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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35 초아재
작성
14.06.19 13:55
조회
833

우리나라가 월드컵에 처음 나간 것이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이때는 전쟁 직후라 나라 사정이 몹시 안습했기에 선수단을 챙겨주고할 사정이 못 되었습니다.

미군쪽에서 군용기를 수배해서 어찌저찌해서 헝가리와 1차전 48시간 전에 기진맥진한 상태로 스위스에 도착할 수 있었죠. 결과는 0-9였지만, 당시 헝가리의 매직 마자르 군단은 서독이나 이탈리아 등도 오대떡이나 칠대떡을 심심찮게 만드는 괴수팀이었기에 한국이 상당히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때 선수들 컨디션이 더 좋았으면 스코어 차이가 더 줄었을 거라는 평가도 있었죠.


이후 한국은 32년 만에 월드컵에 다시 출전합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이었는데... 아시는 분은 아시다시피 멕시코는 고원 지대에 자리잡은 도시가 많았고, 수도인 멕시코시티도 해발 2240미터 고지대에 위치했습니다.(참고로 백두산이 2750미터)

당연히 선수들은 고산병 증세에 시달려서 두통을 앓거나 코피를 쏟는 일이 잦았는데, 당시에는 월드컵도 오랜만에 출전한데다, 스포츠학 이런 것도 국내에 없던 상황이라 선수들은 물론이고 스탭들도 이에 대한 대응이나 현지적응을 제대로 못했습니다.(그런데도 불가리아랑 비기고 이탈리아랑 접전을...;;;)

이 대회 전에 멕시코에서 19세 청소년 팀을 이끌고 세계청소년축구대회를 치른 박종환 감독은 ‘숨이 많이 차는 동네라고? 그럼 마스크를 씌우고 훈련시키면 되겠네.’...라고 하면서 그렇게 훈련시켰을 정도였습니다.(그렇게 하고 4강 갔음..;;;)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는 더 어이없는 일이 일어났지요.

당시 간판 스트라이커인 김주성을 앞세운 한국은 아시아 예선에서 무패가도를 달렸고, 멕시코 월드컵에서의 선전 때문에 다크호스로 주목받았습니다.

그런 한국이 대회 개막 하루 직전에 이탈리아에 당도(...). 당시 외신 기자들은 저거 연막 작전인가, 아니면 엄청 자신감이 넘쳐 저러는 건가 어리둥절 했다죠.

그냥 시차적응이라는 개념을 신경 안 썼을 뿐인데 말입니다.(...)

아무튼 그렇게 무성의하게 대회에 나섰다가 3패.

어이없는 건 대회 끝나고 나니까 선수들 컨디션이 최고조에 달했더라는 후술.(...;;;)


1994년 미국 월드컵은 예선에서 개판이었기 때문에 김호 감독이 사전에 상당한 준비(지금까지 2번의 삽질도 참고해서)를 하고 출전했습니다. 그래서 스페인이나 독일같은 강팀과 한조에 속해 있었음에도 2무 1패라는 성적으로 아쉽게 마무리 할 수 있었죠.


1998년 차범근 감독은 1997년 말에 선수들을 소집, 그때부터 독일식으로 강하게 체력 훈련을 시켰습니다. 그런데 1998년 1월에 태국 킹스컵에서 덴마크에 패하면서 삐끗한다 싶더니 3월 1일 다이너스티 컵 한일전에서 2:1로 패하면서 차범근 감독이 구상한 월드컵 대비 훈련은 완전히 물건너 가버렸습니다.

국대의 모든 차출과 훈련은 5월에 있을 한일전에 맞춰 진행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당시 국대는 한일전에 올인하고, 사실상 월드컵은 포기한 상태였죠.

결국 중국과의 평가전에서 주포 황선홍을 잃고, 멕시코와 1차전에서 하석주가 퇴장당하면서 패배... 그 뒤로 다들 아시다시피 희동구가 이끄는 네덜란드 황금 세대에게 개박살이 났으며 벨기에를 상대로 겨우 투지를 불살라 1무를 캤습니다.


그리고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네덜란드 스탭들로 부터 상당한 선수관리 체계를 배워왔지요. 덕분에 이전보다 대표팀은 전술적인 면은 물론이고 체력적, 심리적인 관리에서도 진일보 했습니다.

오히려 옛날보다 못한 것 같은데 무슨 소리를 하느냐는 분들도 있는데, 옛날에는 그냥 리그고 뭐고 그냥 닥치고  FC코리아 팀으로 합숙해서 그렇습니다.(...) 요새는 합숙? 턱도 없는 이야기죠. 해외파는 물론이고 국내리그 팀들도 선수 함부로 안 보내 줍니다.


더구나 잘 하는 선수들 모아다 놓고 오래 발 맞추면 전력이 올라가겠지...라는 개념은 쌍팔년도, 아니 70년도 군사독재 시절 양지니 음지니 하던 그때 이야깁니다.

아시다 시피 그때는 차범근이 있어도 월드컵 못 나가던 때였고, 중국이 2000년대 중반부터 그 삽질을 배워서 주구장창 국대 삽질을 하다가 전 연령의 대표팀 자체가 와장창 해버렸습니다.


하여간 강팀이라 할지라도 현지적응과 준비는 철저히 해야 우승을 노릴 수 있는 게 월드컵입니다.

2002년 포르투칼 황금세대는 마카오에서 현지적응 훈련(...)을 하다가 개작살이 났고, 독일 월드컵에서 우승했던 이탈리아는 남아공에서 죽을 쒔습니다.(사실 이쪽은 당시에 세대교체도 실패...) 거기다 프랑스는 내분 수준으로 개판오분전.

이번 대회는 우승 후보인 스페인이 작살났고, 러시아도 하루 늦게 결전지에 도착하는 만용을 보이다가 결국 우리나라에게 발목을 잡혔습니다.


아무튼 전력도 전력이지만, 이런 사전준비들도 결국 무시할 수 없는 것들이지요.

특히 전력이 비슷비슷한 팀들 사이에는 더더욱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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