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썼던 글은 무협이였지요. 주인공에 대한 설정과 마지막 장면만을 생각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그저 그런 글이 되었습니다. 구성은 뻔했고, 인물은 평면적이었죠. 한 분이라도 읽어주신 분들 께는 죄송하지만 제 글에 스스로 부끄러웠습니다.
두번째 글은 판타지였죠. 이건 주제와 주요 소재 하나만 가지고 글을 시작했습니다. 글이 잘 써지더군요. 흔한 흡혈귀물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제가 표현하고 싶은 것은 비뚫어진 사랑, 그리고 종교 그런 거 없다였습니다. 재밌는 건 짧은 글이었고 완결을 낸 순간에 그 뒤가 궁금해진다고 남긴 한 분의 덧글이었습니다. 전 놀랐죠. 그 덧글 덕에 뒤를 더 이어 쓰려다 결국 포기했습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주제는 그걸로 다 표현한 것이거든요.
세번째 글은 팬픽이었습니다. 한창 팬픽을 읽을 때라 저도 써보고 싶었죠. 그래서 팬픽답게 썼습니다. 주제도 없고, 인물도 별로 매력적이지 않고. 그냥 장르따라 갔습니다. 이 글도 무언가 부끄럽습니다.
그 뒤로 5변 넘게 썼다가 갈아 엎었습니다. 하드디스크에만 잠들어 있죠. 남에게 선 보이진 않았습니다. 분량도 각 반 권에서 한 권은 될 겁니다. 그래도 아깝지 않았습니다. 이것들도 그냥 팬픽이었거든요. 주제도 없는.
네번째 글은 로맨스였습니다. 팬픽의 탈을 쓰고 있었지만 의미 없죠. 특징만 빌려왔으니까요. 이글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싶어서 썼습니다. 저의 사랑에 대해 돌아보는 글이었지요. 그래서인지 기술적으로는 여전히 부족하지만 진정성 만큼은 남 부럽지 않게 담겨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요. 저의 모든 사랑에 대한 감성이 담겨있었으니까요.
이 뒤로도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자꾸 장르답게 쓰려고 하더군요. 껍데기 뿐인.
이렇듯 전 주제가 글을 쓰는데 중요한 기준이 되었습니다. 그렇지 않고 장르답게 구성을 짜고 인물 설정을 하고 하다 보면 그저 그런 글이 되더라고요. 어디서 본 듯한. 어디서 들었음직한. 앞으로의 전개가 뻔한. 뒤가 궁금하지 않고 읽고 나서도 기억 안 나는.
계속해서 습작중입니다. 쓰고 지우고. 이 때 너무 욕심내서 분량을 몇 권씩 하려는 건 안 좋은 것 같아요. 딱 표현할 만큼만 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완결을 맺을 수록 어떻게 처음 공사를 해야 잘 할까 하는 것이 조금씩 보여지기 시작하네요. 아직도 멀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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