고(공격력을 주는게 아닙니다.)그렇게 기병이 돌격력을 상실하고 정지하면 할버드병이나 양손검병이 달려들어 대갑옷무기를 이용해 기병들을 말 그대로 때려죽였습니다. 그렇게 기병들이 맞아죽은 후에는 그냥 계속 맞아죽을 수는 없으니 말머리를 돌려 다시 후퇴하고 전열을 재정비한 다음 다시 재돌격을 하는대, 이런식으로 기병돌격이 많으면 수십차례씩 계속될 때도 많았습니다. 그러니 20~30미터의 킬존에 적이 들어왔다 나갈 때가 의외로 매우 잦았다는 것이지요. 한번 부딪히고 끝나는게 아니라요. 궁수는 기병이 파이크방진과 충돌할 때가 되면 후방으로 빠지거나 전투에 참여하거나 뭐 그랬겠지요.

    파이크 덩어리 vs 파이크 덩어리의 경우는 이러했습니다. 우선 파이크 덩어리 두개가 서로를 향해 느린 속도로 덩어리를 유지하며 이동합니다. 덩어리를 유지하며 이동하려면 절대 달려서는 안되고 끽해야 느린 속도로 걷는 속도이기에 20~30미터 거리에도 오랫동안 있습니다. 게다가 란츠크네히트는 란츠크네히트들이 입던 화려한 리넨 복장을 일컫는 말인대, 리넨 복장이니 기사들이나 입는 그 무시무시한 판갑과는 달리 화살로 쉽게 관통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명중율과 전장의 혼란을 감안한다해도 20~30미터의 2, 3배 거리에서도 살상력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즉, 더 먼 거리에 있는 적도 화살로 거꾸러트릴 수 있는 상황에서 그 적이 매우 느린 속도로 이동하기까지 한다는 것이지요. 화살로 재미 볼 여지 충분히 많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일
    13.12.25 17:41
    No. 10

    중세 초기나 중세 중기에는 그럼 어떠했냐고 물어보실 수도 있을텐데, 이때는 후기와는 달리 생산력과 인구가 크게 부족하던 시기이고 기사들도 판갑이나 플랫링 사슬갑옷은 커녕 그냥 평범한 사슬갑옷이나 입고 다니던 시기입니다. 저런 비교적 허접한 갑옷들을 대상으로는 유효사거리가 훨씬 더 길어집니다. 그러니 역시 이 때에도 단순히 한두번 쏘고 궁수의 효용이 끝나는 일은 그닥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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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5 Brock
    작성일
    13.12.25 17:32
    No. 11

    곡사 사격이라고 하더라도 충분히 유효하지 않았을까요?
    전신에 철판갑주를 입고 닥돌하는 놈들이야 기사들 정도일터이고
    일반 병사들이라면 팔다리에 화살 하나 박히면 전투력 상실일테니
    그냥 멀리서 쏴도..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일
    13.12.25 17:45
    No. 12

    그렇게 보실 수도 있겠지만, 곡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위력이 아니라 형편없는 명중율입니다. 쏠 수 있다면 뭐 쏴도 되겠지요. 수십발 쏴서 한명 죽이는 수준의 교환비를 원하시면요. 화살도 돈입니다. 쇠들어가고 나무들어가고 장인의 손길이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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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25 다이버스
    작성일
    13.12.25 18:12
    No. 13

    문제는 글을 쓸때는 사실성을 높일수록 재미가 떨어진다는겁니다. 물론 극사실적으로 써도 잼나게 쓰는 분도 계시지만 극히 드물죠. 이런식으로 모든걸 조사하다가는 글쓰는데 얼마가 걸릴지ㅜㅜ 물론 이런걸 다 염두에 두면좋죠. 하나 시간은 제한적이기에 정말 사실적인 걸 생각하고 글쓰기는 쉽지 않은것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3 流寧
    작성일
    13.12.25 18:44
    No. 14

    나는 호크아이, 혹은 신궁으로 불리는 남자다! 킬존이 무려 45M까지 되지!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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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32 뒹굴보노
    작성일
    13.12.25 18:16
    No. 15

