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번호요? 010……."
그녀는 내 전화번호를 책에다 적기 시작했다.
음, 수업이 마친 시간은 1시였다. 2시에 다시 수업이 있었고, 그 기간동안은 원래 밥을 먹는 시간이였다.(나같은 경우에는) 그런데 배도 별로 고프지도 않고, 수업이 마치면 6시까진 학원에 가야하니 이왕이면 1시에서 2시까지 후딱 복습을 끝내고 마음을 털고 싶었다.
내가 만약 이 여자에게 흑심이 있었다면 시간 상관없이 그냥 훅훅 하고 갔겠지만, 그닥 그런 마음까진 없었기에 2시에 빠이빠이 하려고 했다. 뭐 근데 그건 무산된 건가..
"나중에 연락 할게요!"
그래 뭐.. 나중에 -_-.. 나도 참 바쁜사람인데 나중에라..
아무튼 나는 왠지 모를 쓸쓸함에 그녀를 보냈다. 결코 그녀를 보내 것 때문이 아니라 다시 만났을 때의 귀찮이, 그리고 혼자서 밥을 먹어야 한다는 그 슬픔이다.(그것때문에 요즘 밥이 안넘어 간건가..)
그렇게 밥을 먹고 2시가 되기 10분전
미리 강의실을 찾아가 문제집을 풀고 있엇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즈이잉- 즈이잉-
010-xxxx-xxxx
즈이잉-
'엥? 모르는 번호?'
뭐지.. 에이 설마 그녀인가.
솔직히 기대도 안했다. 나중에라면.. 한 몇일 뒤를 생각했는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어라?
그녀의 목소리다.
"아, 오늘 아까 영문독해시간에 옆에 앉았던 사람인데요! 저기, 지금 시간 되세요?"
"지금요?"
"네."
이보세요. 나는 지금 수업을 해야 한다고 ㅡㅡ
"죄송하지만 저 지금 수업인데요."
"아 수업이에요?"
"네."
"...."
"...."
잠시간의 침묵.
"그럼 언제 끝나세요?"
급하긴 급한가보다.
"음, 이 수업이 4시에 끝나거든요."
"그래요? 그럼 4시에 도서관 앞 밴치에서 봐도 될까요?"
"네, 그러죠 뭐."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아 뭔가 다시 귀차니즘이 올라왔다. 내가 왜 가르쳐준다고 했을까.. 허긴, 밥먹고도 글자한번 안볼정도로 영어 복습을 안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수업은 시작했고..
근데 은근히,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며 시간을 확인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신경도 쓰지않고 수업을 열심히 들었는데 뒤에갈 수록 수업이 루즈해지니 괜히 시계를 쳐다보았다.
"그럼 다음주에는 시험이니 여기까지 공부하시면 됩니다~"
교수님의 말씀과 함께 종이 끝났다.
보자.. 시간이..
3시 45분.
어이쿠야. 이른 시간이다.
나는 그녀에게 전화를 걸기로 했다. 이왕 4시에 보는 것보다야 앞당겨 보는게 낫겠지.
전화를 걸었다.
뭐, 나한테 전화했던 번호로 걸면 되는 건가.
'아이롸익 붸이뷐 요쏘빠레 여기는 이태원! 멍박이는 나빠요♬'
컬러링과 함께 전화는 걸렸고. 곧이여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 저 수업 마쳤는데요."
"...네?"
"수업마쳤다고요."
"무슨 얘기하세요?"
뭐여 이 여자.. 그새 까먹은거여? 머릿속에 이레이져가 트럭으로 들은건가.
"저기 아까 영문 독해 수업요..ㅡㅡ 밴치에서 보자면서요."
라고 말하는 도중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기억이 있었다.
"아! 저 진아 친구인데요."
그래..! 그여자 폰을 잃어버려서 친구한테 빌린거였지.
걔 이름이 진아 였던가..
순간 댁 머리 비하발언 사과드립니다.
