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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민담/설화의 잔혹성.

작성자
Lv.18 꿈의도서관
작성
14.01.15 23:42
조회
1,489

아래 강림주의 님의 콩쥐팥쥐 글을 읽고 문득 떠올린 건데, 

민담/설화 중에는 신데렐라처럼 그로테스크한 요소를 다 가지치기하고 소녀용 동화로 다양한 버전이 만들어진 것도 많지만 그냥 대놓고 잔인한 요소가 많이 남아 있는데도 버젓이 동화로 읽히는 텍스트도 많은 것 같아요. 

제 기억으로는 분명 <빨간 구두>를 처음 읽은 게 유치원 다니던 꼬꼬마 시절이었습니다. 

물론 어린이용으로 번안된 것이지만 별로 내용은 순화되지 않았던 기억이 나네요. 

왼편엔 그림, 오른편엔 글이 써 있는 어린이책이었는데

마지막 페이지의 그림은 무려 망나니가 잘라낸 발이 빨간 구두를 신고 춤추며 멀어져가는 장면...

그걸 두 다리를 잃은 소녀가 지켜보고 있는 그림이었어요. ㄷㄷㄷㄷ

유치원 때 본 걸 왜 이리 생생히 기억하냐면, 그 장면이 트라우마가 되어 어릴 적 꿈에 자주 나왔거든요. 


사실 헨젤과 그레텔도 어릴 때 읽으면서 해피 엔딩이라는 생각보다는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린애들 둘이 매우 열심히(!) 마녀를 펄펄 끓는 솥으로 밀어넣는 장면이 삽화로 그려져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압권은 국딩 입학 후 선물받은 <세계전래동화> 시리즈... 한 40권쯤 되었던 것 같은데.

신기하고 아름다운 얘기가 많았고 훗날 역사와 판타지를 좋아하는 계기가 된 책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로 보면 충격과 공포였던 이야기들이 간혹 섞여 있었죠. 

<노간주 나무>라거나... (새어머니가 의붓 아들에게 ‘상자 속을 들여다 보렴’ 한 다음에 아이가 상자 안을 보자 뚜껑을 쾅! 닫아서 목이 댕겅...)

고추(식물)가 된 아이라거나... (새어머니가 아이에게 구덩이를 들여다보라고 한 뒤 땅에 그대로 묻어버리는데 거기에서 고추싹이 돋아서 아이의 목소리로 노래를... ㄷㄷㄷ)


지금 생각해 보면 초딩 저학년에게 읽혀도 좋은 내용은 아닌 것 같네요. =_=;;


Comment ' 11

  • 작성자
    Lv.18 글도둑
    작성일
    14.01.15 23:47
    No. 1

    원래 동화는 어린이들을 위한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술집에서 우스개소리로 하는 내용들을 엮은게 동화 입니다.

    당연히 어른 위주였기에 내용이 잔혹하고 야시시했죠.
    거기에 시대적인 배경도 있었고요.

    그런 작품을 30번이 넘게 편집을 해서 내놓은게 동화 입니다.
    지금도 재구성 하고있을 겁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8 꿈의도서관
    작성일
    14.01.15 23:52
    No. 2

    다만 제가 의문인 것은 왜 20세기 후반까지 그런 내용을 어린이용 전집에 통째로 담아냈던 것인지...;;;
    하긴 제가 꼬꼬마였던 당시만 해도 전집류의 대부분이 옛 일본판을 중역하거나 베껴서 낸 것이 많았다고 하더군요.
    요즘은 좀 나아졌으려나?
    (근데 요즘 서점에서 시류에 편승한 어린이책들을 보면 별로 나아진 것 같지도 않아요.
    성인용 자기계발서를 버젓이 어린이용으로 짜깁기하여 팔질 않나...)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8 글도둑
    작성일
    14.01.15 23:54
    No. 3

    아이는 강하게 키우는 겁니다!

