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후반에 전선이 고착되어 가고 있을 때의 일입니다.
국군 일각에서 인민군의 통수를 칩시다!...라는 의견이 나와서 정예부대 하나를 노획한 인민군 군복을 입히고 인민군 무기를 들게 해서 은밀히 우회로를 통해 인민군 점령지로 보냈죠.
그렇게 가던 중에 맞은 편에서 내려오던 국군 부대 하나랑 마주쳤습니다.
근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죠. 이전에 그 지역에 아군 부대가 진출한 적도 보내진 적도 없었거든요.
양쪽 다 당황한 상태에서 서로 머뭇거리고 있다가, 국군(?) 부대장 쪽에서 먼저 말을 건네왔습니다.
“당신들, 어느 부대 소속이오?”
이에 인민군으로 위장한 국군 장교가 대답했습니다.
“밝힐 수 없소! 특수 임무를 수행 중이오! 그쪽은 어디 명령을 받았소?”
이에 국군(?) 부대장이 잠깐 머뭇거리다가 대꾸했습니다.
“군사 기밀이라 함부로 발설 할 수 없소!”
이렇게 진땀나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데, 국군(?) 부대장이 길을 비켜주었습니다.
“당신네가 먼저 가시구려.”
“아니, 당신들이 바쁜 모양이니 먼저 가시오.”
“우린 그다지 급하지 않소.”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요...;;;”
이렇게 서로 먼저 가라고 권하다가, 양쪽 다 제일 뒷줄에 있는 병사들 부터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서로 거리를 벌이는 가운데서도 양측 부대 지휘관들은 입씨름을 계속 벌였죠.
“중요한 임무 중에 뭐하는 것이오?”
“당신네야 말로 서둘러야 하지 않소?”
“우린 다른 길로 갈 것이오.”
“우리도 길을 잘못 든 것 같으니 다른 길로 가겠소.”
그렇게 보일랑 말랑 할때까지 멀어지자 냉큼 줄행랑.
당연하지만 통수 작전은 실패했습니다.
양쪽 다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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