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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저한테 궤변이 하나 있습니다.

작성자
Personacon HAWX
작성
14.04.03 00:43
조회
2,308


저한테 궤변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치명적인 궤변이요.

그것이 무엇이냐 하면......


소설은 기본적으로 있을 법한 내용을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흔히 개연성이나 현실성이라고 불리곤 하지요. 

주인공은 아무런 의미 없이 행동하여서는 안 되며 그 행동에 따른 원인은 충분하지 않아도, 결과는 충분조건으로 주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즉 등장인물이 어떠한 행동을 할 때에는 어떤 연유로 인해 그런 행위가 생겼는지 분명해야 하며, 그에 따른 결과는 먼 미래에 특정 사건과 이어져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그런 사건과 사건은 유기적인 구성으로 서로 얽혀있어야 하며 , 그러기 위해선 작중에서 인물이 행동하는 환경에 대해 확실한 부연설명이 있어야 한다는 것.


쉽게 말해, 인과론(결정론)을 따라야 한다는 뜻입니다.

양자역학에서야 확률론적 결정론으로 판단해야 한다지만, 그건 미시세계에서의 일이고 거시세계를 다루는 현실에서는 인과관계는 주어져야 한다고 보거든요.


(정말 깐깐합니다)


그런데, 뭐라 해야 하나......

장르문학은 특성 자체가 대부분 ‘가벼이 읽을 수 있는’이다 보니,

대체로 소설을 읽다 보면 무언가 허전한 경우가 꽤 있습니다.

수작이 아닌 명작이라 불리는 작품들은 충분히 그 역할을 한다지만,

그렇지 않은 소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행동하는 주인공이 대세인 건지,

(덤으로 등장인물은 항상 주인공의 얄팍한 수에 당합니다)

아니면 그냥 가볍게 읽을 수 있도록 쓰는 것이 대세인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생각이 좀 듭니다.


짜임새야 그것은 작가의 역량이고, 작가 본연의 특색이니

삼국지처럼 정말 방대한 플롯을 연출하는 소설이 있다면,

정말 한정적으로 배경을 연출하여 압박감을 주는 소설도 있지만...


그런 소설은 기본적으로 인과관계가 있거든요. 

적어도 ‘뜬금포’라는 생각은 들지 않을 정도로.

(물론, 뜬금포만 연발하다가 떡밥을 회수하는 것도 있습니다)


그런데, 장르문학은 이미 세계관 자체가 짜여져 있는 배경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보니까, 암묵적으로 ‘아, 이건 독자들도 잘 알고 있으니까 넘어가도 되겠지라고 약속을 한 듯이 전개를 하는 게 많덥니다. 


더군다나, 누군가 만든 설정이 성공이라도 하면 우후죽순으로 그 플롯을 따라하기에 급급하니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몇 개월의 노력도 거치지 않고 단순히 1~2달 깔짝 쓰는 경우도 많으니...


그래서 그런지, 정말 내용이 진부해 보이고, 

잘 짜여진 내용도 정말 어쭙잖게 보이는 게 허다합니다.

심지어는 작가로서의 철학이 보이지도 않는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런 덕분에, 가끔씩 장르문학을 읽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을 하는데,


이상하게도 애착이 계속 갑니다.


그렇게 싫어하면서도 계속 보고 싶고, 정이 갑니다.

하이텔 시절부터 (어렸을 때인데도, 지금 24살입니다. )

부모님 몰래 보다가 전화비 폭탄 나와서 맞아 죽을 뻔한 적도 있어서 그런지, 

그냥 자꾸 보게 됩니다. 집착인지 몰라도, 옆에서 잔소리를 하고 싶기도 하구요.


그런데, 더욱 웃긴 건 소설을 습작으로 써봐도

앞에서 말한 대로 자꾸 글을 써 내려간다는 겁니다.

글을 심사숙고하여 쓰면 쓸 수록, 이게 호응이 잘 올지도 모르겠고,

강박감에 빠져서는 완벽주의로 밀어부치는 경우도 많구요.