    가자! 싸이코패스 육성 100만명 시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역주행
    작성일
    14.01.15 23:56
    No. 4

    요즘 안 바뀌었어요. 아는 동생 전집 읽어보고 아주머니께 "이건 제가 가져갈게요. ^^" 하고 버린 게 꽤 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4.01.16 00:07
    No. 5

    저는 순수문학작품 중에서 상당히 에로틱한 면들이 있는 경우나...
    뭐 그런 걸 많이 봤죠.
    사춘기 시절에 봤는데... 좀 충격적이더군요.
    만화나 애니나 영화로 나왔으면 19세 판정이 문제 없는 작품들이었는데...
    좀 어이없게도 '책'이란 이유로 15살도 안된 제가 쉽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4.01.16 00:09
    No. 6

    물론 지금은 서른 살이 넘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체셔냐옹
    작성일
    14.01.16 01:46
    No. 7

    그 이유는 원래 그림 동화란 것은 동화가 아닌 [그림 형제가 엮은 독일 설화와 민담]이라는 책이었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림 형제는 원래의 설화와 민담이 최대한 훼손되지 않기를 원했어요. - 애초에 그들이 설화와 민담을 엮은 이유도 본인들이 원해서 한 게 아니라 모 귀족 가문의 의뢰 때문이었는데 정작 그 귀족놈은 이야기를 모아 놓으니 책을 안 써서 그림 형제가 직접 펜을 든 것이었지요 -
    그런데 그것이 부모가 아이들이 자기 전에 [머리맡에서 읽어주는 설화와 민담]으로 생각했고, 그러기 위해 내용의 순화를 요구했지요. 그림형제는 그 요구를 못 이겨서 7차까지 이야기를 수정했고, 거기에 더 나아가 근대화를 거치며 아예 민담 자체를 [동화]로 재편성하게 되며 현재의 이야기가 된 것입니다.
    최초로 민담과 설화를 모았던 이유는 독일 게르만 민족의 통합을 위한 귀족의 정치 정책의 일환이었습니다. 당시 독일은 여러 국가로 쪼개져 있었기에 '같은 설화를 공유하는 우리는 같은 도이치 민족이다!'라고 주장하기 위해 그런 민담을 만든 것이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1 심중섭
    작성일
    14.01.16 02:45
    No. 8

    브루노 베텔하임의 책을 보면 이러한 동화의 잔혹성에 대해서 심리학적으로 분석한 부분이 등장합니다. 아이들은 그걸 사실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이야기 그 자체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오히려 아이들 입장에서는 그때에 겪는 심리적 불안에 위안을 준다고 하더군요. 원래 그때 나이에는 교육이 안 된 시기이기 때문에 스스럼 없이 욕망과 본능을 드러내고 만족하려는 시기이지요. 동화는 그걸 이야기 하는 것이고요. 그래서 구전민담의 경우 계몽적이라거나 교훈적인 이야기는 거의 없습니다.
    지금의 아동 교육의 개념은 근대에 와서야 확립이 되었고 특히 서양에서는 아이 역시 어린 노동력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민담이 저연령을 위해 굳이 순화를 필요성도 가지지 않았다는 설도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9 그믐달아래
    작성일
    14.01.16 03:02
    No. 9

    저도 기억하는 영원히 춤추는 빨간구두의 진실에서 구두의 색깔이 빨간 이유는 그 구두 자체가 철로 되어 있고 그것을 불에 달구어 붉은 빛이 날 때까지 온도를 올려놓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구두를 신은 사람은 높은 온도로 인해 발의 피부가 녹아서 구두와 붙어서 벗을 수 없었고, 그 뜨거움을 참지 못해 껑충 뛰게 되는데 그 모습이 엉망인 춤을 추는 것 같다고 해서 영원히 춤추는 빨간구두라는 명칭을 얻게 되었다고 합니다.
    더 무서운 것은 이러한 벌이 실제 서양과 중국에서도 존재했다는 사실이지요. 이것과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형태로 주어지는 형벌이 있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0 낭만거북이
    작성일
    14.01.16 03:23
    No. 10

    쇠 신을 신고 뛰어보자 팔짝~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1 魔羅
    작성일
    14.01.16 09:13
    No. 11

    아직 안바뀐거 많습니다.
    그냥 애들 에게는 탈무드 주는게..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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