    뭐 회전이나 수성전, 기습 등등 전장의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어떻게 유효하게 사용할 수 있나가 지휘관의 역량이 아닐까요. 또 크로스보우 등의 기술적인 발전들이나, 동양의 각궁이나 편전 등등을 생각해보면 양상은 좀더 복잡해질것 같습니다.. 중국 전성기때 물량이나 생산력, 특히 활이 유명했던 조선같이 아예 전술적으로 다른 활용이 있었을 수도 있겠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일
    13.12.25 18:31
    No. 16

    옳으신 말씀입니다. 저 또한 동일하게 생각합니다. 결국 무기는 도구고 그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사람의 재량입니다. 다만, 크로스보우는 위력이란 면에서는 흔히 묘사되는 것처럼 아주 대단한 증가가 있진 않았습니다. 그저 초보자도 사용하기 쉽고 조준하기 쉽고 장전하기 쉽고 발사하기 쉬울 뿐, 위력이란 면에서 아주 대단한 향상이 있던 것은 아니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3 流寧
    작성일
    13.12.25 18:42
    No. 17

    아, 그럼 가끔씩 보이는 공성병기인 발리스타의 경우는 어떤가요? 물론 백병전에선 별로 쓰이진 않을 테지만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3 로봇타자기
    작성일
    13.12.25 18:55
    No. 18

    짱짱맨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일
    13.12.25 19:03
    No. 19

    http://www.jstor.org/discover/10.2307/3102042?uid=3738392&uid=2&uid=4&sid=21103170693357

    이 책에 의하면, 9세기 후반에 바이킹들이 파리를 포위했을 때 양측은 당시 온세계에 알려져있던 온갖 방법의 공성및 수성 기술을 총동원했다고 합니다. 그중에는 투석기도 있었지만, 큰 소용은 없었다네요. 발리스타는 오나거든 망고넬이든 트레뷰체든 뭐든간에 어떠한 투석기보다 힘이 약합니다. 수성의 기술에 크게 발전 된 중세에는 중세 후기로 가면 가장 강력한 투석기인 트레뷰체도 잘 안 먹히는 시대인대 그것보다 훨씬 약한 발리스타가 쓰일 일은 그리 많지 않았지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일
    13.12.25 19:05
    No. 20

    성벽은 토탈워에서처럼 투석기로 몇대만 갈기면 무너져내릴만큼 약하진 않습니다. 중세 중기만 해도 요새화는 거의 정점 직전까지 도달했고 후기는 그야말로 방어력의 가장 극단적인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 대포가 개발되고 대포가 발전되며 기본적인 형태로는 더 이상 막지 못하게 되자, 충격력을 흡수하기 위해서 성벽을 비스듬하게 쌓고 흙을 사용하기도 하며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되지만 그것은 나중에 일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일
    13.12.25 19:20
    No. 21

    그렇다고 백병전에서 발리스타가 잘 사용됬냐면 발리스타와 중세가 가지고 있는 애매한 포지션을 보셔야합니다. 중세는 하나의 통합 된 국가라는 개념이 무너져내리고 그 국가의 생산력과 동원력이 무지막지하게 추락한 시대입니다. 비잔틴 제국, 셀주크, 사산조, 압바스, 우마이야, 파티마, 이런 거인들이 충돌하던 동방에서야 여전히 수만 vs 수만의 전투가 여러번 있었지만 봉건제의 늪에 빠져버린 서양에서 그런 대규모 전투는 중세 후기에도 찾아보기 매우 힘들었습니다. 실제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이미 중세가 끝나고 르네상스도 끝물에 접어들어가는 1525년 2월 24일에 당시 유럽의 두 절대자 카를 5세와 프랑시스 1세는 이탈리아의 패권을 누가 차지하는가를 두고 파비아 전투라는 희대의 대전투를 벌였습니다. 프랑스는 중세 후기부터 봉건적 중앙집권제라 제가 흔히 부르는 특이한 발전을 보이며 서서히 봉건제의 늪을 빠져나오고 있었고 당시 유럽 최강이라 할 수 있을 막대한 대군을 동원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스페인 + 신성로마제국도 만만한 상대는 전혀 아니였죠. 스페인은 신대륙을 정복하며 막대한 황금을 걷어들이고 있었고 부유한 스페인과 네덜란드는 막대한 세수와 인력을 공급해줬습니다. 거기에 신성로마제국의 황제국이라는 막강한 권위로 온 유럽에 패권을 드리우고 있었으니 사실상 카를 5세와 프랑수아 1세는 오로지 서로만이 서로를 상대할 수 있을만한 최강자라 할 수 있었지요. 그렇다면 이러한 두 숙명적 라이벌이 이탈리아의 패권을 두고 벌인 파비아 전투에 얼마나 많은 병력이 동원됬을까요? 2만 5천 프랑스군 vs 2만 3천 스페인 + 신성로마제국 군대. 물론 이들은 한명 한명이 다 잘 무장됬고 정예인 군대이며 프랑스군은 6천, 스페인 + 신성로마제국군은 4천의 기병을 동원하기도 했습니다. 이 군대가 얼마나 극도로 정예화되었는지를 잘 상징해주고, 당시 전투는 전투의 프로 극도의 정예들이 든든한 무장을 갖추고 부딪히는 형태였음을 잘 상징해줍니다. 하지만 그렇다해도 이탈리아라는 거대한 반도의 패권을 둔 채 유럽의 두 패권국이 국력을 마지막 한방울까지 쥐어짜내서 부딪힌 전투라 보기엔 스케일이 좀 작지 않습니까.

