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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고양이 같은 여자가 좋다

작성자
Personacon 윈드윙
작성
12.08.31 04:03
조회
848

난 고양이 같은 여자가 좋다

노총각이 노총각들을 위해 쓰는 일기 ①  

항상 스스로를 어리다고만 생각하고 살아오던 나. 어느 순간 문득 뒤돌아보니 어느새 서른을 훌쩍 넘겨버렸다. 더불어 서른이라는 나이에는 결코 도달하지 않으리라고 믿었던 철딱서니 없는 청년은 이제 노총각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은 위치(?)까지 도달했다.

가끔 외롭기는 하지만 결혼이 절실하지는 않다. 간혹 연애도 해봤고 짝사랑하던 여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무모한 짓도 서슴지않았던 시절도 있다. 하지만 노총각이라는 단어가 구구절절 가슴에 와닿는 가장 큰 이유는 이제 주변이 의식된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 형 누나들이 그랬다. "나이가 차면 외로움 못지 않게 주변사람들의 시선이 못내 부담스럽고 힘들다"고.  

"그냥 난 나대로 살면 되지, 왜 주변 사람들을 의식해서 결혼을 해야돼?"하고 도저히 이해하지 못했던 시절도 있지만 이제는 비로소 알 것 같다. 거창하게 '부모님의 흰머리'를 거론하지 않아도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느낄 수 있을 것 같고, 어릴 때 살던 시골 동네를 거닐 때면 항상 사람들이 하는 첫마디는 "왜 장가안가?"다.  

작년에 결혼을 한 친구에게 물었다. "결혼을 하니까 뭐가 좋냐?" 그러자 그 친구가 하는 말이 충격적(?)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사람들이 결혼 얘기 안 꺼내니까 살 것 같다. 누구 소개시켜주지도 않으면서 매일 볼 때마다 장가 안가냐고 물어보고, 그런 얘기 들을 때마다 내가 못난 사람 같고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며 "어쩌다 시골 갔을 때 어린 후배가 결혼해서 아이를 데리고 왔을 때 동네사람들이 모여들어서 구경하는데 가운데 서있던 나는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꼼짝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제는 그러한 부담과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그렇게 홀가분하다는 말이 굉장히 가슴에 와 닿았다. 더불어 "하나도 부럽지 않은데 단지 결혼했다는 이유만으로 어깨에 힘주고 으스대는 친구들도 가끔은 얄미웠다"는 말 역시 나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한국 사회에서 결혼을 뭘까, 때로는 나이가 차고 결혼을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무능력한 사람 취급받기도 한다. 때문에 상당수 친구들은 '꼭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말겠다'는 자신과의 맹세를 어긴 채 상황만 맞으면 어떻게든 결혼을 하려고 서두르는 경향이 잦아지고 있다. 어쩌면 나 역시도 이러한 부류에 끼기 일보직전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 진한 사랑을 했든, 아니면 좋은 기회를 자신이 발로 차버렸든, 그것은 흘러간 일일뿐이고 문제는 지금, 결혼을 못(안) 했다는 것이다.  

난 고양이 같은 여자가 좋다

고양이는 개와 함께 인간과 가장 친숙한 동물이다. 일반적으로 고양이는 개보다 덩치가 더 작음에도 불구하고 약간 더 까칠하고, 경계심도 많고, 충성도 또한 조금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혹자는 덩치는 크지만 (상대적으로) 순박하고 우직한 개를 남자에, 작지만 좀더 맹수의 본능이 살아있고, 기분에 따라 애교가 넘치는 고양이를 여자에 비유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고양이는 개보다 대중적인 사랑을 조금 덜 받는 듯 보인다. 좋아하는 사람들이야 정말 끔찍하게 고양이를 사랑하지만 개처럼 폭넓은 사랑을 받지는 못하는 것 같다. 의외로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요새 느끼고 있다.

대체적으로 고양이를 싫다고 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일단 외형적으로는 시시각각 변하는 눈 색깔과 기분이 좋으면 내는 '가르릉~'하는 소리를 언급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뭐 일단 싫은게 싫은 것이라고 이런 부분은 어쩔 수 없다. 원래가 사람마다 취향이나 보는 눈이 다르고, 일단 싫은 대상의 외적인 조건이 맘에 드는 경우는 드물다고 할 수 있다. 난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서 그런지 고양이의 이런 부분 조차 귀엽다. 원래가 맹수과 중에는 눈 색깔이 자주 바뀌고 기분에 따라 묘한 소리가 나는 동물들이 많다.  

뭐니뭐니해도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져있는 고양이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의리가 없다'는 사실일 것이다. 개와 달리 고양이는 주인이 함부로 하면 뱀이나 쥐를 물어다 사람이 보는 곳에다 놓는다고 한다. 한마디로 자신을 존중하지 않은 주인에 대한 고양이의 복수(?)인 셈이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바로는 이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고양이가 이렇게 먹잇감을 가져다가 늘어놓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과연, 고양이가 그렇게 영악한 동물일까? 중학교 때 키우던 고양이중 한 마리는 시도 때도 없이 이러한 것들을 물어다 내가 보는 곳에다 깔아놨다. 내가 잘해줄 때도 그랬고, 함부로 할 때도 그랬다. 그야말로 대중없었다.  

