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뭐 당연히... 문피아 개발자는 아니고.
더군다나 웹 개발자는 아닙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이라는 것이 가지는 공통적 특성을 염두에 두고 한말씀 드리겠습니다.
문피아 첫페이지에 사과문이 올라와있죠. 많은 분들이 사과가 사과 같지 않다고 말씀하십니다만, 사실 저도 그렇게 느끼기도 하고, 여튼 저는 그 사과문의 내용에서 다른게 마음에 걸렸습니다.
“외부에서 초빙한 전문가들”
IDC 담당자 까지는 문피아 직원이 아닌게 당연해요. IDC는 하드웨어와 네트워크 리소스를 제공하는 곳이지 문피아 서비스랑 직접 관련있는게 아니니까요(물론, IDC와 협업하는 전담자가 있는게 마땅하긴 합니다).
하지만 외부에서 초빙한 전문가들과 문제를 해결한다니요... 이 얘기는 기존에는 문피아에 전담 개발자(혹은 팀) 없었거나, 혹은 운영진이 개발팀을 전문가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소프트웨어라는게 가전기기 AS 하듯이 되는게 아니라서요. 생판 처음보는 AS기사가 매뉴얼따라 이거저거 확인해보고 부품 교체하듯이 고쳐지는게 아닙니다. 개개인의 역량과는 별개로, 기존까지 유지보수를 하던 사람이 가장 전문가일 수밖에 없는거죠.
물론 개발자의 역량은 편차가 심합니다. 문피아 시스템을 관리하는 분들의 역량에 대해 제가 말할 문제는 아니죠. 문제는, 개인 역량이 좀 떨어지는 개발자도 좋은 문화를 가진 팀에서 일할경우 역량 이상의 결과물을 내놓고, 또 점차적으로 스스로도 발전합니다. 거꾸로 아무리 뛰어난 개발자라도 팀의 문화가 잡혀있지 않으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없죠.
솔직히 이번 문피아 문제의 원인이 개발자의 능력 문제일까요? 그럼 당장 구글에서 개발자 몇명 데려올 수 있다면 금방 해결될까요?
문제는 발생할 수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하는 입장에서 문제상황을 상정하지 않는다면 그게 잘못된거죠. 팀의 관리자, 문피아의 CEO? 여튼 이 개발팀을 운영하는 메니저가 가져야할 마인드, 그리고 팀에게 독려해야 할 것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가 아니라, 언젠가 발생할 문제에 대해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입니다.
사실 어떤 문화를 가지고 어떻게 굴러가는 조직인지 제가 알 바는 없습니다만, 크게 문제가 터졌을때 외부에서 사람을 초빙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그 마인드가, 애초에 그 마인드가 문제를 발생시킨 원인이라고 봐도 되는거지요.
“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현재 문제가 있으나 이제껏 운영해온 개발팀이 시스템에 대해 가장 잘 알고, 곧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발생한 문제들에 대해 추후 보상방안을 고려하고 있으니 많이 불편하고 답답하더라도 조금만 참아주시면 앞으로 더 나은 문피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가 기대한 사과문은 대충 이런거였습니다. 문피아의 사과문에는 이렇게 하고 있는데 안되는걸 어쩌냐... 밖에 없고, 직원들에 대한 신뢰가 없으며, 개발자를 비난하는 여러 게시글들에 대해서 개발자를 위한 어떤 변명도 없습니다.
원래 일은 아랫사람이, 책임은 윗사람이 지는거지요. 책임이란, 욕 먹을 일에 대신 먹고, 보상해야 할 일에 앞장서는 겁니다. 근데 현재 문피아의 태도는 비난은 실무자에게 전가하고,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네요.
문피아, 나름 오래된 서비스죠. 앞으로도 작가와 독자가 소통하는 플랫폼으로서 더 크게 발전하길 바랍니다. 서버, 회선, 솔루션은 대체 가능하지만 사람은 절대 그렇지 못하다는걸 항상 마음에 담아두고 운영하셨으면 합니다.
문피아가 스타트업은 아니지만, 거의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기술이 부족해서 실패하는게 아닌, 팀의 붕괴로 실패한다는걸 아셨으면 합니다. 거의 모든경우, 제품의 실패는 팀 내부 문화의 실패가 원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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