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강림주의 님의 콩쥐팥쥐 글을 읽고 문득 떠올린 건데,
민담/설화 중에는 신데렐라처럼 그로테스크한 요소를 다 가지치기하고 소녀용 동화로 다양한 버전이 만들어진 것도 많지만 그냥 대놓고 잔인한 요소가 많이 남아 있는데도 버젓이 동화로 읽히는 텍스트도 많은 것 같아요.
제 기억으로는 분명 <빨간 구두>를 처음 읽은 게 유치원 다니던 꼬꼬마 시절이었습니다.
물론 어린이용으로 번안된 것이지만 별로 내용은 순화되지 않았던 기억이 나네요.
왼편엔 그림, 오른편엔 글이 써 있는 어린이책이었는데
마지막 페이지의 그림은 무려 망나니가 잘라낸 발이 빨간 구두를 신고 춤추며 멀어져가는 장면...
그걸 두 다리를 잃은 소녀가 지켜보고 있는 그림이었어요. ㄷㄷㄷㄷ
유치원 때 본 걸 왜 이리 생생히 기억하냐면, 그 장면이 트라우마가 되어 어릴 적 꿈에 자주 나왔거든요.
사실 헨젤과 그레텔도 어릴 때 읽으면서 해피 엔딩이라는 생각보다는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린애들 둘이 매우 열심히(!) 마녀를 펄펄 끓는 솥으로 밀어넣는 장면이 삽화로 그려져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압권은 국딩 입학 후 선물받은 <세계전래동화> 시리즈... 한 40권쯤 되었던 것 같은데.
신기하고 아름다운 얘기가 많았고 훗날 역사와 판타지를 좋아하는 계기가 된 책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로 보면 충격과 공포였던 이야기들이 간혹 섞여 있었죠.
<노간주 나무>라거나... (새어머니가 의붓 아들에게 ‘상자 속을 들여다 보렴’ 한 다음에 아이가 상자 안을 보자 뚜껑을 쾅! 닫아서 목이 댕겅...)
고추(식물)가 된 아이라거나... (새어머니가 아이에게 구덩이를 들여다보라고 한 뒤 땅에 그대로 묻어버리는데 거기에서 고추싹이 돋아서 아이의 목소리로 노래를... ㄷㄷㄷ)
지금 생각해 보면 초딩 저학년에게 읽혀도 좋은 내용은 아닌 것 같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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