적어도 내가 느낀 바로는 그랬다. 고양이에게 뱀이나 쥐는 이른바 먹잇감이다. 사유재산이 없는 동물들에게는 이러한 것들이 가진 것의 전부다. 그런 소중한(?) 것을 고양이는 사람을 위해 바치는 것이다. 잘해줄 때는 고맙다고, 함부로 할 때는 "제발 자기 좀 잘 봐주라"는 아부의 의미에서. 자신보다 강자에게 뭔가를 바치는 행위는 원래 동물들 사이에서도 비일비재하지 않은가.  

고양이에게는 쥐나 뱀의 죽은 모습을 사람들이 싫어할 것이라는 자각이 없다. 그 정도로 영리하다면(?) 이미 애완동물의 범주를 훨씬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고양이는 순수하게 행동했을 뿐인데, 사람들이 제각기 알아서 해석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의리의 정의를 어떻게 내려야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고양이는 줏대는 있는 동물이다. 고양이는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다. 키워본 사람들을 알겠지만 대부분의 고양이들은 좀처럼 쉽게 사람을 손길을 허락하지 않기 일쑤다. 새끼 때부터 키우지 않고 좀 자라서 데려온 고양이들은 더욱 심하다.  

개하고 비교할 때 적응시키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는데 여기에는 고양이 특유의 '경계본능'이 한몫 하는게 아닌가 싶다. 고양이는 내 식구로 만들려면 한없이 보살펴주고, 쓰다듬어주고 그래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고양이는 스스로 다가와 마음을 열고 자신의 머리를 내 손에 비벼댄다. 마음을 열기 어렵다는 점에서 여자랑 똑같다.

고양이는 모성애도 지극하다. 내가 제일 처음에 키웠던 고양이는 할머니가 가져왔는데, 말인즉슨 "눈 덮힌 어느 창고에서 어미고양이가 얼어 죽어 있는데 어디선가 울음 소리가 나서 살펴보니 품속에 새끼 고양이들이 있었다"고 했다. 자신은 죽어 가는 순간에서도 새끼들은 살리기 위해 필사적이었던 것이다.  

어미의 지극한 사랑 덕에 목숨을 건져서일까, 그 새끼도 자라서 대단한 모성애를 보였다. 보통 시골집에서 키우던 개들은 식사 때만 되면 어미고 새끼고 할 것 없이 으르렁거리고 먹이다툼을 하기 일쑤였는데 고양이는 달랐다. 자기도 먹고싶어서 침을 꿀꺽꿀꺽 삼키면서도 새끼들이 먹이통으로 오면 슬쩍 뒤로 뒷걸음질치며 먹이를 양보하는 모습이 그렇게 예뻤다. 그러고도 얄미운 새끼들은 굶은 어미의 젖을 탐하곤 했는데, 이러다 어미고양이가 말라죽을 것 같아 따로 챙겨주기를 한참동안 거듭했다.  

물론 세상 모든 개들이 다 그렇고, 고양이가 또 다 그렇지는 않다. "우리집 개와 고양이는 저것과 완전 반대야"라고 말하면 난 할말이 없다. 하지만 나의 경험만 놓고 보면 대체적으로 그랬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기보다는 마음을 연 특정 대상에게 집중하고, 일단 마음을 열게되면 가지고있는 것을 아낌없이 주고, 까칠하면서도 한번 애교가 시작되면 정신 못 차리게 하는, 거기에 헌신적인 모성애까지, 그러한 고양이의 모습이야말로 가장 사랑스러운 여성의 전형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이런 점은 상대에게만 바랄게 아니라 나 역시도 반드시 같이 맞춰줘야 하는 부분일 것이다.

http://blog.naver.com/oetet/40058677117


Comment ' 2

  • 작성자
    Lv.28 EHRGEIZ
    작성일
    12.08.31 10:59
    No. 1

    노총각이란 단어는 이제 달갑지 않네요. 그냥 독신으로 불러줬으면 좋겠습니다. 노총각이란 단어는 결혼하지 못한 사람을 지칭한다고 생각합니다. 독신은 결혼할 생각이 없는 사람이고요. ^^

    독신+고양이는 개인적으로 최적의 조합이라고 생각됩니다. 가족이 있으면 가족+개의 조합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종의 특성상 혼자 있는 개들은 외로움을 탄다고 하더군요. 홀로 있을때 외로움을 덜 타는 고양이가 조금 더 편하긴 합니다.

    다만...밥그릇이 비었거나 사료가 맛이 없을때 혹은 화장실이 지저분할때만 비비적거리고 그 이외에는 손도 못대게 하는건 좀 고쳤으면 좋겠네요. 밥셔틀 화장실셔틀은 슬프거든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9 파천러브
    작성일
    12.08.31 14:17
    No. 2

    윗부분은..어느 정도 공감이 가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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