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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東方龍
작성
03.01.22 01:53
조회
927

8월 10일 목요일 쾌청

어머니, 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것도 돌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10여 명은 될 것입니다. 나는 4명의 특공대원과 함께 수류탄이라는 무서운 폭발 무기를 던져 일순간에 죽이고 말았습니다. 수류탄의 폭음은 나의 고막을 찢어버렸습니다.

지금 이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귓속에는 무서운 굉음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어머니, 적은 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팔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너무나 가혹한 죽음이었습니다.

아무리 적이지만 그들도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그들도 어머니가 있는 소중한 아들들이라고 생각하니, 더욱이 같은 언어와 같은 피를 나눈 동족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고 무겁습니다.

어머니, 전쟁은 왜 해야 하나요?

이 복잡하고 괴로운 심정을 어머님께 알려드려야 내 마음이 가라앉을 것 같습니다. 저는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지금 내 옆에서는 수많은 학우들이 죽음을 기다리는 듯 적이 덤벼들 것을 기다리며 뜨거운 햇빛 아래 엎드려 있습니다.

적은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언제 다시 덤벼들지 모릅니다. 적병은 너무나 많습니다. 우리는 겨우 71명입니다.

이제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하면 무섭습니다. 어머니, 어서 전쟁이 끝나고 어머니 품에 안기고 싶습니다. 어제 저는 내복을 손수 빨아 입었습니다. 물내 나는 청결한 내복을 입으면서 저는 두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어머님이 빨아 주시던 백옥 같은 내복과 내가 빨아 입은 내복을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청결한 내복을 갈아입으며 왜 壽衣(수의)를 생각해 냈는지 모릅니다. 죽은 사람에게 갈아입히는 壽衣 말입니다.

어머니, 어쩌면 제가 오늘 죽을지도 모릅니다. 저 많은 적들이 그냥 물러갈 것 같지는 않으니까 말입니다. 어머니, 죽음이 무서운 게 아니라, 어머님도 형제들도 못 만난다고 생각하니 무서워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살아가겠습니다. 꼭 살아서 가겠습니다.

어머니, 이제 겨우 마음이 안정이 되는군요. 어머니, 저는 꼭 살아서 다시 어머님 곁으로 가겠습니다.

상추쌈이 먹고 싶습니다. 찬 옹달샘에서 이빨이 시리도록 차거운 냉수를 한없이 들이키고 싶습니다. 아! 놈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다시 또 쓰겠습니다. 어머니 안녕! 안녕! 아, 안녕은 아닙니다. 다시 쓸 테니까요… 그럼…

***1950년 8월, 6.25전쟁에서 가장 치열하고 처참했던 낙동강 전선의 포항 전투에서 숨진 소년병 李佑根(이우근)의 일기입니다.. 이우근은 국군 제3사단 소년병으로 출전, 포항여중 앞 벌판에서 전사했습니다. 일기는 그의 주머니 속에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Comment ' 11

  • 작성자
    Lv.99 成魂
    작성일
    03.01.22 01:55
    No. 1

    아아... 이것이 전쟁이고... 동족상잔이겠지요? 이런 글을 볼때마다 전략론이니 기동전이니 하는 책보고 희희락락하는 제 모습이 가증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등로
    작성일
    03.01.22 01:57
    No. 2

    아아아...
    말 그대로 애처로운..
    어느 누구의 죄라 할수 있을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둔저
    작성일
    03.01.22 02:15
    No. 3

    하여간에 전쟁은 인간이 지닌 가장 큰 죄악 중의 하나라니까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52 군림동네
    작성일
    03.01.22 02:38
    No. 4

    이렇게 지킨 나라를 .......
    요즘은

    이기적병역거부라니.......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0 애린
    작성일
    03.01.22 03:04
    No. 5

    종교적 인 이유로의 거부.....그리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寒柏居士
    작성일
    03.01.22 08:20
    No. 6

    아버님과 백부님, 두 분이 1950년 8월에 징병되셨는데 18세,19세 이셨습니다. 경주에서 훈련받던 도중 자원을 모집했는데 다 들 특공대를 뽑는다... 뽑혀가면 전부 죽는다..고 지원 안하셨더랍니다.
    제 아버님은 \'특공대\'에 지원할려고 손을 들고 나갔는데(수백명중 2명) 그건 후방 지원부대 차출이었다네요. 결국 아버님은 살아 나셨고, 백분님 포함 수백명의 소년병들은 전부 총알받이로 전사 하셨고, 언제 어느전투에서 돌아 가셨는지도 모릅니다. (수만명의 무명용사들... 국국묘지에 또는 아직도 흙속에 묻혀있을...)
    대강 1950년 9월초 치열했던 경북 안강기계전투에서 돌아 가신걸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1 고등과학
    작성일
    03.01.22 10:03
    No. 7

    으음...
    슬프네요...그리고 음악도...
    하핫;;
    전쟁이 왜 있는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愛心者
    작성일
    03.01.22 10:17
    No. 8

    흑흑 넘 슬포요!!
    ㅜ.ㅜ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대청수
    작성일
    03.01.22 11:32
    No. 9

    군대기피자들. 연예인, 특정 종교인... 반성좀해라...반성좀..
    그놈들은 이런글을 보면 어떤 느낌일까요, 부끄러움을 느끼기는 할까요.
    정말 어떻게 지킨 나라인데, 병역거부라니....
    슬프고, 화가납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Personacon 깡치
    작성일
    03.01.22 12:30
    No. 10

    그때 전쟁이 터지자 저희 큰 백부는 국군 장교로 입대하시고, 작은 백부는 인민군에 징병당하여 낙동강으로 끌려가시다 폭격때 탈출하여 부산에서 국군 헌병대 하사관으로 입대하셨죠..
    하마터면 형제끼리 싸울뻔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둔저
    작성일
    03.01.22 16:05
    No. 11

    에잇, 망할 스티븐 유~!

    찬성: 0 | 반대: 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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