"걔 폰 빌린 거여서, 아마 도서관에 가시면 볼 수 있을 거에요."
"아 그래요? 감사합니다."
뚝-
시계를 보았다.
3시 47분.
그래, 뭐, 도서관까지 걸어가면 대략 5분이 소요되니..52분.. 그래도 아쉬운건 그쪽인데 매너상 일찍 나와서 기다리고 있겠지?
라고 생각했으나 그것은 나의 바램일 뿐.. ㅡㅡ
밴치는 훵 했다. 혹여나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득실되는 솔로부대의 적, 커플들이 깔깔깔 웃고 있었으니
나는 재수없는 마음에 그들 근처에가서 담배를 피우며 이산화탄소 타르 니코틴 연기를 마음껏 내뿜으며 그들의 연애사를 방해했다.
그들이 나를 째려보았으나 내 알바. 괜히 먼곳 나두고 여기서 담배를 피는 게 아닙니다요.
'그쪽의 뜨거운 커플불이 여기까지 와서 저도 모르게 담배를 붙이고 싶었네요. 재수없는 님들아.'
라고 비웃으며 폰을 보았다.
3시 58분.
'아 젠장, 왜 안오는거여. 아쉬운 사람 매너상 이때쯤 와야 정상인데. 누가보면 내가 아쉬운 줄 알겠네.'
나도 모르게 울컥 짜증이 나며 한동안 생각했다. 잠깐, 폰도 없으니 연락도 못할거고, 혹시나 내가 아까 우려했던 것처럼 그여자 머릿속에 지우게가 있으면 나는 여기서 뻘짓을 해야하나?
괜히 짜증나는 기운에, 그리고 아쉬운 사람은 내가아니고 그쪽이기에, 나는 한순간의 방황을 하러 도서관에 들어갔다. 화장실을 들렀고 시게를 보니 4시였다.
'그래 이때쯤 가면 그녀가 밖에 있을 것이고 그럼 나는 내가 아쉬운 쪽이 아니라 그쪽이 아쉬운 게 되겠지.'
라고 생각하며 유유자적 도서관을 나왔다.
다시 벤치.
아 젠장..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다.
또 나의 착각이였다.
젠장 나 완전 개 소심해지는 것 같잖아? 늦을 수도 있는데 왠 과민반응을 부린거지ㅡㅡ
커플들은 나를 째려보았다.
'헐 쟈기야 저색히 또왔어.'
'아젠장 딴데갈까?'
이젠 그들의 대화가 눈초리로서 전해져왔다.
그래.
난 니들을 어느새 좋아하게 되었나보다.
짧은 시간이였지만 니들과 내 담배가 너무 좋아.
그렇게 담배를 입에 물고 또다시 커플들과 함께 간접흡연과 직접흡연을 공유하는 타임을 가지려고 하는 순간, 멀리서 스쿠터 소리의 달달달과 함께 "어?" 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라? 왜이렇게 일찍 오셨어요?"
.. 왔네? 그것도 스쿠터를 타고 오다니.
"수업이 일찍 끝나서요 ㅡㅡ"
라고 하며 그녀의 스쿠터를 보는데
아젠장,
내가 정말 군대가기전에 꼭한번 사고 싶었고, 꼭한번 타보고 싶었던 클래식 스쿠터다 하앍, 거기다가 핑크색이야 하앍. 남자의 로망은 집안에 핑크빛 침대에 핑크빛 곰인형과....
그리고 저 핑크스쿠터 가지고 싶.... 아젠장 뭔 생각하는겨.
그때, 그녀가 스쿠터에서 내리며 말했다.
"많이 기다리셨어요?"
++++
약간의소설을 가미하기로 생각했습니다. 여기까진 그녀의 이름과 만나기로 한 장소만 조금 수정했네요. -_-
그리고 최근에 만화를 봤는데..
딸기 100%를 보았습니다. 보니 혐오엔딩도 괜찮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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