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피아는 꽤 오랜시간 장르문학의 대표 사이트로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고무림 시절 부터 문피아로 바뀌고 현재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었죠. 그동안 조아라, 드림워커(올마스터가 출판되기 전 ‘일루전‘이라는 제목으로 연재가 되기도 했었죠.) 등 몇 안되는 장르문학 사이트들과 장르문학 시장을 지탱해 오는 축이 됐었습니다.
당시 제 기억으로는 드림워커는 팬픽이나 가볍고 수위가 조금 높은 소설들이 많았고, 조아라는 판타지와 퓨전이 강세였습니다. 문피아는 무협 작품이 많았구요. 기억이 나는 장르문학 사이트는 이렇게 세 개가 끝이네요.
저는 처음에는 조아라를 이용했다가 드림워커로 갈아타고 얼마 뒤부터는 문피아를 이용하게 됐습니다. 처음 판타지, 무협지를 접했을 때는 가볍고 생각없이 읽을 수 있는 작품들이 좋았는데 점점 깊이있는 작품들을 찾게 됐거든요.
그러는 와중에도 점점 시간은 흘렀고 그에 따라 장르문학 시장이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지요. 책의 크기가 줄어들고, 값이 오르고, 불법 텍스트, 스캔본, 디카본들이 떠돌아다니고, 대여점이 망하는 등... 마치 중세시대에 흑사병이 찾아온 듯 했습니다. 그러는 동안에도 문피아는 꿋꿋하게 장르문학시장을 지탱해왔죠.
신인작가들의 발굴을 위해 커뮤니티를 조직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고민을 들어주고, 첫 계약을 맺는 작가들을 위해 조언을 하는 등 갖은 노력을 다했습니다. 그렇게 근근히 장르문학 시장을 지탱해온게 드디어 빛을 봤습니다. 장르문학이 살 길을 찾게 됐습니다.
불법 업로더들을 하나하나 찾아내 엄벌을 처하고, 유료연재라는 것을 시작하면서 작가들에게 더 많은 수익을 더 다양한 방법으로 돌아가게 했습니다. 유료연재는 혁신적인 인기를 끌면서 작가들에게 큰 힘이 됐습니다. 어떻게 보면 독자들의 돈을 백 원씩 야금야금 갉아먹는 상술이지만 양자가 만족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또 장르문학 작가들이 웹툰의 스토리 작가로 등판하면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대중화에도 앞서게 됐습니다.(네이버의 노블레스와 더 게이머 등) 이는 대기업들의 눈에도 들게되어 대기업들 마저 장르문학 시장에 손을 뻗게 됩니다.
네이버 웹소설, 카카오 페이지 등 새로운 장르문학 사이트들이 개설됐습니다. 이에 따라 작가들의 처우 개선, 새로운 독자 유입, 새로운 작가 등판, 장르문학의 질적 성장, 장르문학 시장의 거대화, 다시 새로운 독자 유입, 장르문학 시장의 성장의 선순환이 계속해서 이어졌습니다.
그 결과 장르문학 사이트들은 억 단위의 매출을 가뿐하게 기록하게 됐고 독자들도 만족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문피아는 (아마도) 그간 쌓여있던 작품들과 새로운 작품, 새로운 회원들로 부터 만들어지는 대량의 데이터를 서버가 점점 감당하기 힘들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쏟아지는 불만들.
너무 느리다!
문피아는 시간을 맞춰 서버 이전에 들어갔으나... 뭐가 잘못인지 몰라도 서버가 왔다 갔다 헤까닥 합니다. 그래서 더 터져나오는 불만들. 그 와중에 문피아의 대처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나태해 진 걸까요? 돈맛에 들려 헤어나지 못한 걸까요? 모르겠습니다...
결국 돌아서는 사람들이 점점 나오고 있네요. 저도 너무 답답했습니다.
하나 둘씩 떠난다는 글을 보며 조금 더 기다려 보자 말했지만 이미 마음이 떠난 분들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을 보며 ‘나도 다른데로 갈까?’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저는 아마 정이든 문피아를 못 떠날 것 같습니다. 근 10여년 간 아이디 정지도 먹어보고 이벤트에 당첨돼 책도 받아보고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정모 후기글을 읽고 댓글도 남겨보면서 추억을 간접적으로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사태가 큰 실망을 안겨주긴 했지만 저는 이곳을 못 떠날 것 같네요.
그러기엔 너무 정이 든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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