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먼 아프리카 땅에서 발현한 호모 사피엔스-사피엔스가 아프리카 땅을 떠나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거쳐 세계 각지로 흩어진 이후 사람은 가족을, 마을을, 국가를 세우며 서로 교류해 왔습니다.
초기 국가가 생기고 약 8천년이 지난 현대에는 교통, 통신으로 사실상 이 지구상에 있는 대부분의 국가와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는 놀라운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하지만 당장 본인의 옆집과도 교류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지역감정은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서 지역 간의 감정의 골을 만들고 있으며, 이념과 종교, 과욕으로 인한 국가 간의 분쟁은 아직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연결되었음에도 분리된 현재 사회에 하나의 돌을 던지는 게임, [데스 스트랜딩]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샘-샘 포터 브리지스는 이 세계를 달리는 한명의 포터=배달부로, 사람과 사람-도시와 도시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역할과는 다르게 본인은 타인과 접촉하는 것을 꺼리고, 연관되고 싶지 않아 하는 대인기피 증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 그에게 양어머니가 임종을 앞두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 임종을 지킨 후 양어머니의 시체를 업은 채로 시체를 소각하러 가게 됩니다.
이 세계는 사람의 죽음을 쉽게 허락하지 않습니다. 사람의 영혼이 떠난 시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유령처럼 보이는 BT라는 존재가 되며, BT가 사람을 흡수하게 되면 보이드아웃 이라는 대폭발을 일으키게 됩니다.
그러므로 사망하게 되면 시체를 거의 즉시 소각해야 하며, 소각을 하게되면 타임폴(Timefall)이 발생하여 시간을 빨리 흐르게 하는 비가 내리고 BT들이 발생합니다. 때문에 소각로는 먼 곳에 있고, 여러 사람이 갈 수 없으므로 주인공은 도시에서 나와 소각로까지의 먼 길을 양어머니의 시체를 맨 체로 걸어갑니다.
이 도입 부분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외로움, 서러움, 황량함... 앞으로 주인공의 행보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미래 또한 보여줍니다.
이 게임에서 시체는 가장 들기 어려운 짐입니다. 조금의 흔들림으로도 좌우로 흔들리고, 중심이 제대로 잡히지 않아서 쉽게 넘어지고 구르게 됩니다.
극초반부에 이런 어려운 배달이 있고, 몇번의 실수를 하게 되면 시체 주머니에서 피가 배어 나오게 됩니다. 그런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플레이어 자신의 부모도 아닌데 숙연해지는 기분이 절로 들게 됩니다.
그렇게 무사히 양어머니의 시체를 소각하고 나면, 아메리카 재건조직, 미국 도시 연합-UCA는 주인공 샘에게 양어머니의 친딸이자 주인공의 이복누나, 차기 아메리카 대통령 '아멜리'의 구조와 미국 각 도시를 연결하는 UCA네트워크 회복을 의뢰합니다.
사람과 얽히기 싫어하는 주인공은 의뢰를 거절하려 하지만, 미국 서부 끝에 고립된 아멜리의 구조를 위해 어쩔수없이 의뢰를 받아들여 각 도시간의 연결을 위해 뛰어다니게 됩니다.
이 게임의 총괄 프로듀서, 코지마 히데오는 '메탈 기어' 시리즈로 유명한 명 개발자입니다. 액션 어드벤쳐 장르의 한 획을 그은 '잠입 액션'장르를 개척하고, 계속 메탈 기어 시리즈를 발매하며 사회에 메세지를 던져 왔습니다. 반핵, 반전, 평화, 음모.. 해서 메탈 기어 시리즈는 높은 테크닉을 요구하는 액션 게임이면서 긴 서사에 충실한 그런 게임이었습니다.
본 작품은 거기서 더 나아가서 어떻게 보면 '게임'이라는 벽으로 사회와 거리를 둔 사람들에게, 그리고 더 나아가 관점, 이념, 종교로 대립하는 사람들에게 교류와 연결에 대해 역설합니다.
하지만 그 방식은 강제나 강요가 아닌, 자연스러운 서사의 흐름에 따라 유저가 익숙해지게 만듭니다.
...대단한 액션 게임을 기대한 사람에게는 매우 실망스러운 방법이겠습니다만;
주인공 샘은 각각의 도시를 연결하고, 사람과 교류하면서 대인기피증을 점점 치료해 나갑니다. 조금씩 더 친절해지고, 여러 사람과 대화하며 고통스러운 과거와 마주하며 평범하게 사람과 교류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갑니다. 그것을 돕는, 각각의 사연이 있는 사람들도 본인의 내면과 마주하고 점점 치유되어 갑니다.
연결을 느끼는 것은 주인공만이 아닙니다. 이 세계의 통신-카이랄 네트워크를 통하여 각 지역에 여러 구조물을 세울 수 있는데, 온라인에 연결된 타인이 세운 구조물로 인해 보다 편하게 플레이하고, 타인과 협력하여 보다 큰 구조물을 만들게 되는 희열도 존재합니다.
그리고 내가 세운 구조물을 다른 사람이 이용하고 나에게 감사를 표하는 부분도 보람을 느끼게 합니다.
제 경우, 특정 보스전에서 아이템이 다 떨여졌는데 유저의 그림자가 나타나서 무기와 아이템을 마구 던져주었던 부분이 제일 감명 깊었습니다. '아! 내가 혼자서 플레이하고 있는 것이 아니구나!'라고 말입니다.
이 게임은 그런 사람의 원초적인 부분, 측은지심을 건드립니다. 명확히 지표화된 아이템이 아닌 그저 '좋아요' 하나일 뿐이지만 다른 사람의 선행-구조물로 인한 도움 을 받게 되면 본인도 저절로 행동하게 됩니다.
그런 행위의 반복이 거듭되면 실제의 행동도 보다 선하게 바뀔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됩니다.
본 작의 PD는 "세상에는 고독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은 인터넷을 통해 간접적으로 나마 자신과 같은 생각과 고통을 공감하는 존재를 아는 것만으로 마음의 평온을 얻을 수 있다", "게임 이용자들이 게임을 통해 이루어지는 사람과의 연결 경험을 현실에서도 느꼈으면 하는 바램으로 게임을 만들었다" 라고 말했습니다.
저 또한 그리 좋지 못한 상황에서 이 게임을 접했고, 여러 의미에서 마음의 평온을 얻었습니다.
혹시 요즘 심적으로 힘든 분이라면 이 게임을 한번 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스팀에서 몇 달에 한번씩 할인도 해줍니다.
오늘은 리뷰 쓸만한 소설도 없어서 끄적여봤는데, 올릴곳이 마땅치 않아 강호정담에 올려 봅니다. ....올려도 괜찮나?? 강호정담은 자유게시판이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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