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심심해서 올리는 글입니다. 장문의 글이니 보시려면 상당한 각오가 필요하실듯.
제 닉네임은 ‘위대한알라’입니다. 거의 모든 인터넷 계정이 이거 또는 ‘위대한알라신’으로 되어 있지요. 게임도 이 아이디로만 만들고 있습니다. 재밌게 생각해주시고 제가 쓴 댓글에 답댓글이나 서재에 들러주셔서 알라후 아크바흐(알라는 위대하다)를 적어주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왜 아이디가 그따위냐 라는 반응도 심심치 않았죠. 물론 문피아에선 그런 일이 없었습니다만 옆동네에서 한때 연재할 때 들어본 적 있습니다. 그래서 심심하기도 하고 할 것도 없는 이 시간에 왜 이런 아이디를 만들었는지 써볼까 합니다.
우선 전 불신론자라는 걸 먼저 밝혀야 겠군요. 무신론자는 아닙니다.
저의 친가는 불교, 외가는 기독교를 믿는 집안입니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 따라 무슨 행사가 있을 때마다 절에 갔고, 사촌 동생 집에 놀러가면 항상 교회로 놀러갔습니다. 그래서 종교에 대해 항상 관심이 많았고 중학교 될 무렵엔 ‘나도 교회나 다녀볼까’하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그 말을 아버지께 하니 이런 대답이 들려오더군요.
‘할머니가 허락 안 하실 거다’
그땐 미처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압니다. 불교 집안에서 기독교 신자가 나오면 곤란하다는 거지요. 전 흥미만 있었을 뿐어서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관두었습니다.
사건은 고등학교 때 벌어졌습니다. 불행한 일로,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친가, 외가 할 것 없이 장례식을 치뤘죠. 문제는 여기서부터였습니다. 장례 방법 문제로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진 겁니다. 불교 식대로 할 것이냐, 기독교 식대로 할 것이냐. 결국 대한민국에선 친가가 더 파워가 세기 때문에 불교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화장을 마친 후, 납골당에 안치하기 위해 온 가족이 절에 왔죠.
자세히 적진 않겠습니다. 그 과정, 그리고 모든 일을 마친 후 저는 불교든 기독교든 다 똑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이 죽었는데 절에서 기도를 올리던 교회에서 절을 하던 뭔 상관입니까. 그리고 그렇게 하더라도 대놓고 불평하는 건 또 무슨 인정머리입니까. 종교란 궁극적으로 사랑을 추구하는 것인데 종교인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타 종교를 무슨 전염병 보듯이 하더군요. 장례식 후에 전 종교 자체에 정나미가 뚝 떨어졌습니다.
전 본래 종교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신앙적이 아닌 학문적으로요. 그래서 성경과 불경도 읽어봤죠. 장례식 후에는 더더욱.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계 3대 종교라고 하는데 왜 우리는 불교, 기독교밖에 모를까.’
‘이슬람교도 세계적으로 신도수가 많은 종교인데 왜 난 여태껏 관심이 없었지?’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우리 나라는 서방에 밀접한 관계라 중동국가는 자연스레 악의 소굴로 밖에 비춰지지 않거든요. 매스컴에선 극단적인 원리주의자들의 처형 장면, 자살 테러 등등만 보여주기 때문에 인식이 나쁜 겁니다.
전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슬람 자체가 나쁜 것일까?
아니었습니다. 이슬람은 기독교와 같은 뿌리에서 나온 아주 좋은 종교입니다. 원칙들이 많지만 무슬림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융통성 있게 살아갑니다. 편견이죠. 우린 매스컴이나 교회에서 나눠주는 책자, 시중에 출판되는 엉터리 책 따위에 속은 겁니다.
결정적으로 제가 이 닉네임을 쓰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친구를 따라 교회에 갔습니다. 의자에 책자가 있더군요. 책자를 읽어봤습니다. 거기엔 이렇게 써있었습니다.
‘악의 종교 이슬람을 어쩌고저쩌고.... 현재도 중동 국가에선 무슬림의 횡포 때문에 어쩌고저쩌고... 이슬람은 알라 이외의 신을 믿지 않기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걸 의무로 여긴다 어쩌고,....’
뭐라는 건지...... 특히 이슬람은 알라 이외의 신을 믿지 않아서 사람을 죽이는 걸 의무로 하는 건 뭔 소린지 모르겠습니다. 분명 이슬람교는 유일신입니다. 하지만 기독교도 그렇죠. 성경에 보면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야훼가 유대인들에게 가나안에 들어가 유대인이 아닌 자를 모두 죽이라는..’ 성경은 텍스트대로 읽으면 안 된다고 가르치면서 왜 이슬람 코란은 텍스트대로 읽는 겁니까?
문제는 대부분의 교회에서 이런 식으로 가르친단 겁니다. 안 그런 곳도 있겠죠. 하지만 이게 일반적인 시각이란 건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세계 3대 종교라 하는 이슬람을, 기독교와 같은 뿌리에서 갈라져 나온 위대한 종교를 이런 식으로 모독하는 건, 이슬람이 세운 나라와 그들이 쓴 역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집니다. 또한 같은 뿌리에서 나온 기독교조차 욕하는 것이나 마찬가집니다.
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슬람도 위대한 종교이며 그들이 절대신이라 믿는 ‘알라’가 하느님의 또다른 이름이며, 그에 비견되는 전지전능한 힘을 가졌다고.
그래서 이슬람을 믿지 않으면서 닉넴을 ‘위대한알라’라고 짓게 되었습니다.
제 친한 친구들도 제 아이디를 보면 욕하기 바쁩니다. 왜 그딴식으로 지었냐고 화까지 내죠. 백번을 말해도 듣는 귀를 닫아버리니 소용없습니다. 그 답답한 마음, 풀 수가 없습니다.
부디 여러분, 부탁이니 편견에서 해방되세요.
구구절절 말이 길어졌군요. 그냥... 답답한 마음에 한 번 써본 겁니다. 너무 심각하게 반응 안 하셨으면 좋겠구 종교 이야기로 한담란을 어지럽혔다면 죄송합니다. 문제가 되면 삭제하겠습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건 모든 종교는 평등합니다는 겁니다. 거기에 어떤 우위도 없습니다. 모든 종교는 위대하며, 선하고, 절대적입니다. 그걸 믿는 이의 차이일 뿐이죠.
Ps. 알라후 아크바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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