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락이나 대사와는 상관없이 목소리에서만 느껴지는 감정의 종류를 정리하고 있던 중 문득 든 생각입니다. '절망 가득한 목소리가 뭐지.'
장르 소설을 보면 절망 가득한 목소리라는 표현을 쓰는 경우가 종종 보입니다. 인터넷에 쳐도 누군가가 쓴 판타지 소설의 대목에 이런 표현이 많이 보이구요. 절망 가득한 목소리라는 표현은 기본적으로는 잘못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언가 의도가 있다면 모를까요.
목소리의 호흡량, 호흡의 세기, 울림의 크기, 음조의 높낮이, 억양, 발음의 길이 등을 조합해 사람들은 감정을 표현합니다.
절망은 희망이 단절된 상황으로 미래에 대해 아무런 기대를 할 수 없는 상태죠.
문제는 이러한 절망을 단일한 목소리로 표현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목소리는 내면을 드러내는 데 개개인의 내면은 같은 상황이라고 해도 그것을 다르게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표현하는 방식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같은 절망이라고 해도 허탈하게 웃으며 넋을 놓는 사람, 믿을 수 없어하며 부인하는 사람, 절망을 준 사람이나 신을 원망하며 울부짖는 사람 등 매우 다양합니다.
'살색'이라는 단어는 실제를 표현하는 데에 큰 한계를 가지고 있죠. 고정관념을 형성하는 단어이기도 하구요. 저는 '절망 가득한 목소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글 내에서 모호함을 지향할 이유가 특별히 없다면 이런 표현들은 쓰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예도 많겠죠.
Comment '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