    유럽은 그만큼 생산력과 동원력이 압도적으로 추락한 상태였습니다. 사람 무장시킬 철도 없고 화살과 창 만들 나무도 없습니다. 그런대 끽해야 수백명, 수천명이 부딪히는 전투에 발리스타가 얼마나 큰 활용도를 가지고 있을까요? 발리스타를 만들 생산력은 커녕 사람들 무장시킬 생산력도 부족한대 말이지요. 게다가 국가의 생산력이 점점 정상화되고 대규모 전쟁기계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을 때는 대포가 등장해 더 이상 발리스타 같은 고대의 유물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그러니 발리스타가 정작 쓰일 수 있을 때는 필요하지 않았고, 필요하게 될 때는 발리스타가 더 이상 쓰일 수 없게 됬다 볼 수 있겠지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3 流寧
    작성일
    13.12.25 19:08
    No. 22

    흠.. '활'이 꽤나 계륵같은 존재네요 안쓰자니 아깝고 그렇다고 밀기엔 부족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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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글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일
    13.12.25 19:25
    No. 23

    굳이 계륵은 아닙니다. 반드시 필요하죠. 원거리 대응능력이 조금이라도 있는 군대와 아예 없는 군대는 차원이 다릅니다. 원거리 대응능력이 없다면 적이 원거리를 이용해 방진을 공격하면 방진을 깨고 무작정 돌격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 실제사례를 하나 얘기해보자면 13세기 후반에 있던 falkirk 전투입니다. 스코틀랜드 쉴트론 방진은 막강하기 그지없었지만 영국은 그것을 그냥 포위만 하고 화살비만 퍼부어서 결국 스코틀랜드군이 알아서 방진을 깨고 돌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일
    13.12.25 19:27
    No. 24

    즉, 원거리 공격수단이 있는 군대는 원거리 대응수단이 없는 군대에게 불리한 상황을 강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전투에서 절대 맞이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지요. 실전에서 불리한 상황을 맞이하면 전투를 이겨도 불필요한 인명손실과 재정손실을 감수해야하고 자칫하다간 이길 전투도 꼴까닥 질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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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글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일
    13.12.25 19:31
    No. 25

    토탈워에서도 자주 있는 상황입니다. 팔랑크스 도배해서 사방을 빙 두른 군대를 상대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궁수로 포위하고 활질하는거죠. 그럼 팔랑크스 군대는 알아서 방진을 깨고 돌진할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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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글
    작성자
    Lv.83 로봇타자기
    작성일
    13.12.25 20:09
    No. 26

    롬토 2 하는데 궁수가 너무 후진거 아닌가요 ㅠㅠ 파르티아로 궁기병의 낭만을 느껴볼려다가 혈압올라서 결국 카타프락토이만 썼네요 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3 로봇타자기
    작성일
    13.12.25 19:11
    No. 27

