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리라는 만화에는 둘리와 고길동이라는 두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둘리는 사실 민폐계 캐릭터다. 건방지고 도움 안되는 식객이다. 사고뭉치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어린이일때는 둘리가 멋지게 보였을지 몰라도, 어른이 되고나면 고길동이 불쌍해 보이고 둘리와 일당들이 짜증스럽게 보인다.
중요한 것은 ‘어린 시절엔 멋지게 보였다’는 사실이다.
둘리가 불쌍하고, 고길동이 짜증스럽게 보이는 어린 시절이 있고...
고길동이 참 답답하고 불쌍해 보이며, 둘리가 가증스러워보이는 어른의 시기가 오는 것이다.
민폐계 캐릭터는 사실 많다.
톰과 제리의 제리도 민폐계 캐릭터이다. 크레용 신짱의 신짱도 훌륭한 민폐계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왜 아이들에게 인기를 끄는 것인가.
그것은 아이들이 어른의 애정을 갈구하기 때문이다.
민폐계 캐릭터가 사고를 치고 그것을 막기 위해, 수습하기 위해 애쓰는 크고 능력있고 근엄한 캐릭터가 바로 그들이 갈구하는 대상인 것이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관대하고 동시에 무관심하다.
착한 아이로 있으면, 그들은 기뻐할지 모르지만 관심을 갖지 않고 자신의 일에 몰두한다. 어른들에게 관심을 끌고 사랑을 받고 싶지만, 착한 아이가 있으면 어른은 기뻐하면서 ‘자기 시간’을 갖게 되는 것이다.
결국 제리는 톰의 관심을 끌고 싶은 것이고, 신짱은 엄마나 아빠, 선생님의 관심을 끌고 싶은 것이다. 노비타는 도라에몽이 자신을 위해 애써주는 것을 원한다.
노다메 칸타빌레의 노다메도 비슷하다. 꾸지람듣고 혼나고 때로는 맞고 쫓겨나고..
그 속에서 자신은 관심을 끌고있다는 사실에 만족하는 어린아이의 시선이 담겨있는 것이다.
둘리에서 고길동은 둘리에게 화를 내고 짜증을 내는 모습을 주로 보이지만...
그것 자체를 애정으로 느끼기 때문에 민폐계 캐릭터들이 사랑을 받고 끊임없이 등장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자유를 사랑하지만, 동시에 구속도 사랑한다.
민폐계 캐릭터들을 더이상 사랑할 수 없는 나는 확실히 어른이 되어버린 듯 하다.
둘리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고..
고길동에게 연민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쉽지 않은 문제일 듯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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