그래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지 혼란이 오곤 하는데,

어쩌라는 건지, 답은 구하지도 않고서 무마시킬 때가 많습니다.

제가 봐도 참, 답이 없습니다 ㅎㅎ



Comment ' 11

  • 작성자
    Lv.88 관측
    작성일
    14.04.03 01:04
    No. 1

    하이텔시절이라니.. 도대체 몇살부터 ??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HAWX
    작성일
    14.04.05 16:58
    No. 2

    아, 전 절대 나이가 많지 않습니다 ㅜㅜ
    하이텔이 91년도, 제가 태어난 해에 나왔었으니까요.
    9살 내지 10살 때 처음 접했었습니다. 그 때 한창 드래곤 라자가 뜨고 있을 시기였네요.
    또, 우후죽순으로 판타지가 나오던 시기이기도 하구요.

    제가 오랜만에 만난 친구놈과 만났던 터라 중요한 걸 빠뜨렸었네요.
    '전 하이텔이 처음 나왔을 당시부터 본 건 아닙니다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9 부정
    작성일
    14.04.03 01:09
    No. 3

    예전엔 순문학과 비교하는 글에 장르문학도 문학이다! 우리에게도 수준이라는 것이 있다! 라는 글이 많이 보였는데 이제는 그런 글이 보이지 않네요. 그것이 안타깝습니다. 현실을 반영해서겠지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HAWX
    작성일
    14.04.05 17:08
    No. 4

    작가로서 어떤 일을 하겠다는 철학이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장르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것인지, 원인을 잘 모르겠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어 생겼던 걸로 기억하는데 말이죠.

    인제는 너무 얽힌 나머지, 잘라내지 않는 이상은 힘들 듯 합니다.
    최근에야 웹소설로 나오고 그런다지만, 질적 수준은 한계가 보이고 부흥할 기미는 전혀 안 보이더라구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조원종
    작성일
    14.04.03 01:59
    No. 5

    저랑 비슷하시네요.인과관계에 있어 저도 엄청 깐깐한지라..게다가 글에는 본안 나름의 철학 또한 녹여한다는 강박감..완벽주의..

    뭐 그냥 그럴 때는 편하게 혼자서 쓴다 생각하면 편합니다. 누구 보여준다는 생각을 하면 할수록 더 그렇더군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HAWX
    작성일
    14.04.05 17:04
    No. 6

    비슷한 성향을 갖고 계신 분이 있어 좋네요.
    저도 은근 깐깐합니다. 우연도 나중엔 떡밥으로 처리를 해야하고...
    제 나름대로의 철학을 녹여야 한다는 그런 압박감이 만만치 않더라구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9 화산송이
    작성일
    14.04.03 02:24
    No. 7

    공장형 소설들이 찍어나올때 부터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HAWX
    작성일
    14.04.05 17:06
    No. 8

    정확히 언제부터 이랬던 것인지 확실히는 잘 모르겠습니다.
    한동안 소설을 보지 않았던 까닭도 있구요. 그래도 시기는 얼추 알터님이 말씀하신 것과 비슷한 듯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9 silphium
    작성일
    14.04.03 05:53
    No. 9

    하이텔 시절이라 함은 근 20년 전 일인데...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HAWX
    작성일
    14.04.05 17:03
    No. 10

    9살 때 처음 봤었습니다.
    아버지가 켜놓은 거 보고 본 게 처음이었지요.
    그 때 보고 나서 반해버린 나머지 하루 종일 봤다가 정말 죽을 뻔한 적도 있구요.

    예전에 나왔던 것은 어떻게 찾았는지 그 때 당시 몇 년 지난 소설도 본 기억이 납니다.
    그렇다고 해서, 정말 난해한 용어만 쓰였던 무협을 주로 읽지는 않았습니다.
    무협은 몇 년이 흐르고 난 이후부터였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HAWX
    작성일
    14.04.05 17:11
    No. 11

    근데 그렇다고 해서 그 때도 질이 좋았다고 보기에는 좀 그랬습니다.
    엽기적인 그녀라든가... 귀여니 소설도 막 나오던 시기기도 하구요 ㅎㅎㅎ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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