    합성궁 같이 발달한 활을 쓰는 나라에서는 활의 비중이 서양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피리휘리
    작성일
    13.12.25 19:31
    No. 28

    http://cafe.naver.com/darksway/3069 애기살의 위력..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일
    13.12.25 19:32
    No. 29

    전 서양역사만 조금 아는 수준이고 동양역사는 거의 몰라서 뭐라 할 말이 없네요. 죄송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3 로봇타자기
    작성일
    13.12.25 19:44
    No. 30

    서양기준이라고 본인 스스로 미리 말씀하셨는데 뭐하러 사과를 하시나요 ㅎㅎㅎ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피리휘리
    작성일
    13.12.25 20:30
    No. 31

    사과 하실것도 없으시고 사과 받을 이유도 없습니다..그냥 우리나라에 저런 좋은 활두 있다고 친건데 .... 나만 나쁜놈 되는거같아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피리휘리
    작성일
    13.12.25 19:34
    No. 32

    아 동양역사보단 우리나라 역사에있는거죠 ^^
    http://youtu.be/zJELZ0vYvV8 편전입니당...우리나라엔 이런 비밀병기가있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0 부정
    작성일
    13.12.25 21:04
    No. 33

    잘 모르는 저로서는 20미터면 뭔가 똥망이 될 것 같아요. 키우는데 드는 노고에 비해서 효율이 없어보이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일
    13.12.25 21:12
    No. 34

    위에 쓴 댓글에서 이미 설명및 반박한 내용입니다. 한번 위에 있는 제 댓글들 차례차례 흝어보시면 이해가실거에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시디
    작성일
    13.12.25 23:41
    No. 35

    애기살같이 위력이 좋은게 있다고 해도 우리나라는 산림지형이 대부분이라 최종병기 활의 주인공같은 명사수가 아닌 이상은 가까이서 쏠 수 밖에 없겠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2 취준
    작성일
    13.12.26 04:32
    No. 36

    이번에도 멋진 글 감사합니다 ㅎㅎ
    혹시 이런 내용이 담긴 책이 있다면 추천 받을 수 있을까용?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2 취준
    작성일
    13.12.26 04:34
    No. 37

    더해 동양 쪽은 조선 후기의 수군 교본을 보면 총통은 240m, 조총은 120m, 활은 108m의 사거리가 교전 사거리라고 하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일
    13.12.26 11:40
    No. 38

    http://www.medievalwarfare.info/

    우선 이 사이트를 추천해드립니다. 일단 책이 아니니 인터넷으로도 간편히 볼 수 있고, 영어이긴 하지만 중세의 전투를 차근차근 잘 정리해뒀습니다. 그 후에는 Sean McGlynn의 The Myths of Medieval Warfare를 추천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2 취준
    작성일
    13.12.26 15:01
    No. 39

    ...ㅠㅠ 영어 넘 싫어여 ㅠ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일
    13.12.26 20:54
    No. 40

    서양사에 관심이 있으면 영어는 기본이고 어떤 국가에 대해 깊이있게 알고싶냐에 따라 알고 싶은 국가의 언어를 깊이 있게 배워야하는게 현실 ㅜ. 관련 번역은 별로 없습니다. 그나마 영어를 안다면 영어로 번역 된 외국어 서적이 많으니 영어 통해서 읽을 수 있고, 로망스 계통 언어를 배울 때 훨씬 쉽게 배울 수 있긴 하니 그나마 다행이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푸른달내음
    작성일
    13.12.26 20:25
    No. 41

    활의 최대사거리와 유효사거리, 그리고 궁수의 교전거리가 모두 달랐고 궁수의 교전거리는 활의 최대사거리에 비하면 매우 짧다 정도로 이해해도 될까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일
    13.12.26 20:56
    No. 42

    유효사거리와 교전거리는 결국 별 차이 없는 똑같은 말이라는 것만 제외하면 아주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최대사거리와 유효사거리는 아주 다른 말이고 유효사거리는 최대사거리보다 훨씬 짧습니다. 또한, 유효사거리는 적의 무장이 얼마나 든든하냐에 따라 모두 달라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일
    13.12.26 20:56
    No. 43

    거기에 곡사는 약하고 정확성도 떨어지며 실전에서는 많은 경우 직사로 사용됬다라는 것도 더하시면 요약 끝입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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